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도 예술 될 수 있을까… 루이 비통의 '불쾌한 골짜기 1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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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양의 작품을 상영하기 위해 성소의 모습으로 조성한 '에스파스 루이 비통 베네치아'. /루이 비통

루 양의 작품을 상영하기 위해 성소의 모습으로 조성한 '에스파스 루이 비통 베네치아'. /루이 비통

‘새하얀’ 화이트큐브 대신 ‘새빨간’ 조명이 관람객을 맞는다. 흔한 베네치아의 예배당처럼 신자들이 앉는 긴 의자와 양초, 꽃으로 장식돼 성소가 연상되면서도, 천장의 거울과 메탈릭한 벽지, 네온 조명이 악의 아지트같은 스산함을 남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칼레 델 리도토 거리에 자리 잡은 ‘에스파스 루이 비통 베네치아’의 모습이다.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에스파스 루이 비통 베네치아가 특별한 장소로 탈바꿈했다. 지난 8일 개막한 루 양의 영상 작업 ‘DOKU The Illusion’을 상영하기 위해서다.

Doku The Illusion, 2026 - Videoinstallation, color, sound - ©Lu Yang

Doku The Illusion, 2026 - Videoinstallation, color, sound - ©Lu Yang

상하이에서 태어나 현재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루 양의 작업에는 자신의 얼굴과 신체를 디지털화해 만든 아바타가 등장한다. 이 아바타가 불교의 육도윤회, 여섯 가지 세계(천상·인간·아수라·축생·아귀·지옥)를 여행하는 이야기가 ‘DOKU’ 시리즈다. DOKU는 불교의 핵심 경전 중 하나인 ‘Dokusho Dokushi(우리는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다)’에서 따 온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DOKU의 네 번째 이야기인 ‘DOKU The Illusion’을 상영한다.

불교 철학은 작가의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불교 서적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한 불교 사상은 게임과 애니메이션, K/J POP 등의 서브 컬처와 결합해 루 양만의 독특한 언어가 됐다.

Doku The Illusion, 2026 - Videoinstallation, color, sound - ©Lu Yang

Doku The Illusion, 2026 - Videoinstallation, color, sound - ©Lu Yang

작가의 작업은 마치 한낮에 꾸는 악몽처럼 느껴지곤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바타는 게임 주인공이 돼 지하철에서 갑자스런 결투에 연루되고, 영화 속 슈퍼 히어로가 돼 괴물들과 대결한다.

폐가에서 거미처럼 다리가 여럿인 인형을 만나기도 하고, 운전을 하다 목만 떨어져 나가 덜렁거리는 핏줄을 매단 채로 바다를 횡단하기도 한다. 신체가 파칭코 기계의 일부가 되는 장면도 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잠깐도 보기 힘들 정도로 기괴한 내용이 138분간 이어진다.

루이 비통 에스파스 베네치아에서 진행된 루 양의 전시 전경. /루이 비통

루이 비통 에스파스 베네치아에서 진행된 루 양의 전시 전경. /루이 비통

그래서 작가의 작업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 헐리우드 영화와 게임 산업에서 활용되는 기술로 구현한 화려한 영상은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지만, 정작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따라붙는다.

반면, 작품을 보면서 관객이 느끼는 ‘불편함’ 그 자체가 곧 메시지라는 해석도 있다. 불편함을 그저 불쾌한 감정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의 깨달음을 찾는 자극제로 연결시킨다면 작품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는 것이다. 작품의 의미는 결국 관객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베네치아=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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