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추진 국제업무지구
英런던 상징 혁신지구처럼
일자리·집·문화 어우러진
청년복합도시로 조성 제안
◆ 새정부에 바란다 ◆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은 한때 쇠퇴와 방치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유로스타의 런던 출발지로 선정된 1996년 이후 대전환이 시작됐다. 철도역을 중심으로 한 복합 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킹스크로스는 런던에서 가장 활기찬 '혁신도시'로 거듭났다.
킹스크로스 개발의 핵심은 청년과 일자리를 위한 공간이었다. 30억파운드(약 4조2000억원)가 투입된 마스터플랜은 단순한 외관 재정비가 아니라 주거와 일자리, 문화와 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살고 싶은 도시'를 지향했다. 예술대학인 런던예술대(UAL) 캠퍼스를 이전해 청년 인재를 끌어들였고, 2000가구가 넘는 저렴한 임대주택을 지어 젊은 세대가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했다. 매일 열리는 공연과 전시, 걷기 좋은 거리와 공원도 이곳을 '일하고 싶고,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다.
한국의 가장 시급한 도시 과제도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서울의 2030세대가 집값 부담을 견디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도시의 활력이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이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려면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살고 싶은 이유'를 도심 안에 만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 용산이 주목받고 있다. 강남(업무), 여의도(금융), 광화문(행정)을 연결하는 도시의 중심 축에 자리한 용산은 입지상으로 대기업 유치와 스타트업 육성 등 청년복합도시를 조성하는 데 최적의 입지다.
하지만 이곳이 진정한 미래 도시가 되려면 청년을 위한 주거 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용산은 '한국판 킹스크로스'가 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입지"라며 "정치나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장기적 안목에서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든다는 철학이 관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이 머물 수 있도록 적정 임대료의 임대주택, 공동체형 주거, 문화예술 커뮤니티 공간 등이 함께 들어서야 한다. 용산 국제업무지구에는 100층 내외의 초고층 빌딩을 비롯해 세계 최초의 1.1㎞ 길이 스카이트레일과 수직정원 등 미래형 건축 콘셉트가 적용될 예정이다. 고층 빌딩만 늘어선 국제업무지구에 그치지 않으려면 '청년이 중심인 도시' 비전을 담아야 한다. 청년은 도시의 에너지이자 미래다. 청년이 돌아오지 않는 도시는 경쟁력을 잃는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