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공개 직후 현지 관객과 해외 매체 사이에서 강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영 후 관객들과 나눈 인터뷰에서는 "20~30분마다 장르가 바뀌는 영화", "광기와 몰입이 공존하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의 작은 항구 마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민들 사이에서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이어지고, 황정민이 연기하는 지역 치안 책임자 '범석'이 조사에 나서면서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와 사건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영화는 액션, SF, 호러, 스릴러를 끊임없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이번 작품은 7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 중 하나로, 황정민·조인성·정호연과 함께 마이클 파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이 출연해 공개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아왔다.
17일 밤 9시 30분(현지 시각)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시사가 진행됐다. 공식 상영에 앞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는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파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이 참석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상영 후 관객들과 나눈 인터뷰에서 한 관객은 이렇게 말했다.
"영화가 어디로 가는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20~30분마다 완전히 다른 장르로 이동한다. 액션과 판타지, 스릴러가 계속 뒤섞이며 멈추지 않는다."
그는 "익숙한 장르 문법처럼 보이지만 훨씬 더 밀도 있게 연출됐고, 긴 러닝타임에도 계속해서 놀라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객은 "극적인 동시에 완전히 광기 어린 느낌"이라고 표현하면서, "과장된 감정과 스타일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작품의 에너지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러닝타임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중간중간 길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끝까지 몰입감은 유지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해외 매체들의 반응 역시 강렬하다. 미국 영화 매체 'The Wrap'은 "액션, 호러, SF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거대한 장르 영화"라고 평하며, "오프닝 시퀀스만으로도 대부분의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일간지 'El País'는 "한국 SF 영화 중 가장 거칠고 혼란스러운 작품"이라며, 40분에 달하는 자동차 추격 시퀀스와 압도적인 프로덕션 디자인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160분간 이어지는 아포칼립스적 액션의 폭주"라는 표현으로 영화의 규모감을 설명했다.
프랑스 매체들의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 전문 매체 'Chaos'는 두 편의 리뷰를 나란히 게재하며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한 평론가는 연출에 대해 "나홍진 특유의 움직임과 공간 감각이 인상적이며, 능수능란한 연출이 모든 이동을 끊임없는 긴장감으로, 모든 대치 장면을 완벽하게 조율된 혼돈으로 변환시킨다"고 썼다.
또 다른 평론가는 중반부의 자동차·말·괴물이 뒤엉키는 추격 시퀀스를 "2026년 영화의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로 남을 장면"이라고 극찬하며, "디즈니 블록버스터 예산의 10분의 1로 그들이 부끄러워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다만 러닝타임에 대해서는 "매 분이 존재 이유를 갖고 있음에도 2시간 40분은 길다"며 중반부의 일부 중복과 덜 다듬어진 조연 캐릭터를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10년의 침묵 끝에 <괴물> 이후 최고의 괴수 영화를 들고 돌아온 감독을 용서할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 역시 사전 인터뷰에서 "두 시간 내내 장르가 계속 변화하며 전례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처음으로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이기도 하다. <추격자>, <황해>, <곡성>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장편 연출작 4편 전부가 칸에 초청되는 기록을 세웠다. 상영이 끝난 후에는 약 7분간의 기립박수가 쏟아졌으며, 나홍진 감독은 "긴 시간 끝까지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칸=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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