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알프스의 한 빙하가 붕괴되면서 대량의 얼음, 진흙, 암석이 쏟아져 내려 마을 대부분을 덮치는 산사태가 발생했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abc뉴스 등에 따르면, 당국은 전날 발생한 산사태로 마을 주민 1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스위스 공영방송 SRF가 공개한 드론 영상에는 남서부 발레주 블라텐 마을 일대가 진흙과 토사에 완전히 덮인 모습이 포착됐다. 마을 중심부와 하천, 계곡 숲 지대까지 흙더미가 덮쳤다.
블라텐의 마티아스 벨발트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마을을 잃었다. 마을은 잔해 속에 묻혔다”며 “우리는 반드시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레주 관계자인 스테판 간저는 현지 언론에 “마을의 약 90%가 산사태에 매몰됐다”고 설명했다. 현지 당국 대변인 마티아스 에베너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토사와 암석이 계곡 아래로 쏟아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달 초 마을 인근 산 일부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주민 약 300명이 미리 대피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 중 1명이 실종됐고, 당국은 실종자의 신원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빙하가 무너져내리는 순간을 담은 영상이 공유됐고, 해당 영상에서는 암석과 잔해가 거대한 구름과 함께 마을로 향하는 장면이 담겼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에 대해 기후 변화와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 해빙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취리히대학교 환경기후학과 크리스티안 후겔 교수는 “이 지역의 영구동토층은 고온으로 약화된 상태였고, 이는 산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겔 교수는 “이번 산사태 규모는 현대는 물론 과거 세기까지 통틀어 스위스 알프스에서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SRF에 따르면 블라텐은 남부 뢰첸탈 계곡에 위치한 마을로, 이번 재해로 여러 가옥이 완전히 무너졌다. 스위스 대통령 카린 켈러-주터는 SNS 엑스(X)를 통해 “자신의 집을 잃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며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당국은 재난 지역의 접근을 막고 주요 도로를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