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빅터 레이예스가 KBO 단일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세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KBO 리그 새 역사를 썼던 '안타기계' 빅터 레이예스(30)가 롯데 자이언츠와 1년 더 동행한다.
롯데는 26일 "외야수 빅터 레이예스와 보장 금액 100만, 인센티브 25만 총액 125만 달러에 재계약 했다"고 발표했다.
박준혁 단장은 “레이예스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올 시즌 전 경기를 출전하는 투혼을 보여주었다”며 “타격 각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팀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이다. 다가오는 시즌에도 중심 타자로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약을 마친 레이예스는 “롯데자이언츠, 부산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내년 시즌 동료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레이예스는 올 시즌 144경기 전 게임에 출전해 타율 0.352(574타수 202안타), 15홈런 111타점 88득점, 출루율 0.394 장타율 0.510, OPS 0.904의 성적을 거뒀다. 최다안타 타이틀과 함께 타율 2위, 타점 6위, 2루타 1위(40개) 등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고, MVP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안타에서는 지난 2014년 넥센 서건창이 세운 단일시즌 최다 기록(201안타)을 넘기면서 역대 1위에 올랐다. 10월 1일 창원 NC전에서 9회 초 김재열에게 좌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안타를 터트리며 새 역사를 썼다.
시즌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레이예스는 빅리그 5시즌 경험이 있는 선수로, 통산 394경기에서 타율 0.264, 16홈런 107타점, OPS 0.673을 기록했다. 트리플A에서 지난해 20홈런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인상적인 장타력은 아니었다. 여기에 삼진 287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49개에 불과했고, 2022년에는 양쪽 햄스트링을 모두 다치는 등 건강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롯데는 "간결한 스윙을 바탕으로 콘택트 능력과 강한 타구 생산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내리며 레이예스를 영입했고, 등번호 29번도 부여했다. 이 번호는 통산 117승과 100완투를 기록한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63)이 선수 시절 달았던 것으로, 2022시즌부터 비공식 결번 상태였다.
빅터 레이예스의 타격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여러 우려도 있었지만, 레이예스는 시범경기부터 0.350(20타수 7안타)의 타율로 좋은 감각을 선보였다. 이어 시즌 개막 후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포함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초반 롯데는 타선의 컨디션이 하락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는데, 레이예스만큼은 꾸준한 타격감을 과시했다. 4월까지 0.347의 타율로 시작한 그는 5월 0.302, 6월 0.398, 7월 0.405, 8월 0.300의 월간 타율을 보여줬다. 올해 가장 낮았던 타율이 0.314(5월 25일)이었을 정도다.
장타가 부족했던 건 아쉬웠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외국인 타자는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장타가 필요하다. 타율 3할에 35홈런 정도는 쳐주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레이예스에 대해서는 "타율 0.280에 30홈런 치는 것보다는 낫다"며 "레이예스는 최고다. 어느 감독이라도 레이예스를 쓰라고 하면 다 쓸 것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8월부터 이미 서건창의 안타 기록을 깰 페이스를 보여줬던 레이예스는 9월 들어서도 0.364(88타수 32안타)의 타율로 감을 이어갔다. 이에 롯데도 그의 타순을 2번으로 올려 기회를 더 줬고, 최종전에서는 아예 1번으로 올렸다. 그리고 레이예스는 결국 KBO의 새 역사를 썼다.
기록 달성 후 레이예스는 다음 시즌 잔류 여부에 대해 "롯데에서 야구를 오래오래 하고 싶다"며 "지금은 그걸 신경쓸 때는 아니고, 일단 푹 쉬고 몸을 제대로 만든 뒤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롯데와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빅터 레이예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