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이끈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감독
새롭고도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실내악 음악을 알리며 서울의 봄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20주년을 맞았다. 축제를 창립해 이끌어온 강동석 예술감독은 14일 서울 종로구 안동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간접적으로라도 국내 실내악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에서도 실내악이 전성기를 맞을 수 있도록 우리 축제가 앞장서서 활약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SF는 '음악을 통한 우정'을 모토로 2006년 출범해 연평균 15회(총 289회)의 프로그램을 선보여왔다. 올해 축제엔 프랑스 클라리넷 앙상블 '레봉벡', 우리나라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등 69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22일 개막해 다음달 4일까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윤보선 고택 등 서울 일대에서 열린다.
SSF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와 낯선 곡, 젊은 신예 연주자를 발굴하며 클래식 음악의 지평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는 23일 프로그램 '20 for the 20th'와 5월 2일 'Fantasia'에 선보이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라블, 30일 '경이로운 신세계'에 포함된 우크라이나 작곡가 유페로프 등이 새롭다. 강 감독은 "도서관을 뒤져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유튜브 덕분에 새 곡을 찾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며 "여러 번 노래를 들어보면서 청중이 금세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고른다. 모르는 작곡가라도 들어보시면 오히려 흥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흔히 실내악은 어렵고 지루하게 여겨져 클래식 애호가에게도 진입 장벽이 높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이날 강 감독과 연주자들은 "첫걸음을 떼고 한번 맛을 들이면 금방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올리스트인 김상진 연세대 교수는 "실내악엔 작곡가의 진솔한 내면이 담긴다"며 "한 나라의 실내악 수준이 문화의 척도에 비례한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피아니스트 김영호 연세대 명예교수는 "실내악은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들으며 같이 가야 해 각자의 음악세계를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실내악을 많이 들으면 우리나라도 더 좋아질 것 같다"며 웃었다. 축제가 20돌을 맞으며 잘 버텨왔지만, 지속성을 위해선 재정 안정이 절실하다. 강 감독은 "초반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매년 개최하는 축제지만 매년 생각지 않은 도전이 생기고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참가자들이 실내악을 즐기는 열정이 있었기에 힘들어도 지탱할 수 있었죠. 저희의 목표는 그 즐거움을 더 많은 청중과 나누는 겁니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