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하시겠습니까"…샤넬이 보낸 문자에 동의했더니 생긴 일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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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비스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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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의 계정을 글로벌 통합 서비스에 연결하려면 동의가 필요합니다.”

해외 명품 구매 고객이라면 한번쯤 받아 봤을 메시지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발송하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나 한결같은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새로운 글로벌 고객 맞춤 서비스 런칭을 준비 중”이라며 개인정보 처리 및 국외 이전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샤넬 등 명품 브랜드들은 어떤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일까.

명품업계에 따르면 럭셔리 브랜드들은 고객 정보를 한 데 모아 관리하는 식으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과거 매장 직원의 머릿 속에만 있던 개별 VIP 고객의 취향과 구매 이력을 글로벌 본사 데이터베이스에 담아 관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샤넬의 고객 맞춤 서비스도 이같은 변화에 따라 준비 중인 시스템이다. 서비스에 동의를 하면 샤넬 등 명품 브랜드들은 고객이 웹사이트, 앱 등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그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게 된다. 개별 매장이나 지역 차원에서 하던 고객 관리를 본사에서 통합해 관리하기 위해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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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이나 살롱 등 특정 지역 매장 형태로 운영되던 명품 브랜드가 전 세계 수백 개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생긴 변화다. 고객 관리 역시 사람의 기억과 관계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중앙집중형 데이터 기반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명품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과거 명품 고객은 파리·밀라노·런던 등 특정 부티크를 찾는 지역 기반 소수 상류층이었다. 고객이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사이즈를 입으며, 어떤 방식의 응대를 선호하는지는 매장에 상주하는 장인이나 판매 직원의 기억 속에만 남았다. 개별 직원의 관리만으로도 VIP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만큼 고객의 범위가 좁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명품 브랜드의 고객은 전세계로 확대됐다. 한 명의 고객이 여러 나라를 오가며 소비하기도 한다. 개별 매장 기록만으로는 고객의 구매력과 취향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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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명품업계에서는 ‘글로벌 CRM’과 ‘클라이언텔링(clienteling)’이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예컨대 고객이 서울에서 가방을 사고, 파리에서 수선을 맡기고, 홍콩에서 신제품을 문의하더라도 브랜드가 이를 하나의 고객 이력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명품기업 케링그룹은 수년 전 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본국과 해외를 막론하고 고객을 식별하고 VIP 수준에 맞게 응대하는 것을 CRM 전략의 목표로 두고 있다. 중복된 고객 프로필을 하나로 합치고, 고객 어드바이저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응대하도록 하는 작업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이 변화의 본질은 고객과 브랜드 간의 관계의 주도권이 판매원 개인에서 브랜드 본사로 이동하는 데 있다. 과거 명품 부티크에서는 담당 직원이 고객의 취향과 구매 맥락을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매장 직원과 고객과의 친밀감에 따라 수요를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개별 직원의 퇴사·이직 등으로 변화가 생기면 고객 관리 체계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는 취약점이 크다. 인력 변동이 잦아질수록 리스크가 큰 셈이다.

글로벌 고객 통합 관리는 이같은 약점을 보완한다. 고객의 구매 흐름을 공식 채널 안에 묶어두는 효과가 있다. 리셀, 병행수입, 국가별 가격 차를 비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고객 데이터는 판매 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수선, 교환, 신제품 제안, 프라이빗 행사 초청도 더 정교하게 받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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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사들이 고객 데이터 통합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 성장 둔화다. 글로벌 명품 시장은 고금리, 중국 소비 둔화, 누적된 가격 인상 피로감 등으로 예전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신규 고객 유입이 둔화되자 브랜드들은 기존 고객, 특히 고액 구매 고객을 붙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명품업계에선 최근 브랜드의 핵심 경쟁을 ‘VIC(Very Important Client) 확보전’으로 설명한다. 보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상위 2% 고객이 글로벌 명품 매출의 45%를 차지한다. 주요 명품 하우스들이 고액 고객을 붙잡기 위해 개인화 서비스와 세일즈 어드바이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를 활용한 클라이언텔링도 확산하고 있다. 제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인공지능 기반 고객 응대 시스템 ‘제냐 X’를 개발했다. 매장 직원이 고객의 취향과 상황에 맞춰 왓츠앱, 이메일, 문자 등으로 개인화된 상품을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제냐 측에 다르면 제냐 X는 제냐 리테일 매출의 45% 이상에 기여했으며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평균 지출이 일반 고객보다 75%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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