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 ‘효과 미미’…‘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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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확인한 영상이다. 윗부분이 아밀로이드 베타 농도가 높은 부위. 미국국립보건원(NIH) 제공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확인한 영상이다. 윗부분이 아밀로이드 베타 농도가 높은 부위. 미국국립보건원(NIH) 제공
최근 알츠하이머 신약이 인지 개선에 큰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다시 한 번 아밀로이드 베타로 인해 알츠하이머가 발생한다는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흔들리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수십년간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이 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인지 개선에 대한 효과가 있는지가 학계의 논란거리였다. 이에 따라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은 ‘타우 단백질’ ‘뇌 속 염증’ 등을 제거하는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 효과 미미한 알츠하이머 신약, 부작용 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아두카누맙(브랜드명 아두헬름), 레카네맙(레켐비), 도나네맙(키순라) 등 인지 개선을 위한 알츠하이머 신약을 다룬 17개 임상시험을 분석해 의학학술지 ‘코크란 체계적 검토 데이터베이스(CDSR)’에 발표했다. 분석 대상이 된 약물은 모두 뇌 속에 형성된 단백질 덩어리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기전을 가진 약물이다.

분석 결과는 참담했다. 환자들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는 눈에 띄게 감소했지만, 인지 기능 개선은 위약(가짜 약)을 투여한 집단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사망률이나 심각한 부작용의 발생 빈도는 약 투여군과 위약군에 큰 차이는 없었지만, 뇌가 붓거나(뇌 부종) 뇌 미세 출혈 등 경증 부작용 위험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방식의 신약이 환자에게 뚜렷한 이득을 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는 그간 학계에서 논란이 많았던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정면 반박하는 결과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이 단백질 덩어리가 사라진다고 인지 개선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즉 아밀로이드 베타가 알츠하이머 진단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지만, 치료에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방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가장 먼저 넘었던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은 2021년 출시할 때부터 효능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아두카누맙이 출시 이후 환자들에게서 뚜렷한 인지 개선을 보이지 못하자 개발사인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생산 및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새 기전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장
전문가들은 이제 다른 방식의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을 해야 할 시기라고 보고 있다. 학계에서는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거나 뇌 신경세포의 염증을 줄이는 등 다양한 기전의 치료제를 병용하는 방식이 효과가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각각의 기전을 타깃으로 하는 연구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며 “(단순히 수치 개선보다는)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지표로 삼아야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스 비셀 뉴사우스웨일스대 의대 교수 역시 “아밀로이드 베타가 질병 발생에 관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알츠하이머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뇌세포에서 발생하는 분자, 세포 생물학적 문제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전 혹은 다중 기전의 알츠하이머 신약에 의료계 및 환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에노비스바이오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함께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 후보물질 ‘분타네탑’은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아리바이오의 ‘AR1001’, 젬벡스의 ‘GV1001’이 여러 기전을 동시에 공략하는 다중 기전 치료 후보물질로 각각 임상 3상에 진입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아델이 개발한 ‘ADEL-Y01’은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는 항체 치료 후보물질로, 지난해 12월 글로벌 빅파마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바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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