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원 늘어도 임원은 ‘좁은 문’…상장사 유리천장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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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자산운용, 서스틴베스트와 조사 분석 결과 발표
여성 임원 비율 0.4% 그쳐…남성 대비 4분의 1 수준
남녀 임금 격차 일부 완화에도 ‘구조적 불균형’ 지속

  • 등록 2026-03-06 오전 11:24:59

    수정 2026-03-06 오전 11:24:59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상장사에서 여성 직원 비중은 늘고 임금 격차도 일부 줄어들고 있지만, 임원 선임과 사내이사 진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KCGI자산운용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와 함께 자산총계 2조원 이상 153개사와 2조원 미만 207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표=KCGI자산운용)

분석 결과 상장기업에서 여성 직원이 임원으로 선임되는 비율은 0.4% 수준에 그쳤다. 여성 직원 1000명 가운데 4명만 임원에 오르는 셈으로, 남성 직원의 임원 선임 비율 1.6%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KCGI자산운용은 이를 두고 국내 기업의 ‘유리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인력의 양적 확대 흐름은 확인됐다. 전체 여성 직원 비율은 2020년 25.0%에서 2024년 28.6%로 3.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자산총계 2조원 미만 기업의 여성 직원 비율은 30.5%로 집계돼 채용 단계에서 여성 참여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되는 임원과 이사회 단계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조사 대상 기업의 평균 여성 직원 수는 698명이었지만 여성 임원 수는 평균 2.9명에 그쳐 임원 선임 비율은 0.42%에 불과했다. 자산총계 2조원 이상 기업만 보면 여성 직원 1372명당 여성 임원은 4.8명으로, 비율은 0.35%로 더 낮아졌다.

여성 임원의 질적 구성에서도 한계는 뚜렷했다. 전체 360개사 가운데 292개사(81.1%)는 여성 사내이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둔 기업은 171개사(47.5%)였다. KCGI자산운용은 이를 두고 기업들이 내부 여성 인재를 경영진으로 육성하기보다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성별 다양성 요건을 맞추는 데 더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차이도 컸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 비율은 자산총계 2조원 이상 기업에서는 4.6%에 그쳤지만, 2조원 미만 기업에서는 45.4%에 달했다. 중견·중소 규모 기업일수록 인력 확보 여건과 제도적 기반의 한계로 성 다양성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해석된다.

근속연수 격차도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남성과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 차이를 보면 자산 2조원 이상 에너지·유틸리티 업종은 2021년 3.8년에서 2024년 3.1년으로 축소됐지만, 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같은 기간 1.2년에서 2.3년으로 오히려 격차가 확대됐다. 소비재·서비스, 산업재·제조업 역시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개선과 악화가 엇갈렸다.

임금 격차는 다소 축소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수준이었다. 2024년 기준 남성 평균 급여를 여성 평균 급여로 나눈 비율은 에너지·유틸리티 업종이 1.42~1.44배, 소비재·서비스 업종이 1.29~1.31배, 산업재·제조업이 1.31~1.37배로 나타났다. 대부분 업종에서 남성의 평균 급여가 여성보다 30~45%가량 높았다는 의미다.

시계열로 보면 일부 업종에서는 격차 완화 움직임도 나타났다. 자산총계 2조원 이상 금융업종의 남녀 급여 비율은 2021년 1.62배에서 2024년 1.39배로 낮아졌고, 소비재·서비스 업종도 같은 기간 1.46배에서 1.29배로 축소됐다. 다만 KCGI자산운용은 이런 변화가 여성의 근속기간 연장과 고위직 진출 확대의 초기 신호일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양성평등 경영을 위해서는 보상 개선에 그치지 않고 사내이사 등 핵심 의사결정 구조로의 진입 기회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CGI자산운용 관계자는 “성 다양성은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과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핵심 요소”라며 “투자기업의 양성평등 경영을 지속적으로 독려하는 한편, 앞으로도 기업가치 제고 전략과 수익률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CGI자산운용은 2018년 11월 국내 최초로 성 다양성과 성 형평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여성의 경제적 의사결정력이 높은 기업 가운데 펀더멘털이 양호한 종목을 선별해 장기 투자하는 ‘KCGI 더우먼증권투자회사’를 선보였다. 이 펀드의 지난 2월 말 기준 순자산 규모는 33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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