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AI 국가경쟁 ‘핵심 인재’로…“한국서도 일론 머스크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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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AI 국가경쟁 ‘핵심 인재’로…“한국서도 일론 머스크 나올 수 있다”

입력 : 2026.04.17 17:50

김현철·이종관·모바락 교수 인터뷰

정치혼란 겪는 서유럽과 달리
이민전략 유리하게 설계 가능
고숙련·정주형 이민으로 전환
머스크 등 CEO도 이민자 출신
전세계 AI인재 경쟁서 중요역할

무시피크 모바락 예일대 경제학과(왼쪽) 교수와 김현철 연세대 인구와 인재연구원장(의대 교수), 이종관 부원장(경제학과 교수)은 15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민의 ‘윈-윈 전략’을 강조했다. [사진=김호영 기자]

무시피크 모바락 예일대 경제학과(왼쪽) 교수와 김현철 연세대 인구와 인재연구원장(의대 교수), 이종관 부원장(경제학과 교수)은 15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민의 ‘윈-윈 전략’을 강조했다. [사진=김호영 기자]

“한국은 서유럽 국가들과 달리 유입될 이민자를 선택하고 이민 흐름을 전략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 노동력 공급을 넘어 ‘고숙련·정주형 이민’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김현철 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IPHC) 원장은 지난 15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민자를 우리 사회의 일원인 ‘이웃’으로 통합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을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김 교수와 이종관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무시피크 모바락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3인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16~17일 IPHC가 개최한 ‘제19회 국제 이민 및 개발 컨퍼런스’ 참석차 한 곳에 모였다. 이주 관련 분야 최정상급 해외 학자 20여명이 방문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치는 행사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미주개발은행(IDB), 예일대, 한국은행의 공동 후원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이민자를 단순한 ‘노동력(Labor)’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웃(Neighbor)’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빨라지는 고령화와 인공지능(AI) 전환 흐름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능력있는 젊은 이민자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모바락 교수는 이민을 통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윈-윈 전략’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민정책은 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윈-윈’ 전략인가

▷모바락 교수: 경제학적으로 보면 구조가 명확하다. 개발도상국은 일자리가 필요한 젊은 인구가 넘쳐납니다. 인도네시아·필리핀·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 해외로 나간 노동자들이 보내는 송금액은 일부 국가에선 GDP의 25%를 넘기도 한다. 이들 나라에서 이주 노동자는 사실상 최대 수출품이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선진국들은 반대 상황에 처해 있다. 65세 이상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부양비(dependency ratio)’가 치솟으면 젊은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다. 결국 이민은 일자리가 필요한 나라와 노동자가 필요한 나라를 연결하는 ‘윈-윈’ 구조다.

1985년 일본은 세계 최고 성장 경제였고 미국을 추월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간 사회가 고령화되는 동안 젊은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제는 정체됐다. 그 사이 미국은 계속 성장했다. 지금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넘어선 것도 그 결과의 일부다. 한국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이종관 교수: 한국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고용허가제(EPS)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막히자,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국인 임금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졌다. 입문(entry) 단계 일을 담당하던 외국인이 사라지자 현장 감독을 맡던 내국인들이 그 일까지 떠안으며 임금이 낮아진 것이다. 이민자는 내국인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내국인의 일자리를 지켜주는 ‘보완재’라는 증거다.

―고숙련 이민자의 경제적 역할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모바락 교수: 역사적으로 성공한 국가들은 전 세계의 인재를 끌어모은 국가들이다. 뛰어난 재능은 어디에서나 태어날 수 있는데, 이를 국적 불문하고 흡수하는 나라가 승리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미국 대학 소속이지만 외국 태생인 경우가 허다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모두 이민자 출신이다.

미국이 지난 10년간 세계에 ‘우리는 당신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며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워진 사이, 한국과 일본은 치안·공공 인프라·생활 수준에서 서구를 앞서고 있다. 지금이 고숙련 인재를 유치할 최적의 타이밍이다.

▷김현철 원장: 우리 연구원을 후원하는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도 같은 생각이다. ‘한국이 외국인의 DNA를 받아들여 사회를 혁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고숙련 인력은 처음부터 정주형으로 받아야 한다. 연구자, 의료인, 공학자, 디지털 기술 인력 등은 장기 체류·가족 초청·경력 성장의 경로를 열어야 한다.

이민자 부정 인식은 현실과 반대…동일 최저임금은 오히려 고용 악화시켜

―한국 이민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하나.

▷김현철 원장: 고숙련과 저숙련 이민자에대 투트랙 전략을 써야 한다. 고숙련 인재를 유치하려면 생활 기반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은행·관공서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으면 고숙련 외국인도 정착을 포기한다. 저숙련 노동력은 단기 일자리형으로 운용하되, 특정 고용주에 묶이지 않는 이동의 자유와 최소한의 노동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들이 5년 이상 머물며 성실함을 증명한 사람에게는 영주권 기회를 주어 ‘이웃’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종관 교수: 고숙련 이민자 유치의 현실적인 루트는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다. 지금은 졸업 후 행정 부담과 인프라 부족으로 5%만 남는다. 서울대·연세대 졸업 외국인은 높은 세금을 낼 잠재적 자원인데 떠나게 내버려 두는 건 엄청난 손실이다. 외국인 유학생 정착 지원이 곧 고숙련 이민의 핵심 통로다.

―일각에선 이민자 범죄에 대한 우려가 있다. 특히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이종관 교수: 통계가 정반대를 말해준다. 한국 내 중국 국적자(조선족 포함)의 범죄율은 한국인의 3분의 2 수준이다. 그런데 미디어는 이민자 집단의 범죄 사례를 집중 부각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이 모이면 기존 거주민이 떠나는 ‘원주민 이탈(native flight)’ 현상도 관찰된다. 실제 범죄 증가와 무관하게 불안감이 퍼지는 것이다.

▷모바락 교수: 미국에서도 트럼프와 공화당이 이민자 범죄를 강조하지만, 데이터는 반대다. 이민자 2세들의 범죄율은 내국인 자녀보다 낮고 학업 성취도는 더 높다. 현실과 인식의 격차는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프랑스·스웨덴처럼 통합에 실패한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이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 정책 실패의 문제다. 이민을 잘 관리하는 나라는 좋은 인재를 가려내는 ‘좋은 선별(good selection)’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동일 적용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모바락 교수: 윤리를 더 넓게 봐야 한다.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을 주는 것’만이 윤리가 아니다. 내국인과 똑같은 높은 임금을 강제하면 고용주가 굳이 외국인을 고용할 유인이 사라지고, 결국 고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해당 노동자는 고향 마을에서 훨씬 적은 돈을 벌며 살아야 한다.

카타르나 UAE가 이주 노동자를 완벽하게 대우하진 않지만, 인구의 90%를 외국인으로 채우면서 수많은 방글라데시·인도인의 빈곤 탈출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도 자선이 아닌 ‘일자리 기회’ 제공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본국 가족을 부양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선한 의도의 동일 임금 정책이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16~17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19회 국제 이민 및 개발 컨퍼런스’ 참석자들. [사진=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IPHC)]

16~17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19회 국제 이민 및 개발 컨퍼런스’ 참석자들. [사진=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IP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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