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걸작은 어제의 스캔들이었다…‘선 넘는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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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걸작은 어제의 스캔들이었다…‘선 넘는 미술사’

이지호 작가 신간
에곤 실레부터 모딜리아니까지
누드화 검열의 역사 추적

신간 ‘선 넘는 미술사’

신간 ‘선 넘는 미술사’

에곤 실레의 누드 드로잉은 한때 법정에서 불태워졌다. 오스트리아 당국은 그의 작품을 외설물로 규정했고, 실레는 감옥에 갇혀 재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흐른 뒤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세계 주요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이지호 작가의 신간 ‘선 넘는 미술사’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 모더니즘 시대를 배경으로 누드화를 둘러싼 검열과 논쟁의 역사를 따라간다. 이와 함께 예술의 자유가 어떻게 확장됐는지 살펴본다.

오랫동안 누드화는 신화와 종교의 언어 속에서 이상화된 몸을 표현하는 장르였다. 그러나 근대에 접어들며 일부 화가들은 아름답고 정제된 육체 대신 욕망과 불안, 현실의 흔적이 담긴 인간의 몸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예술은 사회적 규범과 충돌했고, 누드는 찬미의 대상에서 공포와 논란의 대상으로 변했다.

책은 에곤 실레를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 에두아르 마네, 귀스타브 쿠르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들의 작품과 그들이 겪은 검열의 사례를 소개한다. 오늘날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이 당대에는 체포와 압수, 전시 금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예술의 가치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예술과 외설의 경계가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규범의 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판사와 종교인이, 이후에는 비평가와 박물관이, 오늘날에는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이 표현의 허용 범위를 결정하고 있다.

책은 흥미로운 사건과 스캔들을 중심으로 미술사를 풀어낸다. 예술가들의 체포와 재판, 작품 압수와 전시 논란 등 실제 사례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미술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책은 오늘날의 표현의 자유 문제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작품들도 한때는 사회가 금지했던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예술을 판단하고 있는지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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