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픽사 애니 ‘엘리오’ 오늘 개봉
지구서 소외감 느끼던 11살 소년… 외계 생명체와 친구되는 스토리
화려한 색감 외계행성 묘사 눈길
‘인사이드 아웃2’ 흥행 재연 기대
18일 국내에 개봉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오’를 공동 연출한 매들린 샤라피언 감독은 17일 국내 언론과 가진 화상간담회에서 이런 소망을 내비쳤다. 지구에서 소외감을 느끼던 한 소년이 외계 생명체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는 얘기다. 샤라피언 감독은 “지구 어디에도 내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이들이 ‘나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며 “한국 관객들도 이 영화를 통해 위로를 받고 ‘이 세상에서 내가 있을 자리는 바로 여기다’라고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 ‘엘리오’는 부모를 잃고 군인 고모와 함께 살던 열한 살 소년 엘리오가 외계 생명체들 사이에서 지구 대표로 오해받으며 겪는 모험을 그린 픽사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6월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로 세계에서 17억 달러(약 2조3172억 원)의 흥행 수익을 벌어들인 디즈니·픽사가 1년 만에 야심차게 선보인 신작. 가족의 따뜻함과 우주 모험의 짜릿함을 함께 담아 눈길을 끈다.
뭣보다 눈에 띄는 건 이 작품이 공상과학(SF) 장르를 다루는 방식이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외계 행성은 직선과 금속으로 가득한 기존 SF와 사뭇 다르다. 화면은 곡선과 화려한 색감으로 가득하고, 모든 사물은 젤리처럼 말랑말랑해 보인다.샤라피언 감독은 “엘리오가 그 세계에 첫눈에 반해야 하고, 관객도 ‘저기서 살고 싶다’고 느껴야 했기 때문에 시각적 질감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공동 연출자인 도미 시 감독도 “많은 SF 영화가 차갑고 건조한 분위기를 내는 반면, ‘엘리오’는 정반대의 따뜻하고 유기적인 세계를 그렸다”고 했다.
등장인물들은 따뜻하면서도 엉뚱하다. 외계 생명체 ‘글로든’은 이빨이 날카롭고 덩치가 커서 처음엔 무서워 보인다. 하지만 막상 말을 시작하면 부드럽고 다정한 성격을 드러낸다. 여러 SF 영화에서 외계인은 공포를 상징하지만, 주인공 엘리오는 “나 좀 데려가 줘!”라며 외계 세계로 기꺼이 발을 들인다. 메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는 “픽사의 과거 SF인 ‘월·E’(2008년)나 ‘버즈 라이트이어’(2022년)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깜짝 요소들이 들어간 재미있는 스페이스 어드벤처”라고 했다.
가족 구성도 익숙한 공식을 깨뜨렸다. 엘리오가 함께 사는 이는 엄마가 아니라 고모다. 시 감독은 “엘리오는 고모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고모는 갑작스럽게 부모 역할을 맡게 된 상황이라 당황해한다”며 “둘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영화의 중심적인 감정선”이라고 했다. 드럼 프로듀서는 “모자 관계는 이미 많은 영화에서 그려졌지 않나. 예상 가능한 구도를 피하고, 더 진짜 같고 예측 불가능한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에선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명언인 “이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an awful waste of space) 아닌가”가 두 차례 등장한다. 이 말을 빌려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이 넓은 우주에서 정말 혼자일까. 다른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을까.
“예술로 표현하면,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어요. 그게 우리가 이 이야기를 만든 이유입니다.”(시 감독)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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