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우리교회의 파격 실험
“지역마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 설립
교회는 물론 사회도 건강하다 생각”
2002년 이찬수 목사가 경기 성남에 개척한 분당우리교회는 2022년 교회를 자발적으로 쪼개 서울과 성남, 용인 등 각 지역에 29개의 분립 교회를 설립했다. 최근 만난 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우리 교회만 커지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고민과 물음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교회를 29개로 쪼갠 것은 그 고민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작은 교회나 미자립 교회가 많은 상태에서 “어느 한 교회로만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교인 모두가 공감했다고 한다. “지역마다 작지만 건강한 교회가 많이 생기고, 그런 교회를 만드는 데 노력하는 것이 교회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건강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교회 측 입장이다.
‘분립 교회’는 본점과 지점 관계가 아닌 별개의 교회다. 이 때문에 인사와 재정이 완전히 독립됐다. 해당 지역의 작은 교회, 미자립 교회와 협력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한 뒤 설립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자칫 해당 지역에 있는 교회 신자들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분립 교회로 옮길지 여부도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교회 이름도 ‘컴앤씨 교회(서울)’, ‘송도 소리교회’ ‘수원 꿈꾸는 교회’ 등 분당우리교회와 아무 관련이 없다. 분립 교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분당우리교회가 지원했지만, 속된 말로 ‘갚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지원받은 만큼의 금액을 지역 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작고 어려운 다른 교회와 함께 상생하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실험이 성공을 거두면서 분당우리교회는 2023년부터 지역 신자 100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를 선정해 재정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꿈 너머 꿈’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2023년에는 수도권 8곳(각 4억여 원), 지난해에는 경상권 17곳(각 1억여 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전라권을 대상으로 현재 신청을 받고 있다.
분당우리교회는 교회 본당이 없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인근 송림 중고등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를 본다. 교육, 행정 등 사무를 위해 필요한 공간만 인근 건물을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교회 측은 “대형 교회가 모두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단, 교회가 커지면 고민은 해야 한다고 본다. 이제는 교회도 늘 하던 방식대로만 하면 안 되는, 긴장해야 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