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사살된 북한군 병사의 품에서 삼성전자 로고가 박힌 휴대전화가 나와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SSO)는 2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북한군 병사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사망한 북한군 병사는 보호장구와 1P87 광학조준기가 달린 AK-12 소총 외에도 DL-5 거리측정기와 1PN139-1 열화상조준기, 통신기기 등을 갖추고 있었다.
SSO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노획물에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를 생포했을 때를 대비한 듯 '무기를 버리라'(브로쉬 아루쥐예), ' 옷을 벗으라'(라즈젠늬샤) 등 문구가 한글로 적힌 인쇄물과 휴대전화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 전화기는 외견상 삼성전자의 2G 폰 모델로 보인다.
이에 더해 러시아 연방 구성국인 부랴티야 공화국 여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병군 장병들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신년 메시지가 담긴 서한 등도 발견됐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동무들! 동무들이 정말 그립소. 모두가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오기를 내가 계속 빌고 또 빌고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 주시오"라고 당부했다.
이 서한은 최근 미국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WP)가 쿠르스크 지역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보도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WP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지휘관이 구두로 전달하고 개별 병사가 이를 받아적은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포스트에 따르면 '풀스'라는 콜사인(호출부호)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지휘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선에서 심각한 사상자를 내고 퇴각하는 동향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그는 약 2주 전부터 그런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전선을 따라 모든 곳에 러시아인이 서 있거나 일하고 있지만, 북한인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청한 러시아측 통신 내용에 비춰볼 때 북한군 퇴각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들은 여전히 있고, 훈련을 하거나 증원을 기다리고 있다. 뭔가 벌어진다면 그들은 신속히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