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댄스 추천해줄게. 영상 올리면 조회수도 잘 나오고 팔로워도 떡상해." 현역 군인 A씨는 지난해 3월 자신의 주거지에서 숏폼 플랫폼 '틱톡'에 접속했다. 그는 당시 틱톡에서 알게 된 10세 여아였던 B양에게 '손댄스' 영상을 올리면 대박을 노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A씨는 곧장 B양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초대했다. B양은 같은 날 저녁 한 손으로 핸드크림을 잡고 다른 쪽 손으로 이를 위 아래로 올렸다 내리는 모습을 담은 12초 분량 동영상 1개를 찍었다. 이 영상은 마치 남성의 성기를 잡고 흔드는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B양은 이 같은 영상을 총 3개를 더 촬영한 다음 오픈채팅방에 올렸다. A씨가 영상을 찍도록 유도하고 꾀어낸 것이다. A씨는 9일 뒤에도 B양에게 앞서 찍은 것과 유사한 영상을 촬영하도록 꾀어내 1개를 더 제작했다. A씨가 B양을 통해 제작한 아동 성착취물은 총 5개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틱톡을 기반으로 10대 청소년들을 노린 성착취물 제작 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강압적 수법을 쓰지 않고도 피해아동들이 자발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도록 꾀어내는 유형의 범행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A씨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부(재판장 김종헌)는 최근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피해아동의 성적 가치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인터넷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유통될 위험성이 있다"며 "A씨는 아직 성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 피해자에게 남성의 성기를 흔드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영상을 촬영하도록 했는데 범행 방법, 피해자의 나이 등에 비춰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점,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강압적 수단을 사용하지 않은 점, 다른 사람에게 성착취물을 배포한 정황은 없는 점, 피해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 노출 등은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처럼 '꾀어내는 방식'도 있지만 10대 청소년들이 용돈벌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판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14세에 불과했던 여중생 C양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 메인에 '문의는 라인 주세요 #일탈 #용돈 #고딩 #영상판매 #틱톡 #틱톡춤 #제로투'라는 게시글과 '18살 본인 사진만 사용한다'는 문구를 올려놨다. 틱톡에서 유행하는 춤이나 자신의 신체 사진과 영상을 찍어 판매한 것이다.
이 게시글을 본 D씨는 C양에게 연락해 영상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C양에게 2만5000원을 송금했다. 이어 메신저를 통해 C양의 신체 민감 부위가 촬영된 영상 총 21개를 전송받아 시청했다.
그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착취물 소지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 명령도 받게 됐다. D씨가 소유한 성착취물이 많지 않고 타인에게 유포하지 않은 점이 유리한 양형 조건으로 작용했다.
틱톡은 자체적인 청소년 보호 정책을 시행 중이다. 실제로 국내에선 만 14세 이상 청소년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만 16세 미만 사용자 계정은 '비공개'가 기본 설정이다. 다이렉트메시지(DM) 사용도 제한한다. 만 18세 미만 사용자에 한해 라이브 스트리밍도 막고 있다.
그런데도 전 세계 각국에서 미성년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금지하는 'SNS 금지법'을 추진하면서 틱톡 등 관련 기업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