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해서웨이의 새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에이블이 취임 100일 만에 계열사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직접 손보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워런 버핏의 운영 철학을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투자 다양화를 시도하고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사주 매입 늘리고 일본 투자 확대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이블은 2026년 1월 버핏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른 뒤 버크셔의 핵심 가치와 문화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직접적이고 규율 중심의 경영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그는 오마하 본사를 옮기지 않겠다고 했지만 아이오와에 머물며 경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보험과 철도, 에너지 등 주요 사업을 이전보다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투자 포트폴리오와 자본 배분이다. 에이블은 약 2년 가까이 중단됐던 자사주 매입을 재개했고, 일본 투자 비중도 확대했다. 또 전 포트폴리오 매니저 토드 콤스가 맡았던 종목들을 매각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에이블 체제에서 드러난 가장 상징적인 포트폴리오 변화 중 하나로 평가된다. 에이블이 콤스가 관리하던 주식을 처분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3700억달러 현금과 국채 운용 전략에 관심
이 같은 흐름은 버핏 시대와의 차이를 보여준다. WSJ는 에이블이 기대에 못 미치는 사업과 투자, 경영진에 대해 버핏보다 더 단호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버핏이 장기 보유와 위임 중심의 방식으로 버크셔를 이끌었다면, 에이블은 성과 점검과 운영 효율을 더 앞세우는 쪽에 가깝다는 뜻이다. 일부 보도는 부진한 사업을 매각 대상에 올릴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배경에는 버크셔의 세대교체와 시장의 기대가 있다. 에이블은 버핏이 오랜 기간 다져온 보험 중심 구조와 분산된 계열사 체제, 최고경영자가 직접 관리하는 주식 포트폴리오 틀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그는 버크셔 주식을 개인적으로 1500만달러어치 매입했고, 연봉 2500만달러 가운데 일부를 앞으로도 매년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후계자 체제의 이해관계 정렬을 시장에 보여주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숫자로 보면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더 분명하다. 버크셔는 2025년 말 기준 3731억달러의 현금과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에이블 체제의 진짜 시험대는 이 막대한 현금을 언제, 어디에, 어떤 가격에 투입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 재개와 일본 투자 확대, 일부 종목 정리는 모두 방향 전환의 신호이지만, 대형 인수나 침체기 투자 같은 결정이 나와야 새 체제의 실력이 본격적으로 검증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버크셔의 '장기투자 문화' 바뀌나 촉각
업계와 주주들은 대체로 에이블을 지지하고 있지만, 시선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버크셔가 버핏의 개인 역량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체계적인 운영 회사로 바뀌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버크셔의 강점이었던 느슨하지만 신뢰 기반의 자율 경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투자 판단과 계열사 관리에 대한 CEO의 직접 개입이 커질수록, 버핏 시대의 상징이던 ‘기다림의 자본 배분’이 얼마나 유지될지가 관심사다. 이런 평가는 WSJ와 관련 보도를 토대로 한 해석이다.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콤스가 맡았던 종목 가운데 어떤 주식이 실제로 얼마나 정리됐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관련 세부 내용이 5월 2일 예정된 분기 보고서와 5월 중순 규제 공시에서 더 드러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직은 에이블의 첫 100일이 방향 전환의 신호를 보여준 단계이지, 완성된 전략이 확인된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앞으로 시장이 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자사주 매입이 일회성 메시지에 그칠지, 일본 투자 확대가 해외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3731억달러 현금을 경기 둔화 국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투입할지다. 에이블의 첫 100일은 버핏의 그림자 안에서 체제를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버크셔의 운용 문법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출발점으로 읽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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