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더 먹고 와라”… ‘약물 올림픽’서 우승한 비도핑 선수들

4 days ago 8

프레드 커리가 인핸스드 게임에 참가해 경쟁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프레드 커리가 인핸스드 게임에 참가해 경쟁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금지 약물 복용을 공식 허용한 이른바 ‘약물 올림픽’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세계 신기록이 쏟아질 것이라는 주최 측 기대와 달리 기록 경신은 단 1개에 그쳤고, 대회 핵심 종목에서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제1회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이 열렸다.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 대회는 기존 스포츠 경기에서 금지됐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테스토스테론 등 약물 도핑은 물론 기술 도핑까지 허용한 것이 특징이다.

주최 측은 세계 기록을 경신할 경우 100만 달러(약 15억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며 인간 신체의 한계를 돌파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실제 그리스 수영 선수 크리스티안 골로메에프는 남자 자유형 50m에서 20초 81을 기록하며 기존 공식 세계 기록인 20초 88을 0.07초 앞당겼다. 그는 펩타이드와 테스토스테론 등 약물을 투여하고 올림픽에서 전면 금지된 폴리우레탄 전신 수영복을 착용했다. 그는 우승 상금과 신기록 보너스를 합쳐 125만 달러(약 19억 원)를 받았으며 “내년에도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수영연맹은 성명을 통해 이번 대회를 “지름길 위에 세워진 서커스”라고 일축하며 해당 기록을 공인하지 않았다.

더구나 골로메에프를 제외하고 기대를 모았던 육상, 역도 등의 세계 신기록 도전 은 약물과 기술 도핑에도 모두 실패로 끝났다.

● 약물·기술 도핑 허용했지만…정작 우승은 ‘청정 선수’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육상 남자 100m에서는 약물은 물론 기술 도핑까지 거부한 비도핑 청정 선수가 포디움 꼭대기에 섰다. 9초 97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전 육상 100m 세계 챔피언 프레드 커리(미국)는 인터뷰에서 “그들은 더 분발해야 한다. 노력도 더 하고, 약물도 더 많이 먹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육상 여자 100m와 수영 남자 배영 50m에서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트리스탄 에블린(바베이도스)와 헌터 암스트롱(미국)이 정상에 올랐다. 에블린 역시 인터뷰를 통해 “이번 결과는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화학적 약물 그 이상이라는 점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한 세계 주요 스포츠 연맹이 의료계와 함께 이번 대회를 규탄하고 나섰으나, 주최 측은 “대회에 사용된 모든 약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비도핑 청정 선수들에게 우승을 내준 이번 인핸스드 게임은 오히려 도핑이 스포츠의 절대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증명하는 부메랑이 됐다.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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