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3선을 노리는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 사진=연합뉴스 |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사진=연합뉴스 |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사진=연합뉴스 |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그만큼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을 막아야 한다는 체육계 열망이 크다는 뜻 아니겠어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제42회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바라보는 한 체육계 인사의 말이다.
대한체육회장의 권한은 어마어마하다. 대한체육회 1년 예산이 웬만한 지방자치단체보다 많은 4400억 원에 이른다. 80여 개 회원 종목단체가 대한체육회 산하에 있고, 17개 시도 체육회, 225개 시군구체육회에 예산을 교부하는 등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체육 대통령’이라고 불린다.
내년 1월 14일 열리는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선언하거나, 공식화한 후보는 총 8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직무 정지를 당한 이기흥(69) 현 회장이 여전히 3선을 노리는 가운데 △강신욱(68)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장 △오주영(39)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강태선(75) 전 서울시체육회장이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안상수(78) 전 인천시장은 오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회장 선거 공식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김용주(63)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도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25일 체육회장 후보자 등록 일정을 앞둔 가운데 역대 최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8명 모두 완주할 가능성은 낮다. 과거처럼 출마를 선언했다가 선거를 앞두고 사퇴하는 경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선거에서는 7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최종적으로 4명이 경선을 치렀다.
교수, 기업인, 정치인, 전 국가대표 등 지금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들의 경력도 다양하다. 나이도 30대, 40대, 50대 각 1명, 60대 3명, 70대 2명으로 고르다.
어느 때보다 선거 열기가 뜨거운 건 대한체육회의 변화를 바라는 체육계 내부 목소리가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기흥 회장이 잇따른 논란에 휩싸이면서 체육계의 반발은 커져가는 분위기다.
여론도 이기흥 회장에 대해 부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달 3∼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현안조사에서 ‘이 회장의 3선 도전 적절성’ 질문에 82.1%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은 5.9%에 불과했다.
이 회장의 불안한 상황은 ‘대권’을 노리는 후보들에게는 좋은 타깃이다. 이 회장은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 조사에서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등 비위 혐의가 포착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진천선수촌 시설 관리업체 선정 과정의 입찰 비리 의혹과 관련해선 이 회장의 핵심 측근 2명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현재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수사 중이다.
현재 문체부로부터 직무정지를 당한 이 회장이 두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이 드러날 경우 업무 방해 등 혐의로 형사 처벌은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이 회장이 출마를 포기하거나 후보자 등록을 하고도 완주하지 못할 수 있다.
A후보 측 관계자는 “스포츠계 밑바닥 민심을 살펴보면 이기흥 회장에 대한 반감이 생각보다 심하다”며 “4년 전 이 회장에게 투표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절대 찍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적어도 4년 전 지지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출마 선언을 하고 3선 도전에 나선다면 나머지 후보들이 ‘반이기흥 연대’를 통해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모든 후보가 이 회장과 각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일부 후보는 선거 직전 이 회장 지지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후보자 난립은 그만큼 이 회장의 절대 권력이 무너졌고, 출마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비상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정부 기능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 이 회장에게 유리할 수 있어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