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억 벌어도 살 집 없다…‘AI 슈퍼리치’에 떠밀리는 美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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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샌프란시스코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집들이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다. AP/뉴시스

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샌프란시스코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집들이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다. AP/뉴시스
실리콘밸리의 한 IT 기업. 거래처 관리 담당자 카트린 라즈니악(27)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아담 우드버리(39)는 파트너 관계다. 둘의 연봉을 합치면 36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 5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침실 하나짜리 아파트를 구하지 못했다. 둘은 석 달 동안 매물 30곳을 돌아다니다 결국 집 찾기를 그만뒀다. 침실 1개가 딸린 월세 5200달러짜리 방엔 오픈 하우스가 시작 한 시간 만에 신청자 30명이 몰렸다.

2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실리콘밸리 드림’을 쫒아 샌프란시스코로 온 젊은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는 주거비에 부딪히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기존의 구매력을 넘는 ‘슈퍼리치’들이 등장하자, 물가와 주거비가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픈AI, 앤스로픽, 스페이스X 등 천문학적인 기업 가치를 자랑하는 AI 기업들이 등장하며 실리콘밸리의 평균 소득은 급증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프란시스코 평균 연봉은 2020년 15만3359달러에서 지난해 19만6365달러(약 3억400만 원)로 뛰었다. 특히 민간 조사기관 사크라(Sacra)에 따르면, 곧 ‘억만장자’가 될 예정인 세 기업의 전현직 직원은 약 2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슈퍼리치’ 쏟아지는 실리콘밸리…물가 ‘전국 최고’ 수준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의 핵심 기술 기업들이 모인 ‘실리콘밸리’가 있는 지역이다. 최근 이곳으로 AI 인재들이 몰려들며 생활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전체 평균 대비 샌프란시스코의 생활비는 65.6% 높다. 공공요금은 41%, 교통비는 43%, 식료품비는 19% 더 든다.

임대료도 전국 1위 수준이다. 부동산 데이터 업체 코스타(CoStar)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평균 아파트 임대료는 월 3827달러(약 593만 원)로 뉴욕시를 제치고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빈 방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마리나 디스트릭트 등 번화가의 공실률은 2020년 약 13%에서 현재 약 3%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주거비 상승이 가장 먼저 때린 것은 청년들이다. 라즈니악은 2022년 링크드인 채용 담당자로 샌프란시스코에 입성했다. 이후 소프트웨어 기업 리플링으로 옮기며 연봉은 18만 달러(약 2억7900만 원)까지 뛰었다. 우드버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18만 5000달러를 번다. 두 사람의 소득은 미국 가구 소득 상위 20% 안팎에 든다.그래도 집은 구해지지 않았다. 둘은 결국 갈라져야 했다. 우드버리는 물가가 저렴한 인근 카넬리안 베이로 이주했으며, 라즈니악은 인근 지역에서 룸메이트 둘과 월 1650달러(약 255만 원)를 내며 살고 있다. 우드버리는 “AI 기업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제는 이곳에 살 자격조차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 ‘억만장자’ 전문직도 살 곳 없다…실리콘밸리는 ‘전쟁 중’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주거지 찾기 경쟁은 전쟁에 가깝다. 올해 1월 샌프란시스코로 온 졸리 간(23)은 연봉 25만 달러(약 3억8700만 원)를 받는다. 그런 그도 2개월 만에 이사를 3번이나 해야 했다. 침실 2개라고 했지만 실제론 아니었던 집과, 쥐와 곰팡이가 있던 건물을 나온 것.

샌프란시스코 시장 다니엘 루리는 △보육 지원, △가족용 주택 공급 지역 개편, △대중교통 인프라 확보 등으로 주거 비용을 낮출 예정이지만, ‘식스 피겨(Six figures·억대 연봉 수익자)’의 마음을 돌리긴 역부족이다.

살인적인 주거비에 생이별한 라즈니악과 우드버리는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라즈니악은 NYT에 “우리는 집을 갖고 싶고, 차고도 갖고 싶고, 수납공간도 갖고 싶다“며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게 도무지 손에 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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