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고 우는 인생의 초심자에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뭐든 잘하고 싶은데 맘처럼 되지 않아 속상한 감정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바에야 포기하고 회피하려는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다. 너는 지금 망한 게 아니라 실패한 거라고, 실패가 속상하긴 해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된다고 일러주고 싶었다.
“오늘은 뭘 배웠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습관처럼 묻곤 했다. 아이들은 배운 것 중에서도 아는 것들, 잘하는 것들, 자신 있는 것들만 골라 말했다. 당연했다. 자신이 이룬 성취와 인정받고 싶은 재능을 자랑하고 싶으니까. 어렵고 부끄럽고 쓰라렸던 경험들은 나조차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웠다. 곰곰 고민해 본 끝에 질문을 바꿔 물었다.“오늘은 어떤 실패를 해봤어?”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온 가족의 실패담을 나눴다. 줄넘기에 실패했어. 달리기에 실패했어. 발표하기에 실패했어. 칭찬받기에 실패했어. 아이들도 엄마도 아빠도, 크고 작은 하루의 실패들을 일상적으로 나눴다. “실패해서 뭘 배웠어?” 이어 물었다. 서로의 실패와 배움의 경험을 칭찬하고 응원하고 위로하고 웃어주었다. 잘했어, 고생했어, 괜찮아, 멋지다. 아이들은 서서히 ‘망했다’는 말 대신 ‘실패했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다시 해보자고 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실패담을 나누고 싶다. 정작 아이들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언제나 힘이 되는 실패담을. 엄마는 날마다 지켜보았단다. 너희는 뒤집기에 실패하고, 걸음마에 실패하고, 블록 끼우기에 실패하고, 물 따르기에 실패하고, 단추 잠그기에 실패하고, 뚜껑 열기에 실패하고, 젓가락질에 실패하고,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에 실패하고, 종이접기에 실패하고, 철봉 매달리기에 실패하고, 글씨 쓰기에 실패했어. 때마다 크게 울었지. 울고 나서는 다시, 또다시 시도했단다. 참 대단하지. 이제는 스스로 잘하는 것들이란 게 신기하지. 실패하고도 다시 시도한 너희는 지금껏 용감하고 훌륭하게 자라왔어. 명심하렴. 이 이야기는 성공담이 아닌 성장담이란다.
고수리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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