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들은 그림의 바탕에 글씨가 있다고 여겼다. ‘서화동원’(書畵同源) 철학이다. 그렇다고 그림이 글씨의 부속품인 것은 아니다. 필획의 굳센 기운이 사람의 인격이라면, 그림은 그 기운을 형상으로 전이한 결과였다. 문인들이 명창정궤(明窓淨机·밝은 창에 정돈된 책상)를 따지면서도 산수화를 그리려 산천을 찾아다니며 ‘진경(眞景)’을 눈에 담는 수고를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금강산과 함께 선비들이 특히 사랑한 명승 중 한 곳이 개성의 박연폭포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도 70대에 말년에 접어들어 이 폭포를 그렸다. 폭포를 부감(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하는 멋, 실제보다 짙은 먹으로 강조해 장엄함을 더한 절벽 등 무르익은 필치가 압권이다. ‘인왕제색도’ ‘금강전도’와 함께 정선의 대표작으로 늘 손꼽히는 이유다.
정선의 ‘박연폭포’를 실제로 눈에 담을 기회가 생겼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하 박물관)이 오는 26일부터 재개관하는 서화실을 대표할 ‘이 계절의 명작’으로 전시장 한복판에 걸었기 때문이다. 개인소장품이라 여느 대형 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명작이 나타난 만큼 미술 애호가들의 화제를 끌 전망이다. 25일 재개관 언론공개회에 나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연폭포’는 실제로 본 사람이 몇 없는 ‘도록 속 명화’로, 소장가가 박물관을 믿고 대여해줬다”며 “많은 국민들이 작품을 보며 감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지난해 8월부터 박물관 2층에 위치한 서화실 개편 작업을 진행해 왔다. 서화실은 빛에 취약한 옛 글씨와 그림 특성상 분기마다 작품을 교체해왔지만, 뚜렷한 특색이 없어 늘 비슷한 작품만 걸려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에 서화실을 작품만 갈아 끼우는 소극적 공간에서 시즌별 테마가 뚜렷한 ‘상설전 속 기획전’ 공간으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 유 관장은 “어차피 작품을 교체해야 한다면 3개월마다 특색 있는 ‘원포인트 기획전’으로 운영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관람객이 계절마다 박물관을 재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오는 4월 26일까지 서화실을 대표할 첫 원포인트 기획전이 바로 정선의 작업이다. 정선 탄생 350주년을 기념해 ‘겸재 정선: 아! 우리 강산이여!’를 주제로 그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박연폭포’와 함께 박물관 컬렉션인 보물 ‘신묘년풍악도첩’ 등 70건이 관람객과 만난다. 정선의 오랜 벗이자 한국적 인물화와 풍속화의 새 지평을 연 관아재 조영석(1687~1761)의 대표작 ‘설중방우도’도 주목할 작품으로 함께 걸렸다. 박물관은 정선 전시 이후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 ‘조선 모더니즘: 조선 말기의 회화’로 계절별 주제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주제전 작품 외에도 눈에 담을 걸작들이 많다. 안평대군 이용(1418~1453), 석봉 한호(1543~1605) 등 조선 명필의 글씨, 왕이 머무는 자리에 걸렸던 ‘일월오봉도’ 같은 대형 그림부터 ‘호작도’ 등 최근 주목받는 민화들이 특색 있게 전시됐다. 섬유공예가 임서윤이 직물을 활용해 만든 ‘서화가의 창’ 등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전시 인테리어도 눈에 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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