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강백호! 홈런 강백호!"
지난 16일 오후 2시경 주황색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관람객들이 선수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강백호의 홈런이 터지자 사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함께 환호했다. 야구팬들이 모인 이곳은 야구장이 아니었다. 대전 유성구 구성동의 '국립중앙과학관' 광장의 풍경이다.
프로야구 1200만 관중 시대를 맞아 '직관 대체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치열한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 속에 야구팬들은 야구장 밖에서 함께 응원할 공간을 찾았다. '야구 응원 성지' 식당은 물론, 과학관 광장까지 프로야구 흥행 열기가 야구장을 넘어 도시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표 없어도 오히려 좋아"…개막전엔 9760명 이상 '과학관' 모여
이날 과학관 광장에는 경기가 시작하기 2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하나둘 들어섰다. 관람객들은 돗자리나 접이식 의자를 펼친 채 치킨, 맥주 등을 주문했다. 어린이 팬들은 시작 전 흘러나오는 응원가에 따라 춤을 추며 분위기를 즐겼다. 오전 11시 45분에 도착한 육경남 씨(27)는 "티켓팅도 어렵고, 집에서 보는 것보다 나와서 함께 응원하면 더 좋을 거 같아서 남자친구랑 왔다"고 말했다. 육씨와 함께 온 정현성 씨(27)는 "배달 음식도 먹을 수 있고, 돗자리 깔고 누울 수도 있고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날 인천에서 온 kt 위즈 팬도 있었다. 홀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김준희 씨(28)는 "티켓팅 실패했다"며 "직관 응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응원만을 위해 KTX 타고 오늘 당일치기로 왔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앉은 김서영 씨(27)는 "저는 지난 가을야구 때도 여기서 응원했다. 오늘이 두 번째"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는 봉사활동 응원단장은 물론, 응원단도 있었다. 실제 경기장처럼 사람들은 응원단장의 지휘에 맞춰 함께 춤을 추거나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이처럼 야구장 밖 응원 문화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치열해진 티켓 경쟁이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치른 166경기 중 98경기가 매진됐다. 약 59%에 달하는 수준이다. 해당 기간 평균 관중은 1만6979명으로, 좌석 점유율 99.9%를 기록했다.
티켓팅에 실패한 팬들이 몰리면서 과학관 광장은 거대한 '야외 응원석'으로 변하고 있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지난해 9월부터 야구 중계 응원 이벤트를 시작했다. 야구 단관 이벤트로 유입객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개막전에는 하루 관람객 수가 9760명을 찍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누적 관람객은 3600만명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한 수치다.
국립중앙과학관 관계자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과학 기술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그 수단 중 하나가 인기가 많은 야구였다"며 "초점이 과학기술로 맞춰지지 않아도 과학관이 문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방문객들이 일상에서 과학 기술에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시 곳곳 '제2의 야구장'…매진 행렬로 '직관 대체재' 찾는 팬들
이 같은 야외 응원 문화는 과학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여의도, 종로, 잠실 일대 식당·술집에서는 '야구 응원 맛집' 리스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공유되고 있다. 경기 중계를 틀어주는 대형 스크린과 응원 분위기를 찾는 팬들이 몰리면서다.
프로야구 흥행 열기가 이어지면서 '직관'의 경계도 넓어지고 있다. 특히 식당마다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등 응원하는 팀이 달라 야구장 밖에서도 팬덤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고 팬들은 입을 모았다.
두산 베어스 팬인 직장인 박모씨(30)는 티켓팅에 실패한 후 잠실에 있는 야구 중계 식당을 찾았다. 박씨는 "유니폼을 입고, 함께 같은 팀을 응원하니 직관 분위기가 난다"며 "표를 못 구하면 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처럼 더운 날씨엔 야구장보다 시원한 실내에서 응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일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를 위해 '발(足)굴단'이 탄생했습니다. 발굴단은 화제의 현장이라면 어디든 빠르게 달려가 직접 확인해보고 꼼꼼하게 검증해 보겠습니다.
대전=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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