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단일 아키텍처” 워크데이, 사나 앞세워 한국 엔터프라이즈 AI 시장 공략

2 hours ago 3
AI 에이전트가 사람과 함께 일하는 시대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AI는 업무 환경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문제는 그 전환이 얼마나 안전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지느냐다.

허정열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 / 출처=IT동아

허정열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 / 출처=IT동아

AI 플랫폼 기업 워크데이는 5월 14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서울파르나스에서 ‘워크데이 엘리베이트 서울 2026’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허정열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을 포함해 조쉬 즈웬 글로벌 솔루션 마케팅 부사장, 샨 무어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같은 조직 안에서 서로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함께 일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기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위에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을 단순하게 얹는 방식만으로는 AI 네이티브 전환이 어렵다는 것이 워크데이의 핵심 주장이었다. 또 워크데이가 지난해 인수한 AI 플랫폼 ‘사나(Sana)’도 정식으로 공개됐다.

20년 전 선택, AI 시대 경쟁력으로

이날 허정열 지사장은 기업의 AI 도입 방식에 직격탄을 날리며 “초기 실험 단계에서는 효과적이지만 급여나 결산 등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중요 업무 시스템에 적용하면 섀도우 ERP라는 결과가 나온다”고 진단했다. 섀도우 ERP는 막대한 비용과 자원을 투입하고도 보안·규정 준수·감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비표준적인 ERP를 뜻한다. 허정열 지사장은 “사후에 외부에서 AI를 덧붙인 솔루션은 결국 리스크를 고객에게 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한 엔터프라이즈 AI의 두 축으로 AI가 잘하는 ‘추론(확률 기반 판단)’과 기업이 오랫동안 쌓아온 ‘비즈니스 원칙과 정책(결정론적 실행)’을 꼽은 허정열 지사장은 “이 두 축이 사후에 이어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구현될 때 비로소 안전한 엔터프라이즈 AI”라고 강조했다.

조쉬 즈웬 부사장은 범용 AI가 기업에서 왜 한계에 부딪히는지 기술적으로 보완 설명하며 “기업 프로세스는 시작과 끝이 있고 매번 100% 정확성을 가지고 수행돼야 한다. 하지만 범용 AI는 확률적으로 추측해 가장 최선의 답을 내놓을 뿐이다. 일반 사용자에게 95% 정확도는 충분할 수 있지만, 기업의 급여 처리에서 95% 정확도는 틀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예를 들어 세일즈 매니저가 직속 부하 5명의 급여 데이터를 조회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통제 불가 에이전트는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지만 조직도와 권한 체계를 이해하지 못해 보여줘선 안 될 정보를 노출할 위험이 있다. 반면 규정 준수 에이전트는 매니저가 권한을 가진 5명의 데이터만 가져온다. 조쉬 즈웬 부사장은 “컴플라이언스(기업이 법적·윤리적으로 안전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시스템)는 에이전트가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사전 설정된 것을 그대로 상속받아 따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조쉬 즈웬 워크데이 글로벌 솔루션 마케팅 부사장 / 출처=IT동아

조쉬 즈웬 워크데이 글로벌 솔루션 마케팅 부사장 / 출처=IT동아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근거로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꼽은 것은 2005년 워크데이 창업 당시의 단일 아키텍처 선택이다. 허정열 지사장은 “20년 전 HR·재무·급여 시스템을 각각 따로 만들어 볼트 방식으로 연결하던 관행과 달리, 워크데이는 단일 데이터 모델·단일 보안 모델·단일 아키텍처로 모든 것을 코어에 내재화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이 만들어낸 기술 차별점은 3가지다. ▲데이터 추출 시 로직과 컴플라이언스가 함께 따라오는 데이터·로직 비분리 ▲고객이 수년간 쌓아온 승인 체계와 컴플라이언스 규칙이 곧 AI의 법률이 되는 거버넌스 자산의 AI 법률화 ▲에이전트가 요청자보다 높은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권한 기반 실행 등이다.

허정열 지사장은 “워크데이에는 슈퍼 에이전트가 없다. 젤브레이크(Jailbreak)나 AI 사고(AI incident)가 워크데이에서 불가능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즈웬 부사장은 이를 맥락 보유, 확정적 경로, 실시간 업무 흐름이라는 세 가지 강점으로 재정리하며 “이를 결합하면 AI를 중요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차원에서는 샨 무어티 아시아·태평양 CTO가 쐐기를 박았다. 그는 “AI는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는 제대로 쓸 수 없다. 클라우드에서 확장성을 가질 때 비로소 파워풀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레거시 ERP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면서 “레거시 ERP는 서로 다른 시스템 간 커뮤니케이션이 매끄럽지 않다. 단일하지 않은 생태계에서는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맥락을 온전히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단일 아키텍처를 고집해온 워크데이가 레거시 ERP 대비 AI 시대에 구조적으로 유리하다는 논지로 풀이된다.

사나, 출시 본격화···한국어 지원 가능

워크데이는 이날 업무용 초지능 AI 에이전트 ‘사나 프롬 워크데이(Sana from Workday)’를 공식 출시했다. 사나는 통합 AI 플랫폼으로 복잡한 시스템 검색이나 메뉴 이동 없이 자연어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또 단일 데이터 모델과 보안을 기반으로 작동해 높은 정확성과 거버넌스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탐색(Find)·실행(Act)·구축(Build)·자동화(Automate)의 4가지 역량을 통해 기업 업무 수행 방식을 전환한다.

사나 프롬 워크데이에는 ▲사나 포 워크데이(통합 AI 인터페이스) ▲사나 셀프서비스 에이전트(급여·근태·휴가 관리 등 300개 이상 기능 기반 인사·재무 자동화 에이전트) ▲사나 엔터프라이즈(지메일·슬랙·줌·노션 등 18개 외부 앱 연동 확장) 등이 포함된다. 허정열 지사장은 기자 질의에서 “사나는 이미 출시됐으며 한국어도 현재 지원된다”고 밝혔다.

허정열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 / 출처=IT동아

허정열 워크데이코리아 지사장 / 출처=IT동아

허정열 지사장은 “사나는 통제 가능한 오케스트레이터”라며 “개방성과 통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킨다”고 설명했다. 조쉬 즈웬 부사장은 사나에 대해 ‘워크데이를 사용하면서 AI를 경험하는 통로이자, 워크데이 외부의 다른 애플리케이션과도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정의했다.사나의 기술 구조는 ▲트래픽 제어 ▲컨텍스트 관리 ▲ASOR(에이전트 시스템 오브 레코드) 연결 ▲개방형 오케스트레이션 등 4단계로 작동한다. 컨텍스트 관리 단계에서는 요청자의 권한·히스토리·업무 맥락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에이전트에 전달하며, MCP 또는 API 게이트웨이를 통해 외부 AI 에이전트와 자유롭게 연동되면서도 감사 추적과 권한 통제는 사나가 유지한다.

실전 성과도 공개됐다. 조쉬 즈웬 부사장은 세계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7-Eleven)이 워크데이 AI로 채용 프로세스의 95%를 자동화해 24시간 이내 채용이 가능해진 사례를 소개했다. 셀프서비스 에이전트 도입 후 생산성이 20% 향상되고, HR 티켓 볼륨이 25% 감소한 사례도 함께 제시됐다.

워크데이는 현재 전 세계 1만 1000개 이상의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FY2026 기준 AI 트랜잭션 12억 건을 처리했다. 고객 유지율은 97%이며, 워크데이 고객의 75%가 이미 AI 기능을 사용 중이다. 국내 고객사로는 대한항공, 포스코, 야놀자 등이 있다.

한국에 낯선 글로벌 강자

워크데이는 글로벌 HR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ADP에 이어 약 11%의 점유율을 보유한 강자로 꼽힌다. 포춘 500대 기업의 65% 이상이 고객사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의 위상은 전혀 다르다. 국내 ERP 시장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SAP가 독보적인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워크데이는 아직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간 SAP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온 국내 대기업에게 레거시 전환 비용은 높은 벽일 수밖에 없다.

워크데이 엘리베이트 서울 2026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하는 모습 / 출처=IT동아

워크데이 엘리베이트 서울 2026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하는 모습 / 출처=IT동아

올해 초 허정열 지사장 체제 출범과 이번 행사는 워크데이의 한국 시장 본격 공략 신호탄으로 읽힌다. 허정열 지사장은 “한국에서는 워크데이 역량이 다소 저평가돼 있다”면서 “사람과 AI 기술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잘 지원해줄 수 있는 기업이 워크데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허정열 지사장은 실제로 SAP에서 워크데이로 옮긴 고객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해당 관계자로부터 “기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AI 네이티브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고, 결국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범용 AI에 추가로 AI를 얹어 모두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쉬 즈웬 부사장은 “워크데이가 꿈꾸는 일의 미래는 사람과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안전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업무를 해내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허정열 지사장은 “반복적인 일상 업무가 AI 덕분에 뒤로 사라지고, 비즈니스 맥락을 잘 아는 AI 팀메이트와 함께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날, 우리는 그것을 ‘새로운 워크 데이(Work Day)’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