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관광은 외형상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 수입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았지만, 체류기간 단축과 소비패턴 변화로 1인당 지출액은 감소했다. 동시에 내국인의 해외 소비도 확대되면서 관광 수지는 3년 연속 100억달러 안팎의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5일 한국관광공사와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893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9년 1750만명이다. 관광 수입은 218억9000만 달러로 2019년 대비 5.5% 증가했다. 그러나 1인당 지출액은 1155.8달러에 그쳤다. 2019년(1185.2달러)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방문객 증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수익성 둔화의 핵심 원인으로는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가 꼽힌다. 기존 면세점·대형 쇼핑몰 중심에서 로드숍으로 소비가 이동하면서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과 1인당 매출액이 모두 감소했다.
외국인 면세점 총매출은 2019년 178억4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5억6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사실상 3분의 1 수준이다. 단체 관광객 중심의 대량 구매에 기대던 인바운드 수익 구조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놀자리서치는 과거 단체 관광객의 '대량 쇼핑'에 의존하던 인바운드 수익 모델의 수명이 다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방문객 수 확대가 아닌 관광객의 소비 구조 변화에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방한 외국인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팝과 K드라마 등 K콘텐츠의 글로벌 열풍으로 아시아는 물론, 미주-유럽 등 장거리 시장 회복세도 뚜렷했다. 특히 크루즈 관광객은 5배 이상 급증했다. 입국자 수는 17만명에서 90만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다만 크루즈 관광의 특성상 기항지에서 8시간가량 제한적으로 체류해 소비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외형 성장에는 기여했지만, 체류시간이 짧아 평균 관광 수입을 줄이면서다.
결과적으로 관광수지는 10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3년 연속 100억달러 이상 대규모 적자다. 숫자상 인바운드 관광 시장은 회복했지만, 체감 수익은 뚜렷이 개선되지 못한 구조다.
전문가들은 인바운드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단순 방문객 수 확대를 넘어 고부가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체류형·경험형 관광 모델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 관광 소비액이 2019년 대비 5.3배 폭발적으로 성장한 약 2조796억원을 기록한 데다 과거 면세 쇼핑 중심의 수익 구조가 힘을 잃은 만큼, 의료를 비롯한 웰니스·프리미엄 체험 등 고부가 영역을 중심으로 한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의료관광과 같은 '현지 밀착형 하이엔드 경험재'가 기존 면세 쇼핑의 부진을 상쇄하고 1인당 지출액 반등을 이끄는 새로운 핵심 동력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관광객 수는 이미 회복을 넘어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양적 성장’을 ‘질적 수익’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한국 관광산업이 구조 전환의 분기점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2025년 11월 불거진 중·일 외교 갈등이 한국 관광 시장의 불균형을 완화할 전략적 변수로 부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 여파로 12월 방일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45.3% 급감했고, 이탈 수요가 즉각 다른 국가로 전이되지 않으면서 중국 전체 해외여행 수요도 둔화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12월 방한 중국인 수가 방일 규모를 앞지르며 한국이 일정 부분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홍 수석 연구원은 "일본 이탈 수요의 한국 유입 효과는 올해 2월 춘제 연휴가 포함된 1분기 실적에서 더욱 명확해질 것"이라며 '지출 규모가 큰 중국인 수요 유입이 확인된다면 하락한 1인당 지출액을 끌어올려 관광수지 적자 개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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