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도심 한복판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얼음 왕국이 들어선다. 400여 년의 시간을 건너온 뱀파이어의 사랑과 1990년대 뉴욕의 여름을 달군 솔(Soul)도 같은 계절 무대에 나란히 오른다. 불볕더위가 찾아올 7~8월, 주요 공연장들이 저마다 대작 뮤지컬들을 앞세워 여름 관객맞이에 나선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겹치는 7~8월은 연말과 더불어 뮤지컬 시장의 대표적 성수기다. 무더위와 장맛비를 피해 시원한 실내에서 두어 시간 보내기에 극장만 한 곳도 없다. 특히 올여름 공연계는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오르는 초연 대작과, 흥행과 작품성을 이미 검증받고 돌아오는 스테디셀러로 가득하다.
가장 시선을 끄는 초연 대작은 디즈니 뮤지컬 '겨울왕국(프로즌)'이다. 눈과 얼음을 다루는 마법의 힘 때문에 동생 안나와 멀어진 엘사가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며 왕국을 구하는 이야기로, 오는 8월 13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국내 라이선스 초연의 막을 올린다.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은 샤롯데씨어터가 '라이온 킹' '알라딘'에 이어 선보이는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블록버스터다.
뮤지컬에는 영화 음악을 맡았던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로버트 로페즈 부부가 다시 참여했고, 원작 애니메이션 감독 제니퍼 리가 극본을 썼다. '렛잇고(Let It Go)'를 비롯한 영화 속 명곡 8곡이 새로 편곡되고 무대를 위해 쓴 신곡 12곡이 더해져 모두 20곡이 라이브로 울려퍼진다. 엘사 역은 정선아·정유지·민경아, 안나 역은 박진주·홍금비·최지혜가 나눠 맡는다. 국내 제작은 '알라딘'을 선보인 에스앤코가 맡는다.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겨울왕국'의 강점으로 무대에서만 완성되는 경험을 꼽았다. 신 대표는 "관객들이 사랑하는 익숙한 노래와 스토리인데, 그것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는 점이 특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알라딘'과 '라이온 킹'으로 이미 경험한 디즈니 시어트리컬의 뛰어난 무대 메커니즘에, 세계적 수준이라 자부하는 한국 배우들의 역량이 더해져 상상 이상의 새로운 '겨울왕국'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또 이목을 끄는 초연 대작은 '헬스키친'이다. '겨울왕국'보다 한 달여 앞선 7월 24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팝스타 얼리샤 키스의 삶과 음악에서 출발한 주크박스 뮤지컬로, 브로드웨이 개막 약 2년 만에 성사된 비영어권 세계 첫 라이선스 무대다. 2024년 미국 토니상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폴린(Fallin')'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If I Ain't Got You)' 등 익숙한 곡이 1990년대 뉴욕 뒷골목을 배경으로 되살아난다.
자전적 공연의 실제 주인공이면서 뮤지컬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키스는 한국 공연을 앞두고 매일경제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제 노래가 한국어로 불리는 걸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정말 큰 선물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앨리 역은 손승연·김수하·박지원이 맡는다. 공연은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흥행과 작품성을 검증받은 스테디셀러들도 새 시즌으로 관객을 맞는다. 스테디셀러의 선두는 오디컴퍼니의 '드라큘라'다. 7월 10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매 시즌 전석 매진을 이어오며 누적 관객 54만명을 모은 흥행작으로, 10주년을 보낸 지난 시즌 이후 3년 만에 여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원작으로 400여 년을 거슬러 한 여인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지킬 앤드 하이드'로 국내에서도 사랑받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넘버가 서사를 이끈다. 드라큘라 역에 신성록·김준수·전동석과 새로 합류한 고은성, 미나 역에 조정은·박지연·김환희가 이름을 올렸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두 편의 대작으로 여름 시장에 나선다. 창작 뮤지컬 '베토벤'은 지난 9일 막을 올려 8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청력을 잃어 가는 극한 속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은 작곡가의 내면을 그린 작품으로, 2023년 초연 이후 3년 만의 재연이다.
초연 당시 서사가 사랑 이야기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재연은 그 중심을 청력을 잃어 가는 예술가의 고독과 집념으로 옮기고 서사와 음악을 손질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엘리자벳' '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월광' '비창' 등 베토벤의 명곡 위에 신곡을 더했고, 베토벤 역은 박효신과 홍광호가 맡았다.
8월 16일부터 11월 15일까지는 '엘리자벳'이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여섯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만난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뒤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아 온 작품으로, 의인화된 '죽음(토드)'과 황후 엘리자벳의 관계를 중심으로 합스부르크 황가의 몰락을 그린다. 2022년 10주년 공연으로 기존 프로덕션을 마무리한 만큼, 이번 시즌은 무대와 연출을 새로 정비한 프로덕션으로 선보인다. 엘리자벳 역은 린아·이지혜·이지수, '죽음' 역은 카이·서경수·고은성이 맡는다.
귀환 대열에는 동시대 성장극도 있다. 2024년 아시아 초연으로 화제를 모은 '디어 에반 핸슨'은 8월 1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브로드웨이 토니상 6개 부문을 받은 작품으로, 영화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의 파섹 앤드 폴이 음악을 맡았다.
거짓말에서 비롯된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고립과 연결을 말하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대표곡 '유 윌 비 파운드(You Will Be Found)'가 극의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에반 핸슨 역은 박강현·임규형·나현우, 어머니 하이디 역은 김선영·신영숙이 맡는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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