'원자재 거점' 동남아, 중동 쇼크에 물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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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으로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생활 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이는 동남아 각국에서 생산되는 원자재와 소비재 수출 증가로 이어져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니·스리랑카, 금리 ‘빅스텝’

'원자재 거점' 동남아, 중동 쇼크에 물가 비상

동남아에서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지난 20일 정책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5.25%로 조정했다. 이는 2년 만의 금리 인상으로 로이터통신 예상치의 두 배에 달했다. 페리 와르지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중동 전쟁 영향에 따른 루피아 환율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에서 유지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이란 전쟁 직전 달러당 16765루피아이던 인도네시아 환율은 27일 장중 한때 17866루피아까지 치솟았다. 박민정 국립외교원 교수는 “동남아 국가는 달러로 갚아야 하는 외채 비율이 높아 통화 약세가 부채 상환 부담 증가로 연결된다”며 “루피아 가치는 기록적 저점 밑으로 떨어졌다”고 짚었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에 통화 약세까지 겹치며 생활 물가에는 더 큰 타격을 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연료값 상승에 대비한 보조금 지출을 늘리면서 대응에 나섰다. 스리랑카는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상했다. 금융위기로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은 2023년 3월 후 최대 인상 폭이다. 스리랑카 기름값은 중동 전쟁 이후 40%나 급등했다. 이 여파로 3월 중순부터 차량에 넣는 기름 양을 제한하는 ‘연료 배급제’를 시행 중이다.

◇“상상 이상 충격, 2~3년 갈 수도”

다른 동남아 국가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 태국은 지난주 에너지 가격 상승 충격에 따른 국민의 상품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비 지원에 나섰다. 지역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개인이 가격의 40%를 지불하면 나머지 60%는 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지원 규모는 1760억밧(약 8조원)에 달한다. 한동안 마이너스를 유지하던 태국 인플레이션율이 지난달 2.89%로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필리핀은 지난달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인프라 건설 등에 정부 지출 확대를 계획 중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7.2% 급등한 데다 달러·페소 환율이 최근 3개월 새 6.74% 뛴 영향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1분기~2021년 1분기) 후 최저 수준인 2.8%로 하락했다. 프레더릭 고 필리핀 재무장관은 학교 및 도로 건설, 사회복지 사업 등을 우선 분야로 언급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전쟁발 유가 급등에 특히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동남아 국가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정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비상 비축유를 보유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최근 만난 베트남 경제 관료는 중동 전쟁으로 받은 어마어마한 충격이 ‘상상 이상’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뿐 아니라 물류, 식량, 관광 등 여러 분야에 복합 충격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최소 2~3년간 경제에 상당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남아에서 촉발된 물가 상승 압력이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신윤성 산업연구원 한아세안정책협력센터장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원자재 및 소비재는 글로벌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동남아 각국 생산 원가와 역내 운송비가 올라 수출가로 전이되고, 이는 다시 세계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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