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의 창업자 다니엘라 아모데이도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과학기술뿐 아니라 인문사회학으로 창의적 인재를 키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사진)는 “AI 시대 창의성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이사장에 오른 그는 “저성장 시대에 과학기술만 좇고 인문사회를 경시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며 “과학기술이 자동차의 엔진이라면 인문사회는 방향을 잡는 운전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사회 분야의 교육·연구 기반을 강화하고 정책 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한국인문학총연합회 28개 학술단체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 12개 학술단체가 모여 2021년 출범했다.
김 이사장은 대표적인 국제금융 전문가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클레어몬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경제연구소장, 한국국제경제학회장, 한국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장,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장 등을 맡아 정책 수립 과정에도 참여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 경제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로 성장해온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과거에는 일본 등 선진국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추격형 성장 모델이었기 때문에 창의성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했다”며 “자율주행차, AI 등 새로운 산업 환경에서는 더 이상 따라가기만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기술의 수용성 문제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김 이사장은 “AI처럼 인간의 삶과 밀접한 기술일수록 윤리와 가치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라며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처럼 기술이 사회적 합의를 앞서갈 경우 갈등이 발생하고 서비스에 제약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술 혁신과 함께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세계 경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김 이사장은 “노벨경제학상 수상 연구를 보면 기술 발전의 원인을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제도와 문화에서 찾는다”며 “대런 아제모을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연구에서도 재산권 보호와 포용적 제도가 잘 구축된 나라일수록 기술 진보와 경제 성장이 촉진된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했다. 이어 “법과 제도, 문화는 모두 인문사회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기술 발전 역시 이를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인문사회기본법’ 제정을 꼽았다. 그는 “기존 인문학진흥법만으로는 안정적인 재원과 정책 추진 기반이 부족하다”며 “대통령 직속 기구와 기금을 포함한 기본법을 마련해 학술·연구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선 관련 법과 기금을 기반으로 정부 지원 체계가 잘 구축돼 있는 반면 인문사회 분야는 이 같은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기술은 법을 통해 진흥 체계를 만들고 정부 출연 기금을 조성해 연구와 산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인문사회는 인문학진흥법이 있긴 하지만 예산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해외 선진국에 비해서도 유독 연구개발(R&D) 지원에 인색하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김 이사장은 “올해 정부 R&D 예산 약 35조원 가운데 인문사회 분야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며 “일본이 10% 수준, 주요 선진국도 5% 안팎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할 때 크게 열악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선 균형 있는 성장과 사회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인문사회기본법을 통해 정책과 예산, 연구 지원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관련 예산 비중도 최소 3%까지는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최진영 기자 jewelryjin0@hankyung.com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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