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미스터 개인전
미소녀 캐릭터로 건네는 희망
애니와 순수미술 경계 허물어
화려하게 반짝이는 눈망울과 핑크빛 뺨을 가진 미소녀 캐릭터들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언뜻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지만, 화면 곳곳에 낙서와 얼룩이 남아 있다. 일본 하위문화인 ‘오타쿠 문화’를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작가 미스터(Mr.)의 개인전 ‘계절이 두고 간 것. 음? 날이 개었다’의 모습이다.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리는 미스터의 개인전에서는 회화와 드로잉, 실크스크린 등 신작이 소개된다. 미소녀 캐릭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만화 잡지 표지나 영화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구성이 특징이다.
미스터는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제자이자 그가 이끄는 카이카이키키 갤러리의 초기 멤버다. 26세까지 정통 미술 교육을 받았지만 서구식 회화를 답습하는 데 의문을 품었다. 이후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를 구분하지 않고 결합하는 슈퍼플랫 미학에서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하위문화가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소재가 된다.
지난 2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미소녀 캐릭터는 평화롭고 희망적이며 젊은 힘을 갖고 있다”며 “밝음과 희망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모든 캐릭터에 나 자신을 투영한다”며 “때로는 직접 코스프레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귀여운 캐릭터들의 이면에는 일본의 사회적 재난과 붕괴의 기억도 담겨있다. 작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작업 세계를 확장했다. 이번 신작 중에는 폭주족의 오토바이에 붙어 있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표현한 ‘동북지원(도호쿠 지원)’ 스티커가 등장한다. 밝고 귀여운 이미지 옆에 재난의 기억을 병치한 셈이다.
작가는 “일본은 어느 정도 평화로워 보이지만 밝지는 않은 것 같다”며 “물가는 크게 올랐지만 임금은 30년 가까이 정체돼 있어 어두운 분위기로 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미소녀 캐릭터를 내세운 작업은 롤리타 콤플렉스 논란과 맞물리며 비판받기도 한다. 작가는 이를 의식하면서도 작업 방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에로티시즘이 아니라 평화롭고 희망적이며 젊은 힘을 담고 싶다”며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를 그리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작가가 작품을 마무리하던 흔적도 남아 있다. 물감 등 도구들이 그대로 놓여 있어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관람객을 위해 작품 곳곳에 적힌 ‘새로운 아침’, ‘즐거워’, ‘또 만나요’ 등 한글 문구도 눈길을 끈다. 작가가 관람객에게 건네는 작은 인사이자 희망의 메시지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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