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고스 란티모스X엠마 스톤, 미스터리 서사의 파괴적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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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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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작 ‘부고니아’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또 다른 여성 서사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믿는 두 청년이 대기업 CEO ‘미셸’을 외계인이라고 확신하며 납치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서스펜스와 블랙코미디를 교차시키는 작품이다.

특히 ‘부고니아’가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란티모스 감독이 다시 한번 만들어낸 독보적 여성 캐릭터 ‘미셸’ 때문이다. 엠마 스톤이 연기한 미셸은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성공한 CEO지만 납치 이후 외계인임을 자백하라는 압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상황을 자신의 유리한 방향으로 틀어내며, 치밀하고 영리한 생존 전략가의 면모를 드러낸다.

지하실이라는 폐쇄 공간에서도 차분한 판단력과 재치로 두 청년을 조종하는 듯한 모습은 관객에게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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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스톤과 란티모스 감독의 세 번째 협업이라는 점 역시 이목을 집중시킨다. ‘가여운 것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지나 탄생한 새로운 여성 캐릭터 미셸은 스톤이 삭발까지 감행한 과감한 변신으로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됐다.

CEO로서의 카리스마와 지하실에 갇힌 인간적 취약함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미셸의 진짜 정체에 대한 의심을 품게 만들며, 영화가 도달해 나가는 반전의 충격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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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그간 강렬한 개성과 뚜렷한 욕망을 가진 여성 인물들을 꾸준히 창조해왔다. ‘가여운 것들’에서 자기 세계를 재구성하는 여인,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속 권력과 욕망의 중심에 놓인 여성들처럼, 그의 작품 속 여성 캐릭터는 기존 문법을 벗어나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낸다. ‘부고니아’ 역시 이러한 연장선에서 미셸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탄생시키며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고니아’는 2003년 한국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작으로, 원작의 투자·배급사였던 CJ ENM이 시나리오부터 감독·배우 패키징까지 기획 단계 전반을 주도한 프로젝트다. ‘패스트 라이브즈’에 이어 한국영화 산업의 또 다른 글로벌 확장 사례로 주목받는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만의 세계관과 엠마 스톤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만나 폭발적 반응을 이끌고 있는 영화 ‘부고니아’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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