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에서 배우 정우는 주연을 맡았을 뿐 아니라 각본을 쓰고 공동 연출까지 했다.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바람’의 (각본) 원안을 제가 썼던 만큼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에피소드를 적어놓은 게 있었다”며 “덮어놓고 있다가 최근 제작사가 붙으면서 시나리오로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전작 ‘바람’은 저예산 독립영화이지만, 극장 밖 반응이 열렬했다. 혈기 넘치는 고등학생들의 허세와 찌질함, 귀에 착 감기는 경상도 사투리, 1990년대 말의 공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덕분이었다. 17년 만에 속편을 내놓은 배우 정우도 “‘바람’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더 의미를 두고 임했다”고 했다.
‘짱구’는 전작의 문법을 성실하게 복기하려고 한다. 배경은 2010년. 나이트클럽과 국밥집 같은 부산 로케이션과 배우들의 맛깔 나는 경상도 사투리가 지역색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영화 속 에피소드들도 정우의 자전적 이야기의 연장선이다. ‘바람’이 자신의 이야기가 반영됐다면, ‘짱구’는 배우를 꿈꾸던 시절을 투영한다. 영화 속 짱구가 10년째 무명배우로 수없이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것처럼 정우는 2002년 장항준 감독의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단역으로 데뷔한 뒤 10년에 가까운 무명생활을 거쳤다.
이번 영화가 그에게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장 감독의 깜짝 출연이다. 장 감독은 극중 짱구의 마지막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등장해 ‘왜 연기를 하느냐’고 묻는다. 정우는 “제가 어렸을 때 처음 오디션을 봤던 감독님 앞에서 수 년이 지나서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꿈 같은 현실이었다”며 “옛날의 저와 현재의 제가 교집합이 되는 순간이다 보니 감정이 정말 묘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고, 20년이 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이자 이젠 감독이 된 정우. 그는 이제 ‘왜 연기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어릴 때랑 지금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하고 싶고, 좋아하고, 꿈이니까. 그런데 어릴 때 이렇게 이야기하면 의미 부여를 안 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맞는 말이야’라고 해주시죠. 재밌기도 하면서 아이러니하기도 해요.”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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