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고물가 샌프란시스코
AI 인재들 몰리자 계속 상승
고액연봉도 집세·생활비 못버텨
“AI회사 안 다니면 살 자격 없어”
소프트웨어 기업 리플링에서 어카운트 매니저팀을 이끄는 카트린 라즈니악(27)의 연봉은 18만 달러(약 2억 8000만 원)다. 그녀의 파트너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아담 우드버리(39) 역시 18만 5000달러의 고연봉자다. 하지만 미국 상위 20%에 속하는 이들의 소득으로도 현재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이 커플은 올봄 월 5000달러(약 780만 원) 이하의 침실 1개짜리 아파트를 구하려다 결국 포기했다. 3개월간 약 30곳의 매물을 확인했지만, 지나치게 비싸고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월 5200달러짜리 한 아파트의 오픈 하우스에는 단 1시간 만에 30명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우드버리 씨는 물가가 더 저렴한 캘리포니아 카넬리안 베이로 이주했고, 라즈니악 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룸메이트 두 명과 함께 월 1650달러를 내며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의 드림을 쫓아온 젊은 기술 노동자들은 이제 샌프란시스코에서 감당할 수 없는 주거비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과 기업들이 기업가치 1조 달러에 육박하며 상장을 준비함에 따라, 다른 IT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AI 엘리트’ 계층이 등장했다.
아담 우드버리는 “AI 회사에서 일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이곳에 살 자격이 없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생활비는 전통적으로 높았지만, AI 인재들이 몰려들며 그 압력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스타(CoStar)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평균 아파트 임대료는 뉴욕을 제치고 전국 1위(월 3827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전국 평균 대비 샌프란시스코 생활비는 65.6%가 높고, 교통비는 43%, 식비는 19%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저렴한 주거지를 찾기 위한 경쟁은 전쟁에 가깝다. 연봉 25만 달러를 받는 졸리 간(23)은 2개월 만에 이사를 3번이나 해야 했다. 침실 2개로 속여 계약한 집을 떠나야 했고, 쥐와 검은 곰팡이가 있는 건물을 탈출하기도 했다. 그녀는 연봉 20만 달러 이하의 친구들이 집세와 식비로 수입의 거의 전부를 소진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다니엘 루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보육 지원, 새로운 가족 주택 구역 지정, 교통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고물가에 밀려나는 억대 연봉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물가 때문에 생이별을 해야했던 라즈니악과 우드버리는 이제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워싱턴주 시애틀로의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라즈니악은 씁쓸하게 토로했다.
“우리는 마당과 차고, 그리고 창고가 있는 집을 원합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그것이 도무지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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