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소속 임 위원장 청문회 안건 상정 안해
후보자 입장 안한 상태로 여야 설전 벌여
이혜훈 “75% 제출” 자진 사퇴는 일축
金총리, 청문 거부에 “궁색하다”
19일 예정됐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자료 부실 제출 논란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장에 입장하지 못한 채 장외에서 “소명할 기회를 갖고 싶다”며 야당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당초 여야가 합의한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시간에 맞춰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인사청문회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채 시작부터 서로 언쟁을 벌였다.
임이자 위원장은 “양당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청문회를 상정할 수 없다”며 안건 상정을 거부했다. 현재 재경위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위원이 과반을 점하고 있으나, 위원장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맡아 안건 상정 등 회의 진행권을 행사하고 있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 제출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오후 5시까지 자료가 충실하게 안 오면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며 “제출된 답변은 전체의 1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권영세 의원 역시 “보통 의원들 요구 대비 자료 제출 비중은 65%는 맞추는 게 관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거들었다. 범여권인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조차 “자료 제출 건에 대해 민주당 위원님께서 노력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자료가 부실하다고 해도 청문회를 보이콧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도저히 제출할 수 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며 “자료가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추가적으로 요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후보자는 청문회장 안으로 들어서지도 못했다.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간사와 협의도 없이 후보자를 앉히지도 않고 일정 조정에 관한 말씀을 하는 것은 청문회를 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국민을 대신해 후보를 검증해야 할 책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재경위 전체회의는 시작 후 1시간30분가량 공방 끝에 여야 간사 간 추가 협의를 위해 정회하기도 했다.
국회를 방문한 이 후보자는 복도에서 대기한 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청문회가 열려서 국민들 앞에 소상히 소명할 기회를 갖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국민에게 설명부터 드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료 제출 미비 지적에 대해서는 “확보할 수 있는 건 다 제출했고 75%정도를 냈다”며 “심지어 30~40년 전 것을 달라고 하는데 국가기관이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못 내는 것들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관련법상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도 국무위원을 임명할 수 있으며, 상임위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단독으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야당과의 협의 없는 임명 강행은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태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독으로 (청문회를) 하는 게 국민들이 보기에 모습이 안 좋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결격 사유가 드러났다”며 “대통령이 지명했으니 청문회는 해봐야 한다는 것은 매우 오만한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더는 고집부리지 말고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는 검증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며 “청와대의 망가진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전면 쇄신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이 후보자에 대한)7건의 고발장이 접수됐다”며 “방배경찰서에서 집중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방배경찰서는 오는 21일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는 아파트 부정 청약 및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가족이 전체적으로 공모한 강남 아파트의 사기적 강탈 범죄 의혹, 보좌관들에 대한 인격 모독을 넘어선 사실상의 인격 살인 행위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든 많은 의혹들이 누적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밤 SNS를 통해 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 총리는 “답하는 것은 이혜훈 후보자의 몫이다. 그러나 검증은 국회, 특히 야당의 몫”이라며 “후보자가 거짓 변명할까봐 여야가 합의해서 하기로 했던 청문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하기 궁색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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