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지명한 레베카 라셈. /사진=KOVO 제공 |
다음 시즌 V-리그에서 활약할 외국인 선수가 확정됐다. 그 중에서도 사실상 1순위 지명권을 사용한 광주 페퍼저축은행의 조 웨더링튼(24)과 인천 흥국생명의 레베카 라셈(28·이상 미국)이 눈길을 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9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2025 KOVO 여자부 외인 드래프트 결과를 공개했다.
전체 2순위임에도 화성 IBK기업은행이 빅토리아 댄착(26·우크라이나)과 재계약을 택하며 2순위 페퍼저축은행은 사실상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선택은 웨더링튼이었다.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그리스 리그 등에서 뛴 웨더링튼은 신장 184㎝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페퍼저축은행의 창단 후 첫 탈꼴찌 도전을 위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KOVO에 따르면 웨더링튼은 드래프트 직후 "내 파워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부분이다. 이 강점으로 팀 성공에 기여하고 싶다"며 "한국은 수비적으로 뛰어난 리그라 잘 때리고 마무리해야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V-리그는 내게도 큰 테스트가 될 것이다. 조건에 만족하고, 내게 어떤 역할을 바라는지도 잘 안다.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페퍼저축은행이 지명한 조 웨더링튼. /사진=KOVO 제공 |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4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지난 시즌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기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외국인 드래프트에서도 행운이 따르며 미소를 짓게 됐다.
장소연 감독의 기대가 크다. 장 감독은 "트라이아웃 현장은 구슬이 돌아가는 순간 떨리고 부담도 된다. 다행히 (재계약한) 기업은행 이후 지명권을 받아 안도했다. 웨더링튼은 여기 오기 전에 확인한 영상과 현장에 왔을 때 플레이가 일치한 선수였다. 현장에서 웨더링튼의 경기를 보며 실력적인 부분을 체크했다"며 "웨더링튼의 강점은 파워다. 결국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좋지 않은 볼을 마무리할 수 있는 한방이다. 파워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고 우리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신장이 크지 않지만 점프가 좋고 팔이 길어 타점이 잘 나온다. 블로킹도 높이도 좋다. 하나 더 고민한 선수가 있었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배구, 팀에 맞다고 생각한 선수를 소신대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큰 웨더링튼이다. 그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K팝을 훈련 때 많이 들으며 경험하겠다"며 "한국 배구가 훈련이 많고 강도가 세다는 것을 아는데 거기서 내가 얼만큼 잘해낼 수 있는지 기대한다. 한국 음식은 미국에서도 몇 번을 먹었다. 스페인어, 그리스어 등 언어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말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에 당연히 오실 것이고, 오프시즌에 내가 휴가를 떠나더라도 한국에 남아서 계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제' 김연경의 은퇴로 전력 공백이 커진 흥국생명의 선택도 주목을 받았다. 흥국생명은 2021년 IBK기업은행에 합류했던 한국계 미국인 라셈을 지명했다.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라셈은 첫 한국 무대 도전 당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시즌 도중 계약 해지된 바 있으나 이후 그리스와 미국 무대에서 활약한 뒤 푸에르토리코의 과이나보 메츠에서 활동한 뒤 전체 7순위로 다시 V-리그로 돌아왔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던 라셈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당장이라도 한국에 가고 싶다. 벅차고 감동적"이라며 "다른 선수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고, 마지막에야 불렸다. 믿을 수 없고, 표현하기도 힘들다. 울고 싶고, 소리도 지르고 싶었는데 웃으며 무대에 올랐다"고 기뻐했다.
흥국생명 레베카 라셈(왼쪽부터), 정관장 엘리사 자네트, 페퍼저축은행 조 웨더링튼. /사진=KOVO 제공 |
이전과는 확실히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나아가 김연경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역할까지 떠안았다. 차세대 에이스 정윤주가 있고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이다현이 합류했지만 사이드에서 더 확실한 공격을 펼쳐줄 선수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라셈이 해내야 한다. 김연경은 이번 드래프트에 흥국생명의 어드바이저로 동행했다.
라셈은 "과거의 모습은 과거다. 당시 V-리그를 떠날 때부터 한국에 다시 오고 싶었다. 그 다짐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새로운 버전의 나를 보여줄 것이다. 더 많은 에너지와 더 성숙하고 동기부여 된 모습, 그리고 강한 선수라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며 "김연경이라는 선수를 늘 존경해왔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자주 얘기를 했는데 대단한 선수일 뿐 아니라 대화도 편한 선수였다. 나는 김연경과 대화할 때 '이번에 한국에서 다시 뛰고 싶은데 한 시즌이라도 함께 뛰면 안 되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제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김연경의 레거시가 남은 흥국생명이라는 팀에서 김연경과 함께 뛴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당시와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라셈은 "기술적인 것을 말하고 싶다. 볼을 때릴 때 팔의 위치와 각도, 깊게 때리기 위한 어프로치와 발 위치 등까지 많은 점에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더 연습해서 오겠다"고 전했다.
요시하라 도모코 흥국생명 감독은 "라셈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한 선수라는 점에서 지명했다. 팀플레이, 블로킹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 다음 시즌 구상을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다. 전략적으로는 종이로 다양하게 그려보고 있지만 실제로 가능한지는 봐야 한다. 지금 많은 패턴을 생각했다. 부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김연경 등이 빠지며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실전에서 대비를 잘 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흥국생명의 어드바이저로 함께 한 김연경(왼쪽). /사진=KOV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