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이 5월 17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문화예술공로훈장 중 최고등급인 코망되르(Commandeur) 훈장을 받았다.
수여식은 칸 영화제 팔레 데 페스티발 대사 접견실(Salon des Ambassadeurs)에서 열렸으며 까트린 페가르 프랑스 문화부 장관, 이리스 크노블로흐 칸 영화제 조직위원장,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현지 매체 ‘라 가제트’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은 수훈 직후 "우선 부모님 생각이 난다. 지금 연로하셔서 두 분 다 편찮으신데, 오늘 이 소식이 그분들께 좋은 선물이 되리라 확신한다"며 기쁨을 전했다.
이어 프랑스와의 인연을 돌아보며 부모님이 자신을 가톨릭 신자로 키운 것이 프랑스를 가깝게 느끼게 해준 계기였다고 밝혔다. "지금은 더 이상 성당에 가지 않지만, 어렸을 때 성당에 다니면서 받은 인상들이 저에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여러 순교자가 잔인하게 고문당하고 처형되는 이미지들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왜 이렇게 영화가 폭력적이냐고 물으면 저는 항상 '프랑스 때문이다'라고 대답한다."
프랑스 영화의 영향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털어놨다. 그는 줄리앙 뒤비비에르의 <나의 청춘 마리안느>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작품이라고 고백하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영향을 받은 사람이 왜 이따위 영화를 만드느냐는 말을 할까 봐 여태까지 숨기고 있었습니다만, 이제야 고백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대학 시절에는 68혁명과 사르트르를 비롯한 프랑스 실존주의에 깊이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프랑스 여러분들은 한국 젊은이들이 카뮈의 <이방인>을 얼마나 많이 읽는지 알면 놀라실 거다."
졸업 무렵 접한 에밀 졸라와 발자크에 대해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지극히 냉정한 관찰과 분석 속에서 프랑스로부터 받은 모든 영향이 종합되는 기분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프랑스와의 인연에서 가장 큰 전환점으로는 2004년 칸 영화제를 꼽았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티에리 프레모의 선택이었고 충격이었다. 제 인생을 완전히 바꿔놨다고 할 수 있다." 그 인연이 오늘 심사위원장으로 다시 칸을 찾기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끝으로 "제가 프랑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만큼, 저 자신도 프랑스의 젊은 감독들에게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 너무나 감동적이고 뿌듯하다"며, "이제 남은 마지막 소원은 언젠가 프랑스에서, 프랑스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찍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망되르 훈장은 프랑스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거나,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탁월한 영향력을 인정받은 인물에게 수여되는 최고 등급의 훈장이다. 한국인으로는 2002년 김정옥 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2011년 지휘자 정명훈 그리고 지난 2025년 소프라노 조수미에 이어 네 번째 수훈이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을 통해 세계 영화계에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으며,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영화계와 꾸준히 교류해왔다. 특히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칸 영화제 기간 중 코망되르를 수훈 받으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는 뜻깊은 순간을 맞이했다.
칸=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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