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산업은 고사 직전이다. 팬데믹을 겪은 후 강도가 심해졌다. 한국영화의 전성기가 다시금 도래할 수 있을까? 최근 가장 화제작인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HOPE)’가 그런 ‘희망(hope)’의 불씨를 점화할 수 있을까?
2019년 연간 극장 관객 수는 약 2억 2,000만 명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관객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티켓 가격도 비싸고(주말 1인 기준 1만 5,000~1만 6,000원), 숏폼 중심의 콘텐츠 소비가 이루어지다 보니, 이제는 OTT에 공개되기를 기다리는 습관이 생겼다.
이렇게 되니 연간 70~100편 가까이 제작되던 상업영화가 근래 20~30편으로 줄어들었다. 흥행 실패 위험이 커진 게 큰 이유다. 그러니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고, OTT조차 국내 진입 초기처럼 공격적으로 자본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OTT 역시 수익률 압박을 받으면서, 제작비를 줄이고, 투자 작품수도 축소시켰다. 이제 극장이 어려우니 OTT로 가자는 것도 산업적 측면에서 완전한 답이 되지 못한다.
‘호프’, 영화산업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까
영화판이 피폐해져 있다는 건 여러 미디어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산업은 꿈틀거리고 있다.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아가고는 있다는 말이다. 올 상반기가 특히 그래 보인다. 한동안 천만 관객 동원 영화가 뜸했었는데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선전을 하며 관람객 약 1,691만 명을 동원, 역대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안착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이기도 했다. 이 작품과 1주 간격으로 격돌했던 류승완 감독의 액션 영화 ‘휴민트’가 흥행에 참패하고, 장렬히 전사해버리라는 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왕과 사는 남자’에는 약 105억 원이 투입됐고, ‘휴민트’는 약 240억 원이 들어갔다. ‘왕과 사는 남자’의 의외적 흥행이 상반기 한국영화 산업에 약간의 희망을 불어넣은 것처럼 보인다. “극장가가 오랜만에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 말이다.
지금 현재, 한국영화 산업은 전진하는 ‘고’냐 아니면 한 칸 후진하는 ‘빽도’냐의 갈림길이다. 이 시작은 불과 얼마 전 막을 내린 칸국제영화제에 올해 가장 큰 기대작으로 꼽혔던 한국 영화 2편이 경쟁과 비경쟁 부문에 나란히 진출하면서부터다. 하나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이고 또 하나는 연상호 감독의 ‘군체’였다.
전자는 ‘곡성’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스타 감독의 귀환이고, 후자는 ‘부산행’의 엄청난 흥행 이후 줄곧 좀비 소재의 영화를 선보여온 연상호 감독의 또 다른 호러 장르물이기 때문이다. ‘호프’는 제작비만 600억에서 700억 원 사이로 전해지며, ‘군체’는 200억 원 정도가 투입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호프’ 제작비 700억 원…전액 한국영화 산업 출자
제작비 700억 원의 손익을 한국 시장에서만 맞추려 한다면 ‘호프’는 2,000만 이상의 관객이 극장에 들어야 한다. 그러니 이 영화는 애초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다. 다시 말해 기존 한국영화의 한계를 넘어서는 프로젝트이고, 또 한국영화 산업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테스트라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제작비 전액이 한국영화 산업에서 출자되었다는 점이다. 한국과 해외 자본이 합쳐진 합작 시스템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중요해진다. 한국 자본 단독 투입으로 글로벌용 상업영화를 제작한 셈이기 때문이다. ‘호프’는 올해 칸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외 평단의 반응도 엇갈렸다. 대부분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전반부를 비롯, 영화 자체의 임팩트가 강렬하다는 평이다.
이 영화의 흥행 여부는 여전히 한국영화 산업의 존폐를 가늠하는 상징성을 내재하고 있다. ‘호프’는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영화다. 이 말인 즉, 극장에서 관람하기를 권장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관객들은, 아니 나조차도 대부분의 영화에 있어 스크린과 모바일 액정 사이의 차별화를 느끼지 않는 수준에 이르러 있다.
‘호프’의 상업적 성공은 어쩌면 이 ‘간극’을 확연히 깨닫게 만드는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는 평을 얻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필자 역시 최근 할리우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가족과 함께 IPTV로 관람했다가 짙은 후회가 살짝 밀려들었다. ‘극장에서 볼 걸!’이라는 후회였다.
작금의 영화산업에서 나홍진 감독이 박찬욱 감독도, 류승완 감독도 해내지 못한 희망을 이루어낸다면, ‘관객은 더 이상 극장에 가지 않는다’라는 비틀린 편견을 다시금 수정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간 관객은 극장을 떠났던 것이 아니라, 극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영화 ‘HOPE’, 한국영화 부활의 신호탄이 되길 희망한다
칸 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리기도 전에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극장에서 개봉을 감행했다. 어차피 비경쟁 부문 출품이었기에 그곳에서 프리미어 시사회를 가진 직후 바로 한국 극장 개봉을 한 셈이다. 칸 영화제에서의 평가는 불안했다. ‘군체’의 손익분기점은 한국 관객 400만 명이었는데, 7월 18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593만 명이다.
여기에 ‘호프’도 잘 되면 한국영화가 다시금 부활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격일 것이다. 그런데 안 되면? 일단 지금도 위축되어 있는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될 것이다. 배우들의 개런티 상승과 스태프 임금의 상승이 기본 제작 단가를 굉장히 높여둔 상태다. 그래서 산업은 더 보수적으로 움츠러들지도 모른다. 현재도 제작 편수가 과거 대비 70퍼센트 이상 줄어든 상태다. ‘호프’의 실패는 이를 더 확장시킬지도 모른다.
그래서 산업 관계자들 역시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추격자’, ‘곡성’을 흥행시킨 나홍진이라는 브랜드와 국내 톱 배우 및 할리우드 톱 스타까지 출연한 작품이, 심지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고, 약 700억 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다? 한국영화는 아마도 더 안전한 선택, 더 소극적 선택으로 돌아가 지금보다 더 심한 괴멸 상태에 이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영화 동아리 후배들에게 전화를 돌려보았다. 하나는 그래도 무사히 상업영화 촬영감독으로 안착해 있는 녀석이다. 최근에 OTT용 영화 한 편을 마쳤다고 한다. 그리고는 광고 영상 촬영도 한단다. 본업을 생각하면 일종의 ‘알바’인 셈이다.
또 하나는 프로듀서인 녀석이다. 몇 년 전 작업을 마친 영화가 개봉을 못하다가 곧 OTT를 통해서 공개된다고 한다. 그가 영화 현장에 입문한 지 거의 20년이다. 이 친구도 고작 3편 정도에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호프’와 ‘군체’의 (마케팅 및 홍보 비용을 포함한) 전체 제작비는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기세다. 사람들은 쇼츠 콘텐츠 속에 담긴 통속과 자극의 난무함이 낳은 도파민에 익숙해져 있다. ‘호프’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훌륭한 문법과 창조적 서사를 가졌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 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hope)한다.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각 영화 스틸컷]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6호(26.06.30) 기사입니다]

![[포토] 베돈크, 신인상 기세로 신인왕](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7/2026072121035335836_1.jpg)
![[포토] 베이비돈크라이, MTN 광고 신인상 수상](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7/2026072121011467403_1.jpg)
![[포토] '5회말 4실점으로 못버틴' 최원태](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7/2026072121011852984_1.jpg)


![김희철 "나이트클럽 갔다 연습 정지..목욕탕 다녀와도 반성문"[살롱드립]](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7/2026072119263098609_1.jpg)
![타일러, 81만 유튜브 종료 암시..제작진 해명 "계속 공개 예정"[스타이슈]](https://image.starnewskorea.com/cdn-cgi/image/f=auto,w=1200,h=1826,fit=cover,q=high,sharpen=2/21/2026/07/2026072119582935250_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