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인데 성과급 5.7억"…갈등 최고조로 치달은 삼성

3 days ago 7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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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이 70%를 넘는 찬성률로 가결됐다. 작년 12월 본교섭에 들어간 지 5개월 만이다. 가까스로 총파업 위기는 피했지만 주주 반발과 노노 갈등 등 풀어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잠정 합의안이 지난 22일부터 한 찬반투표 결과 찬성 73.7%로 가결됐다고 27일 밝혔다. 노조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이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은 95.5%였다.

가결은 됐지만 상처가 크다. 사업부문 간 찬반 비율이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반도체(DS) 부문 직원 비중이 높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에선 투표자의 80.6%인 4만460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가전·모바일(DX) 부문 직원 중심인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찬성률은 21.1%(1536명)에 그쳤다. DX 부문 직원 대부분이 합의안에 반대했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이날 “5년간 5조원을 조성해 상생 및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가결에 대해 “나쁜 합의도 좋은 판결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연봉 1억인데 성과급 5.7억"…갈등 최고조로 치달은 삼성

대척점에 선 2개의 법안…법원 우선순위 판례 아직 없어
노조 요구는 합법적이지만 조단위 성과급은 위법 가능성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해 12월 첫 교섭 이후 5개월여 만에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타결지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노조에 대한 청와대·정부의 경고 속에서 극적 타결을 이뤄냈지만, 상처가 작지 않았다. 특히 이번 타결로 지난 3월 개정된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따른 노조의 성과급 요구 권한과 주주 이익의 부당한 손실을 제한하는 상법상 법리가 정면충돌하는 불씨를 안게 됐다. 업계에선 이번 합의가 향후 삼성전자의 경영 안정성과 주주 가치를 뒤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진 수습에도… 법정 공방 지속

27일 발표된 삼성전자 임금 및 성과급 합의안의 투표 결과는 회사 내부가 사업부별로 얼마나 극심하게 쪼개져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반도체(DS) 중심의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96.5%의 압도적인 투표율 속에 80.6%가 찬성해 합의안을 가결했다. 반면 가전·모바일(DX) 중심의 전국삼성전자노조는 89% 투표율을 기록했으나 찬성률은 고작 21.1%에 그쳤다.

분열의 원인은 성과급 격차에 있다. 합의안은 DS부문에만 사업 성과(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 핵심 골자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메모리 사업부 직원(연봉 1억원 기준)은 특별성과급으로만 5억7000만원을 쥐게 된다. 적자 사업부 직원이라도 올해 1억6000만원을 받는다. 이에 비해 DX 직원이 받는 특별성과급은 600만원에 그친다. 사업 부문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이유다.

경영진은 이날 즉각 갈등 수습에 나섰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입장문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영 전반을 깊이 성찰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투입해 중소 협력사 지원, 산업재해기금 조성, 미래 인재 육성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DX부문 집행부를 재구성해 DX부문을 전담해 챙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DX 중심의 동행노조는 전날 찬반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공방에 들어갔다. 주주 반발도 갈등의 불씨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 중심의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번 합의를 회사 재산을 낭비한 상법상 배임으로 보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반도체 피크아웃 땐 대혼란 불가피

산업계와 금융계에선 이번 합의가 삼성전자를 재차 뒤흔들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특별성과급 제도가 이르면 내년 말 실적 둔화기와 맞물릴 경우 회사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반도체 업황은 고점을 찍고 내려올 때 기업의 이익은 한동안 유지되더라도 주가는 미래 실적 둔화를 반영해 먼저 하락한다.

이 시점에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들은 “회사가 최고 실적을 낼 때 적자 사업부에 성과급을 퍼주느라 정작 주가 방어와 주주 환원에 쓸 재원을 낭비했다”며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주가 하락은 노조의 재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주가가 내려가면 직원들은 지급받은 자사주 가치 하락을 이유로 회사에 다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국내 법체계의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정 노조법 기준에선 노조가 성과급을 당당히 요구할 권리가 생겼지만, 상법 기준에선 주주들이 이를 배임으로 소송할 권리가 있다. 주주 충실 의무를 강조한 상법 기준에선 적자 사업부에 조단위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행위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두 법이 충돌할 때 어느 법을 우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원 판례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2년 뒤 반도체 업황이 꺾이고 주가가 내려앉는 시점이 오면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해령/김채연/원종환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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