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는 나라를 접하는 메인 창구가 유튜브와 넷플릭스였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경로가 확장된 것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이미지가 올라가고 또 넷플릭스의 K 콘텐츠 수요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센터포인트빌딩 회의실 by 필원에서 '넷플릭스 인사이트' 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 K-콘텐츠 소프트 파워: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K-콘텐츠 한류의 관계 돌아보기'를 주제의 핵심을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K 콘텐츠의 영향력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넷플릭스와 전문가들은 '폭싹 속았수다' 등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K 콘텐츠가 한국에 대한 호감도까지 끌어올리는 현상을 K소프트파워의 선순환이자 '넷플릭스 효과'라 정의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는 미주 지역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전통적 미디어 기업의 전략이 아닌 현지 제작 투자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를 끌어오는 전략을 전개했다"며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바라봤다.
넷플릭스는 이날 'K 콘텐츠와 소프트파워'에 대한 자체 조사를 일부 공개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K 콘텐츠를 시청했을 때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는지 한국, 브라질, 프랑스,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을 대상으로 분석한 내용이 골자다.
글로벌 시청자들이 K 콘텐츠를 접하는 주요 서비스는 넷플릭스로 이를 통해 한류의 적용 범위와 국가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컨대 넷플릭스로 K 콘텐츠를 접하면 알고리즘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K 콘텐츠를 시청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문화, 음식, 장소 등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식이다.
보고서 조사 대상 해외 7개국에 한해서 K 콘텐츠 시청자의 한국 방문 의향은 72%로 비시청자 37%보다 약 2배 높았다. 해외 시청자들에게 문화, 역사, 언어를 넘어 한국에 대한 호감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한국외 지역의 넷플릭스 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한국 문화에 대한 탐구 의향도 더 높았다. 한국 문화에 더 알아볼 의향도 비사용자(32%) 보다 넷플릭스 사용자(58%)가 더 높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한국 콘텐츠가 국가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KDI가 3월달에 발표한 'K-콘텐츠의 비상: 산업 특성과 성장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콘텐츠 부문 수출은 2010년 이후 11년간 약 4배 증가했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 조사와 KDI 연구를 바탕으로 "그동안 업계가 내수 시장, 아시아권만 바라봤다면, 넷플릭스 이후 다양한 산업이 글로벌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도 기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강 VP는 K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는 전략으로 '공감대'를 꼽았다. 강 VP는 "'폭싹 속았수다'의 경우 기존에 한국에서 만들었던 오리지널 콘텐츠와는 결이 달랐다"며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지만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공감대가 형성돼 한국의 장소, 정서, 대사, 노래까지 한국적 요소들이 마치 간접광고(PPL)처럼 자연스럽게 공유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한국을 콘텐츠 시장의 장기적 파트너로서 상생을 위해 힘쓸 예정이다. 고 디렉터는 "넷플릭스는 한국을 '창작의 뿌리'라고 생각한다며 콘텐츠 5편 중 1편이 신인 작가나 감독의 데뷔작일 만큼 K 콘텐츠 다양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창작 생태계와의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고, 신인 작가, 감독, 배우 등 제작진 양성에도 적극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넷플릭스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실적에서 불분명하게 공시됐던 콘텐츠 투자비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고 디렉터는 "앞서 (넷플릭스는) 4년간 25억달러의 금액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며 "공시된 것은 넷플릭스 한국 지사이고,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본사에서 직접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중증외상센터, 폭싹 속았수다 등 K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매출은 105억43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은 6.61달러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5%, 주당순이익은 25.2% 증가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