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만 아셨나요…반클리프 아펠이 만든 '진짜 정원' [민은미의 명품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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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주얼리 메종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은 꽃이 피었다 지는 찰나의 순간을 영원에 가깝게 붙잡아왔다. 꽃은 언제나 메종의 창의성을 깨우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컬러 스톤이 만들어내는 생동감과 빛의 리듬은 만개하는 자연의 순간을 포착하며, 메종만의 플라워 미학을 완성해 왔다.

플라워레이스 착용샷 / 사진. © Van Cleef & Arpels

플라워레이스 착용샷 / 사진. © Van Cleef & Arpels

반클리프 아펠은 설립 초기부터 꽃이 지닌 우아한 품격을 주얼리와 워치메이킹 작품 안에 담아내며 고유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플라워레이스(Flowerlace)와 플레르 드 하와이(Fleurs d’Hawaï)는 그 아름다운 계보를 오늘날까지 이어가는 대표적인 컬렉션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피어난 두 컬렉션은 메종의 정원을 더욱 풍성하게 피워냈다.

반클리프 아펠의 꽃과 미스터리 세팅

반클리프 아펠을 이야기할 때 ‘미스터리 세팅’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기술은 1933년 메종이 특허를 취득한 독자 기술로, 보석을 고정하는 금속 발(Prong)이 전혀 보이지 않게 세팅하는 것을 말한다. 하이 주얼리 세계에서 최고 난도의 세팅 기술 중 하나로 평가된다. 1930년대 이후부터 반클리프 아펠의 작품들은 미스터리 세팅(Mystery Set™)으로 장식됐다.

피오니 클립(Peony clip with Mystery Set™), 1937년 / 사진. © Van Cleef & Arpels

피오니 클립(Peony clip with Mystery Set™), 1937년 / 사진. © Van Cleef & Arpels

1937년에 제작된, 벨벳처럼 매끄러운 광채가 흐르는 꽃잎을 갖춘 피오니(Peony) 클립을 보자. 클립의 꽃잎은 미스터리 세팅 루비로 구성되어, 금속의 흔적 없이 오직 루비의 색과 빛만으로 형태를 이룬다. 각 루비는 정교하게 맞물리며 하나의 면처럼 이어지고, 겹겹이 겹친 꽃잎의 곡선과 미묘한 색의 농담이 막 피어나는 피오니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메종의 꽃은 피오니에서부터 데이지, 버터컵, 코스모스에 이르는 20종 이상의 꽃을 활용한 작품들로 수차례 등장한다. 메종은 미스터리 세팅으로 이루어진 피오니 클립 같은 역사적인 작품부터 플라워레이스, 플레르 드 하와이 등의 현대적인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색다른 스타일로 꽃의 변주를 펼쳐 보인다.

플라워레이스, 실루엣으로 피어난 우아한 품격

플라워레이스 컬렉션은 가벼운 감각을 더해 오픈 워크 기법으로 화관의 실루엣을 표현한 작품이다. 오픈 워크는 금속을 채우는 대신 일부를 비워내어 레이스 같은 구조를 만들어 빛과 공기가 흐르는 듯한 주얼리를 완성하는 기법이다.

컬렉션을 보면 옐로 골드의 광채와 다이아몬드의 눈부신 반짝임이 하나로 어우러져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둥근 형태로 꽃을 표현한 실루엣은 자연만이 가진 부드러운 라인을 떠올리게 한다. 젬스톤 세팅 전문가들이 메종의 엄격한 기준인 D~F의 컬러 등급, IF~VVS의 클래러티 등급으로 선별된 다이아몬드들을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심혈을 기울여 배치했다.

플라워레이스 착용샷 / 사진. © Van Cleef & Arpels

플라워레이스 착용샷 / 사진. © Van Cleef & Arpels

이번 컬렉션의 주얼리 작품 중 비트윈 더 핑거(Between the Finger) 링은 꽃과 다이아몬드를 빛나는 자태로 서로 마주보게 하여 꽃 줄기를 보다 매혹적으로 강조한다. 다이아몬드는 클로즈드 세팅과 그레인 세팅 방식으로 고정되어, 메종 장인들의 섬세한 디테일을 보여준다.

플레르 드 하와이, 컬러 젬스톤으로 핀 화관

플레르 드 하와이(Fleurs d’Hawaï) 컬렉션의 주얼리와 워치는 파인 스톤으로 피워낸 꽃잎, 다이아몬드로 표현한 암술, 그리고 골드로 제작한 잎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컬렉션의 각 피스는 아름다운 비율이 돋보이는 화관을 보여준다. 싱그러운 정원에서 영감받아, 생명력 가득한 컬러를 선보이며 햇살을 받아 무르익은 자연을 연상케 한다.

플레르 드 하와이 컬렉션은 컬러 젬스톤에 대한 메종의 취향을 명확히 드러낸다. 로돌라이트, 아콰마린, 시트린, 페리도트, 애머시스트의 5가지 컬러 젬스톤을 선보인다 / 사진. © Van Cleef & Arpels

플레르 드 하와이 컬렉션은 컬러 젬스톤에 대한 메종의 취향을 명확히 드러낸다. 로돌라이트, 아콰마린, 시트린, 페리도트, 애머시스트의 5가지 컬러 젬스톤을 선보인다 / 사진. © Van Cleef & Arpels

메종이 엄선한 다섯 가지의 파인 스톤은 자기만의 역할을 해낸다. 시트린은 생기 어린 오렌지 옐로 빛깔을 불어넣고, 애머시스트는 깊고 매혹적인 보랏빛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며, 다이아몬드는 짙은 핑크의 로돌라이트와 우아한 대비를 이룬다. 아콰마린은 크리스탈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광채로 개성을 돋보이고, 페리도트는 봄이 지닌 그린 컬러로 반짝인다. 스톤은 저마다 로즈 골드, 옐로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의 광채와 조화를 이루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컬러를 더욱 아름답게 부각하고 있다.

플레르 드 하와이 시크릿 워치 / 사진. © Van Cleef & Arpels

플레르 드 하와이 시크릿 워치 / 사진. © Van Cleef & Arpels

특히 세 개의 ‘플레르 드 하와이 시크릿 워치’는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는 매혹적인 세팅을 선보인다. 라운드 다이아몬드로 둘러싸인 마더 오브 펄 다이얼 주변에 열두 개의 페어 컷 파인 스톤이 조화를 이룬다. 12시 방향에 세팅된 다이아몬드가 빛을 더하며, 다이얼은 반짝이는 회전형 모티브 아래에 숨겨져 있어 신비로움을 추구하는 메종 고유의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크릿 워치는 브레이슬릿, 클립 또는 펜던트로 변형하여 착용할 수도 있다. 워치마다 제공되는 새틴 스트랩에서도 컬러의 향연이 이어진다.

메종의 스타일이 깃든 컬렉션, ‘실루엣 클립’과 ‘파스-파투’

실루엣 클립(Clip Fleur Silhouette), 1937년 / 사진. © Van Cleef & Arpels

실루엣 클립(Clip Fleur Silhouette), 1937년 / 사진. © Van Cleef & Arpels

반클리프 아펠의 2025년 신작 플라워레이스와 플레르 드 하와이 컬렉션은 1930년대에 구축한 미학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플라워레이스 컬렉션은 1930년대 후반 선보인 ‘실루엣 클립(Silhouette Clip)’에서 영감을 받았다. 실루엣 클립은 아르 데코 후기 특유의 기하학적 균형감과 간결한 선, 정교한 구조적 아름다움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특히 자연의 형태를 보다 추상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기존의 사실적인 플라워 주얼리와는 다른 새로운 꽃의 미학을 제시했다. 실루엣 클립의 자연과 리본의 조화는 오늘날 플라워레이스 컬렉션 안에서 되살아난다.

파스 파투 네크리스(Passe-Partout necklace), 1939년 / 사진. © Van Cleef & Arpels

파스 파투 네크리스(Passe-Partout necklace), 1939년 / 사진. © Van Cleef & Arpels

매혹적인 화관으로 표현된 플레르 드 하와이 컬렉션은 메종을 대표하는 작품 ‘파스-파투(Passe-Partout)’의 유산을 잇고 있다. 1938년 특허받은 이 주얼리 마스터피스는 유연한 골드 투보가스(Tubogas) 체인 위에 풍성한 꽃 모티브를 더한 작품으로, 생동감 넘치는 컬러 스톤이 화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화관 속에 숨겨진 클립 구조는 하나의 주얼리를 여러 방식으로 변형해 착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네크리스는 숏 또는 롱 스타일로 변형할 수 있으며, 브레이슬릿과 벨트, 클립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변형 가능한 주얼리’는 시대를 초월해 이어져 온 메종의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결국 반클리프 아펠의 꽃은 피었다 사라지는 자연의 찰나를 보석으로 붙잡아,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으로 다시 피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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