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기금 31배 불린 ‘대학 투자’의 혁신가[이준일의 세상을 바꾼 금융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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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웬슨 전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CIO).
동아일보DB

데이비드 스웬슨 전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CIO). 동아일보DB

이준일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

이준일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
돈이 가는 곳을 보면 그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은 고교까지의 교육에는 관심을 쏟지만, 대학교육에는 소홀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교 이하 공교육 투자는 최상위이지만, 대학교육 투자는 최하위에 속한다. 빈약한 재정은 연구와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초등학교에는 과학실을 몇 개씩 꾸미면서도 대학에는 실험 장비가 부족하다. 그 결과 학생들이 부실한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 비싼 돈을 들이고 잠도 줄여가며 입시를 준비하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미국 대학들은 어떻게 막대한 재정을 감당할까. 한 축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기금 펀드(Endowment)다. 예일대의 경우 운영 예산의 3분의 1 이상이 기금의 투자 수익에서 충당된다. 대학 기금이 이처럼 큰 역할을 하도록 만든 인물은 예일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낸 데이비드 스웬슨(1954∼2021)이다.

스웬슨은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투자은행 살로몬브러더스와 리먼브러더스에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85년 지도교수의 부탁을 받고 80%의 급여 삭감을 감수하며 모교 CIO로 부임했다. “월가는 내게 맞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많은 돈을 벌려고 한다. 그건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스웬슨은 자신이 깊이 아끼는 기관을 위해 엄청난 돈을 벌고 싶어 했다. 그는 별세할 때까지 35년간 예일대 기금을 약 10억 달러에서 310억 달러 이상으로 불린 업적을 남겼다.

당시 대학 기금은 미 주식과 채권에 각각 60%, 40%를 투자하는 구조였다. 스웬슨은 분산투자를 강조하며 해외주식,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헤지펀드, 실물자산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혔다. 또 자산군별 비중을 정하는 자산 배분이 투자 성과를 결정한다고 봤다. 그는 직접 투자하기보다 돈을 맡길 운용사를 선발하는 데 집중했다.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투자 실적이 아니라 이해상충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였다. 운용사 매니저와 깊이 대화하며 지적 성실성과 투명성, 정직성 등을 최우선으로 평가했다. 처음에는 까다롭게 선별하되, 이후에는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며 신뢰를 쌓아갔다.

신뢰할 수 있는 운용사를 통해 유동성이 낮은 대체자산에 장기 분산투자하는 이른바 ‘예일 모델’이 가능했던 것은 대학 기금이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바로 환매해야 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장기 투자가 가능한 자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웬슨은 대부분의 기금이 예일대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운용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자원을 투입하지 않은 채 외양만 따라 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봤다. 개인투자자에게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할 것을 강력히 권했다.

스웬슨은 본업인 기금 운용뿐 아니라 예일대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강의했다. 예일투자처(Yale Investments Office)에서 도제식 멘토링으로 키운 직원들은 스탠퍼드대와 프린스턴대 등의 기금 운용을 책임지는 CIO가 되거나 세계 자본시장의 리더로 성장했다. 이들은 스웬슨에게서 배운 도덕성과 투명성, 대체자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장기적 안목을 투자 업계에 확산시키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준일 경희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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