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미학을 한마디로 말하면 ‘균형과 조화’다. 우리 조상들은 밥상을 차릴 때 김치와 나물을 중심으로 차렸지만 꼭 고기를 하나 정도 올리려고 했다. 맛은 물론이고 과학적으로 영양과 건강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것이다. 채소와 고기 등 재료의 비율부터 삶기, 데치기, 무치기 등 조리법에서의 균형, 나아가 반찬의 색깔 조화까지도 고려했다. 반찬과 요리의 모습, 색깔만 보더라도 군침이 돌고 밥맛이 나게 했다.
다양한 색깔은 대부분 자연에서 나는 채소를 중심으로 맞췄다. 파란색은 채소의 색깔을 살려 나타냈고, 가장 맛있는 색깔인 빨간색은 고춧가루로 색을 내고 흰색은 대부분 무로 나타냈다. 반면 검은색은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나라 조상들은 영양과 건강 등 내면에서의 균형과 함께 맛과 색, 모양 등 외형에서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러한 한식의 미학은 사기오미론(四氣五味論)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음식학과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인 우리 어머니들은 사기오미론 같은 중국의 이론을 전혀 접할 수 없었다. 그저 고기와 나물, 건강과 영양, 맛과 색깔 등을 고려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강 밥상을 차렸을 뿐이다. 동시에 어른과 아이, 손님과 나그네, 남자와 여자 등 누구를 위한 밥상이냐에 따라 밥상을 받는 사람의 건강과 입맛에 맞춰 밥상을 차렸다.한 끼 음식을 장만할 때도 우리 조상들은 균형과 조화를 생각했다. 대표적인 음식이 비빔밥이다. 비빔밥을 보면 내면적으로 영양의 균형과 외면적으로 색깔의 조화를 잘 이룬 한 끼 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양학자들은 비빔밥의 색깔이 음양오행의 균형을 맞춘 음식이라고도 한다. 한의학자를 중심으로 일부 음식학자들은 한국인의 밥상에 대해 음양오행을 음식 색깔과 우리 몸의 오장육부를 관련지어 건강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오장(위, 간, 콩팥, 허파, 염통)을 각각 색깔로 구분하고, 이에 좋은 음식 색깔을 연결한 뒤 건강을 위해 여러 가지 색깔을 조화시켜 음식을 먹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음식 색깔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매주 7일 동안 무지개 색깔로 다른 음식(color foods)을 먹게 권장하는 ‘무지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먹게 한다.
이러한 한식의 미학은 서양의 미식학과 뿌리를 달리해 왔다. 영양과 포만감과는 거리를 둔,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단일식품 위주로 발전시킨 미식학으로는 비교 평가할 수 없는 또 다른 가치가 K푸드에 있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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