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Leisure)로서의 연구라는 잃어버린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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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연구자들은 어디로 갔으며, 그들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

문명의 문학적 기반

  • 샌프란시스코의 포트 메이슨에 위치한 Long Now FoundationManual for Civilisation은 문명을 유지하거나 재건하는 데 필요한 3,500권의 책을 모은 도서관임
    • "만약 외딴 섬이나 적대적인 소행성에 갇히게 된다면, 어떤 책을 가져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 이 컬렉션은 장엄하면서도 낙관적이고, 진지하면서도 허망한 느낌을 주며, 책이 문명을 형성하고 유지한다는 믿음을 상징함
  • 350년 전 갈릴레오는 책을 "인류의 모든 놀라운 발명의 인장"이라고 묘사. 책은 시간을 초월해 후세와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이며, 수천 년 후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게 함
  •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책은 세대와 문화의 귀중한 유산"이라고 표현. 책은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함
  • 칼 세이건은 보이저 II호의 골든 레코드에 실린 베토벤의 Cavatina를 들으며 책의 존재에 경외감을 느낌. "글쓰기는 아마도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일 것"이라며, 책은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마법과 같다고 함
  • 책이 신성하거나 특별한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읽기와 쓰기를 통해 문화가 형성되고 발전하기 때문임
  • 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지식을 전달하며, 책이 없으면 문화가 존재할 수 없고, 문화가 없으면 문명도 존재할 수 없음

"읽으라"는 신의 명령

  • 문명의 개념은 아랍어에서 "머무르다, 정착하다, 존재하다"를 의미하는 뿌리어 ح-ض-ر에서 유래됨. 이는 방랑에서 정착으로의 깊은 전환을 상징
  • 약 1,450년 전,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는 세 번에 걸쳐 "읽으라"는 신의 명령을 받음
    • "읽으라, 너를 창조하신 주님의 이름으로"라는 명령이 이슬람 문명의 시작이 됨
  • 이슬람의 기원은 인류 역사상 가장 정교하고 엄격한 구술 전승 체계를 통해 보존됨
  • 신의 명령은 단순한 문자 해독 이상의 의미를 가짐 → 읽기는 신과의 연결, 인간의 사명, 그리고 문명의 형성을 상징함

고독과 공동체 사이에서

  • 문자를 해독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읽으라"는 명령은 읽기의 본질적 의미를 흔듦
  • 아랍어 "Iqra"는 "읽다"와 "암송하다"의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짐
    • 읽다 → 개인적이고 사색적인 행위
    • 암송하다 → 외부로 표현되는 사회적이고 구술적인 행위
  • 앨런 제이콥스는 _Pleasures of Reading in the Age of Distractions_에서 읽기를 "고독한 경험과 사회적 연결 사이의 이동"이라고 설명함
  • 현대에서의 사회적 연결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남:
    • 일기 작성, 블로그 게시, 독서 모임, 문학 살롱, 온라인 토론,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등
  • 좋은 아이디어는 사색과 연결의 균형에서 탄생함
  • 읽기는 단순한 개인적 사색에서 끝나서는 안 되며, 사회적 연결을 통해 인간의 지식 네트워크에 기여해야 함
  • 꾸란의 명령은 명확한 방향성을 가짐:

    "읽으라, 너를 창조하신 주님의 이름으로. 인간을 응고된 핏덩이에서 창조하신 분. 읽으라! 가장 관대하신 주님이시며, 펜으로 인간에게 알지 못했던 것을 가르치신 분."

  • 꾸란의 "읽기" 명령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경이로움에 대한 책임"을 의미함
  • 레베카 엘슨의 시 _We Astronomers_에서처럼, 읽기는 훈련된 탐구와 경이로움에 대한 열린 태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함

마지막 독자의 긴 세기(Century)

  • 지난 100년 동안 "읽기의 책임"은 문화적 불안의 원천이었음
  • 시대의 변화와 기술 발전이 독서 문화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됨
  • 버지니아 울프 (1926년)

    • 라디오와 영화가 새로운 미디어로 등장하면서 독서의 미래를 우려함
    • 울프는 영화가 즉각적인 쾌감을 제공하지만, 이는 인간의 원시적 본능에서 비롯된 것으로 문명에 반하는 행위라고 봄
    • 영화와 같은 오디오-비주얼 콘텐츠가 독서의 깊이를 침식할 것을 걱정함
  • E.B. 화이트 (1951년)

    • 텔레비전이 라디오를 대체하면서 독서의 미래를 걱정함
    • 롤린스 대학 총장이 "50년 후 미국 인구의 5%만이 독서를 할 것"이라고 경고함
    • 화이트는 설령 한 명의 독자만이 남더라도, 그 사람이 새로운 문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함
    • 오디오-비주얼 미디어가 인간의 사고 능력을 약화시키고, 독서를 단순한 오락의 형태로 바꿀 것을 우려함
  • 수전 손택 (1996년)

    •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독서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우려함
    • 책이 단순히 상호작용할 수 있는 "텍스트"로 전락하고, 광고 기반의 시각적 현실에 흡수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함
    • 손택은 책의 소멸이 아니라 "내면성의 소멸"이 더 큰 문제라고 봄
  • 지난 100년 동안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인지 능력을 따라잡지 못함
    • 해롤드 블룸, 모티머 J. 애들러, 닐 포스트먼 등도 읽기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공유함
    • 그러나 실제로 도래한 미래는 예상보다 더 복잡함 → 책과 단어는 넘쳐나지만 일관된 문화와 의미는 결여됨
  • 독서의 위기 = 책의 소멸이 아닌 문화의 붕괴
    • 울프, 화이트, 손택은 책 자체가 사라질 것을 걱정한 것이 아님
    • 문제는 읽기가 몰입적이고 사색적인 행위에서 단순한 소비와 오락으로 변질되는 데 있음
    • 독서의 종말은 책의 소멸이 아니라, 문화의 상실로 이어짐

위기에 처한 문화

  • 울프, 화이트, 손택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음
  • 책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주의력피상적인 참여로 인해 공유된 의미와 문화적 일관성이 붕괴됨
  • "문화"의 정의는 그 현상만큼이나 유동적임
    • 제임스 볼드윈은 _Princes and Powers_에서 위기에 처한 문화만이 "문화의 정의"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함
  • 한병철은 _The Disappearance of Rituals_에서 의미를 만드는 구조와 형식이 사라졌다고 분석함
  • 그 결과 문명의 ADHD 현상이 발생함:
    • 세대 간 불안정함
    • 주의력 부족
    • 방향 없는 과도한 움직임
    • 통찰력의 부재와 일시적인 사고

여가로서의 연구: 엘리엇과 피퍼의 문화 회복론

  • T.S. 엘리엇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문화"를 세 가지 상호 의존적 요소로 설명함:
    • 개인
    • 집단
    • 사회
    • 이 세 요소가 서로 단절되면 고등 문명은 존재할 수 없음
  • 요제프 피퍼는 패전과 붕괴를 겪은 독일에서 여가는 문화의 기반이라고 주장함
    • 여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어 "σχολή (scholē)"에서 유래된 사색적 활동을 의미함
    • 피퍼의 여가는 자유로운 연구의 형식을 띰
      •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님
      • 경이로움과 열린 탐구 정신에서 출발함
      • 구체적인 질문을 설정하고 이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문화가 형성됨
  • 엘리엇과 피퍼의 상호 보완적 접근
    • 엘리엇 → 문화의 외적 구조 설명
    • 피퍼 → 문화의 내적 조건 설명
    • 엘리엇의 구조적 일관성이 없으면 문화는 붕괴하고, 피퍼의 사색적 여가가 없으면 문화는 공허해짐
  • 여가로서의 연구의 가치

    • 읽기와 쓰기를 놀이적이면서도 의도적인 활동으로 재구성함
    • 여가로서의 연구는 경이로움, 호기심, 발견의 기쁨을 형식화함
    • 과거와 현재의 사상가들이 교류하면서 새로운 사회 패턴이 형성되고 재구성됨
  • 문화 재건의 열쇠

    • 단절된 문화 속에서 여가로서의 연구는 새로운 문화적 상상력을 열어줌
    • 의도적이고 열린 호기심에서 비롯된 아이디어 교류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함

공허한 독서에 맞서기

  • 문화의 재건은 독서와 탐구를 학문적 의무가 아닌 놀이적이고 의도적인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됨
  • 독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라 경이로움과 발견의 기쁨에서 비롯된 행위여야 함
  • 독서의 잘못된 형태
    • 1. 생산성 도구로서의 독서
      • 독서를 생산성 해킹으로 간주하는 경우
      • 자기계발서나 대중 소설의 소비를 통해 생산적인 이미지를 만들려는 경향
      • 독서를 현실 인식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단순한 오락으로 취급함
    • 2. 확증 편향으로서의 독서
      • 많은 독서가들이 자신의 기존 세계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함
      •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개념을 강화하기 위해 단편적인 아이디어만 수집함
      • 이는 지적 호기심을 억제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방해함
  • 공허한 독서에 맞서는 해법은 여가로서의 연구
    • "창조주의 이름으로 읽으라"는 신성한 명령에 대한 고결한 응답임
    • 연구는 삶의 모든 요소를 목적과 호기심으로 바라보게 하며, 신비와 경이로움에 대한 열린 자세로 지식을 탐구하게 함
    • 학문적 울타리를 벗어나 누구나 탐구자가 될 수 있음
  • 연구는 학문적 특권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활동
    • 연구는 모험, 기술, 사교적 교류를 통해 문화를 형성함
    •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전문성을 지향해야 하며, 누구나 연구자가 될 수 있음

이론에서 실천으로: 여가로서의 연구 프레임워크

1. 호기심을 기르기

  • 손 안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있지만, 정보의 과잉은 호기심을 둔화시킴
  •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탐구해야 함
  • 호기심의 핵심은 관찰, 주의, 그리고 "왜"와 "어떻게"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
  • 일상에서 호기심을 기르는 방법:
    • 새에 관한 에세이를 읽고 더 알고 싶어지기
    • 산책하면서 주변의 건물, 나무, 거리의 구조에 대해 궁금해하기

2. 질문을 구체화하기

  • 호기심이 방향이 없으면 단순한 산만함에 그침
  • 수동적 호기심을 능동적 진리 탐구로 바꿔야 함
  • 좋은 질문의 조건:
    • 연구의 방향을 제시할 만큼 구체적이어야 함
    • 새로운 발견의 가능성을 열어둘 만큼 개방적이어야 함
  • 질문의 발전 과정:
    • "교외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 "구획 제도가 교외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 → "구획 제도의 역사란 무엇인가?" → "쇼핑몰은 교외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 → "주차장 최소 기준은 왜 필요한가?" → "교외의 구조는 합리적인가?"

3. 근거 수집하기

  • 질문이 명확해지면 근거를 통해 이를 발전시켜야 함
  • 근거 수집에서 발생하는 문제:
    • 정보 수집 중독 → PDF, 책, 논문을 모으기만 하고 실제로 읽지 않음
    • 기초 텍스트의 부재 → 해당 분야의 기초 텍스트를 읽고 체계를 이해해야 함
    • 정보의 과잉 → 읽을 거리가 너무 많아도 괜찮음.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정리임

4. 답을 발전시키기

  • 연구는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 함
  • 결과가 혁신적일 필요는 없지만 형태화된 결론이 있어야 함
  • 결과물의 형태:
    • 에세이, 영상, 소셜 미디어 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등
  • 탐구에서 창조로의 전환이 여가로서의 연구를 구별함
  • 단순히 정보 소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화에 기여해야 함

5. 지식 공동체 형성하기

  • 연구의 완성은 개인적 사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을 통해 이루어짐
  • 다양한 형태의 지식 공동체:
    • 서브스택(Substack), 유튜브, 디스코드, 트위터 등 온라인 플랫폼
    • 독서 모임, 작문 모임, 토론 그룹 등 오프라인 커뮤니티
  • 블룸즈버리 그룹, 잉클링즈, 거트루드 스타인의 살롱, 비엔나 서클처럼 아이디어는 상호 작용을 통해 진화하고 확산됨
  • 이러한 공동체를 통해 문명과 문화의 기반이 재구성됨

문명의 패턴을 재구성하기

  • Manual of Civilisation은 책이 단순한 정보 저장소가 아니라 문화의 기억과 주체성의 그릇임을 상기시킴
    • 단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창조주의 이름으로 읽으라"는 신성한 명령은 더욱 긴급해짐
  • Kasurian은 연구를 여가로 삼는 길을 탐구하자는 초대임
    • 진지한 연구는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전문성에 도달하는 장벽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짐
    •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서 아마추어 전문가가 되기를 권장함
    • 뉴스레터, 에세이, 토론 그룹, 온라인 포럼 등을 통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함
  • 공식적, 비공식적 전문성의 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경이로움의 감각을 회복할 수 있음
    • 이를 통해 현대의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능력과 사회적 통찰을 되찾을 수 있음
    • 연구와 대화를 통해 문명의 패턴을 다시 조립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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