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건강해진다 '근잘알'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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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엔 종교와의 갈등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인체해부학이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노력으로 크게 발전했다. 특히, 베살리우스는 '사람 몸의 구조'라는 책을 출간하며 근육에 숫자를 붙이는 등 근대 해부학의 기초를 다졌다.

현대에 이르러 근육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 근육 관련 서적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미국 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인 로이 밀스는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라는 책에서 해부학과 예술, 생리학, 생물학, 역사, 피트니스 등을 총동원해 근육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또한, 근육 감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규칙적인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근육은 인간의 삶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므로, 꾸준한 운동과 관리가 필요하다. 저자는 좋은 생활습관을 선택하면 근육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하며, 우리 모두 근육 예찬론자가 될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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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인간을 구성하는 650개 근육
모든 움직임 가능하게 만들고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 끼쳐
과거부터 현재까지 관심 대상
오랜시간 쌓인 해부 지식부터
근손실 속도 늦추는 방법까지
근육 전문가로 이끄는 지침서

사진설명

중세 시대 종교와 갈등을 빚던 인체해부학이 변곡점을 맞이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였다.

근대 해부학의 창시자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의 공헌이 결정적이었다. 공동묘지에서 시체를 가져다 직접 해부한 그는 20대 때 기념비적인 책 '사람 몸의 구조'를 출간했다. 해부한 시체의 부분들을 그 시체가 살아 있을 때 취했을 자세로 배열하면서 대부분의 근육에 숫자를 붙였다. 이를테면 '발을 움직이는 첫 번째 근육'이라는 식이었다.

르네상스맨인 화가 레오나르도 다반치도 인체해부학에 열정적이었다. 역동적인 인간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근육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이었다. 그는 평생 30구 이상의 시체를 해부해 부위별로 꼼꼼히 스케치를 남겼다.

러시아의 유명한 외과의사인 니콜라이 피로고프도 해부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한겨울 정육점에서 냉동된 돼지 사체를 가로 방향으로 잘랐을 때 생긴 단면이 해부학적 요소 간의 상대적 위치를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 주목해 1855년 해부학 도해서인 '냉동 인체를 톱으로 잘라 얻은 단면들의 3차원 국소해부학'을 출간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가공명영상(MRI)촬영이 발명되기 100여 년 전에 인체 단면의 의학적 가치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로이 밀스 지음, 고현석 옮김 해나무 펴냄, 2만원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로이 밀스 지음, 고현석 옮김 해나무 펴냄, 2만원

해부학이 이처럼 가장 오래된 의학 분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근육에 열광하는 심리가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은 운동 루틴의 일부로 빵 한 덩이 정도 크기의 돌조각을 들곤 했는데, 이 돌은 손으로 잡기 좋도록 구멍이 뚫려 있었다. 웨이트트레이닝 용도로 사용됐으며 더 멀리 뛰기 위해 돌조각을 양손에 쥐고 흔들면서 뛰기도 했다.

미국 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인 로이 밀스가 쓴 신간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과학적이면서 전문적이고 동시에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해 실용적이면서 매혹적인 근육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한 권으로 풀어준다. 해부학과 예술, 생리학, 생물학, 역사, 피트니스를 총동원했다. '근육 적금' '근육 저축'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근육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 독자의 흥미를 끌 만한 책이다.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는 주로 숫자를 이용해 근육을 구분했다. '사람 몸의 구조'에 삽입된 도판.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는 주로 숫자를 이용해 근육을 구분했다. '사람 몸의 구조'에 삽입된 도판.

근육량은 27세 정도에 정점에 이르며 그 이후에는 계속 가차 없이 떨어진다고 한다. 40·50대로 접어들면서 고혈압과 심근경색, 위산 역류, 스트레스성 요실금, 발기부전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하는데 이 모든 질환의 원인은 근육 손실이다.

70세가 되면 근육량의 4분의 1이 소실된다. 90세까지 생존한 사람들에게 남은 근육량은 50%에 불과하다. 근육량이 급속히 줄면 폐렴에 걸려 사망할 위험도 매우 커진다. 20%만 감소해도 낙상 위험이 증가하고, 엉덩관절이 부러지면 20% 환자가 1년 이내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과학적으로 근육은 단백질 필라멘트 두 가닥으로 만들어진 분자 모터다. 이 중 하나인 액틴은 375개의 아미노산 사슬로 구성돼 있으며 액틴과 함께 움직임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미오신이다. 둘의 상호작용을 통해 화학에너지를 물리적인 힘으로 변환함으로써 모든 동물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든다.

인간의 몸에는 무려 650개의 근육이 있다. 뼈에 붙어 있는 400여 개의 골격근, 혈관과 위장관 등 내부 장기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250여 개의 민무늬근, 스스로 작동하는 심장근육이 있다. 근육의 어원은 쥐를 뜻하는 라틴어 'mus'다. 근육이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생쥐가 피부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혼동하기 쉬운 인대와 힘줄의 차이도 흥미롭다. 인대는 뼈 사이를 이으며 관절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 힘줄은 관절을 가로지르지만 근육과 뼈를 연결한다. 손가락을 힘껏 펴면 피부 밑에서 손가락의 뼈와 팔뚝에 있는 근육이 연결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굳이 힘줄이 필요할까. 근육은 기본적으로 부피가 큰 데다 수축하면 더 부피가 커지기 때문이다. 근육이 관절에서 떨어져 있으며 근육의 힘은 가는 힘줄을 통해 관절로 전달되기 때문에 근육에 의한 관절 통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손가락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손가락에 힘을 공급하는 근육들이 손바닥과 팔뚝에 있으며 이 근육들이 힘줄을 통해서만 손가락으로 힘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안면근육도 한쪽 끝만 뼈에 붙어 있으며, 나머지 한쪽 끝은 피부에 붙어 있다. 피부에 붙어 있지 않다면 사람들은 웃고 찡그리고, 귀를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조금 전 눈을 깜빡였다면 눈의 홍채에 있는 근육들이 자동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호흡하고, 소화하고, 혈액을 운반할 때도 근육이 관여한다.

저자는 좋은 생활습관을 선택하면 근육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답은 누구나 짐작하듯 규칙적인 운동이다. 운동을 하되,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절대 피해야 할 한 가지는 준비운동 없이 근육을 최대 성능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어느새 근육 예찬론자가 된다. 다만 부단한 운동 없이는 멋진 근육을 장착할 수 없다는 잔인한 사실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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