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의 그 명화 걸렸다”…정선 '박연폭포'로 느끼는 봄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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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신묘년풍악도첩', 1711, 종이에 먹과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정선 '신묘년풍악도첩', 1711, 종이에 먹과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보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 선비들은 그림의 바탕에 글씨가 있다고 여겼다. ‘서화동원’(書畵同源) 철학이다. 그렇다고 그림이 글씨의 부속품인 것은 아니다. 필획의 굳센 기운이 사람의 인격이라면, 그림은 그 기운을 형상으로 전이한 결과였다. 문인들이 명창정궤(明窓淨机·밝은 창에 정돈된 책상)를 따지면서도 산수화를 그리려 산천을 찾아다니며 ‘진경(眞景)’을 눈에 담는 수고를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금강산과 함께 선비들이 특히 사랑한 명승 중 한 곳이 개성의 박연폭포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도 70대에 말년에 접어들어 이 폭포를 그렸다. 폭포를 부감(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하는 멋, 실제보다 짙은 먹으로 강조해 장엄함을 더한 절벽 등 무르익은 필치가 압권이다. ‘인왕제색도’ ‘금강전도’와 함께 정선의 대표작으로 늘 손꼽히는 이유다.

정선의 ‘박연폭포’를 실제로 눈에 담을 기회가 생겼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하 박물관)이 오는 26일부터 재개관하는 서화실을 대표할 ‘이 계절의 명작’으로 전시장 한복판에 걸었기 때문이다. 개인소장품이라 여느 대형 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명작이 나타난 만큼 미술 애호가들의 화제를 끌 전망이다. 25일 재개관 언론공개회에 나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연폭포’는 실제로 본 사람이 몇 없는 ‘도록 속 명화’로, 소장가가 박물관을 믿고 대여해줬다”며 “많은 국민들이 작품을 보며 감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 '박연폭포', 18세기, 종이에 먹, 개인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정선 '박연폭포', 18세기, 종이에 먹, 개인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박물관은 지난해 8월부터 박물관 2층에 위치한 서화실 개편 작업을 진행해 왔다. 서화실은 빛에 취약한 옛 글씨와 그림 특성상 분기마다 작품을 교체해왔지만, 뚜렷한 특색이 없어 늘 비슷한 작품만 걸려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에 서화실을 작품만 갈아 끼우는 소극적 공간에서 시즌별 테마가 뚜렷한 ‘상설전 속 기획전’ 공간으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유 관장은 “어차피 작품을 교체해야 한다면 3개월마다 특색 있는 ‘원포인트 기획전’으로 운영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관람객이 계절마다 박물관을 재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오는 4월 26일까지 서화실을 대표할 첫 원포인트 기획전이 바로 정선의 작업이다. 정선 탄생 350주년을 기념해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를 주제로 그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박연폭포’와 함께 박물관 컬렉션인 보물 ‘신묘년풍악도첩’ 등 70건이 관람객과 만난다. 정선의 오랜 벗이자 한국적 인물화와 풍속화의 새 지평을 연 관아재 조영석(1687~1761)의 대표작 ‘설중방우도’도 주목할 작품으로 함께 걸렸다. 박물관은 정선 전시 이후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 ‘조선 모더니즘: 조선 말기의 회화’로 계절별 주제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주제전 작품 외에도 눈에 담을 걸작들이 많다. 안평대군 이용(1418~1453), 석봉 한호(1543~1605) 등 조선 명필의 글씨, 왕이 머무는 자리에 걸렸던 ‘일월오봉도’ 같은 대형 그림부터 ‘호작도’ 등 최근 주목받는 민화들이 특색 있게 전시됐다. 섬유공예가 임서윤이 직물을 활용해 만든 ‘서화가의 창’ 등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전시 인테리어도 눈에 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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