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라더니…'200일 기다리라고?' 맞벌이 부부들 분통

1 week ago 10

2024년 반등 이후 출생률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린이집 수가 줄면서 입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등원하는 모습.   한경DB

2024년 반등 이후 출생률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린이집 수가 줄면서 입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등원하는 모습. 한경DB

경기 안양에서 생후 5개월 딸을 키우는 A씨는 내년 1월 회사 복직 전까지 어린이집을 구해야 한다. 남편은 육아휴직을 쓸 상황이 안 돼서다. 출생 직후에 대기를 신청했는데도 대기번호는 여전히 20번대. 맞벌이 부부에게 우선순위를 준다고 하지만 아파트 단지 신혼부부 대부분이 맞벌이어서 별 의미가 없다. A씨는 “집 근처 어린이집은 포기하고 차로 통원시킬 곳을 찾아야 할지, 복직을 미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 어린이집 5년 새 26% 감소

올해 4월까지 10만 명이 넘는 신생아가 태어나는 등 혼인·출생률이 늘어나고 있지만 육아 인프라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은 2만6064개로 2020년(3만5352개)과 비교해 5년 만에 26% 넘게 사라졌다. 2013년 4만3770개로 정점을 찍은 후 12년 연속 감소세다. 2020년 연간 출생아가 27만23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에는 어린이집 한 곳당 평균 7.7명의 신규 원아를 받으면 됐다. 25만4457명이 태어난 지난해에는 이 수치가 9.7명으로 늘어났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태어난 지 만 1년이 되지 않는 아이들을 돌보는 ‘0세반’은 아이 3명당 교사 1명이 배치돼야 한다. 신규로 받아야 할 아이들이 늘면 어린이집 보육교직원 수도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전국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은 2020년 32만5669명에서 지난해 29만1507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아이 낳으라더니…'200일 기다리라고?' 맞벌이 부부들 분통

◇ 서울·경기 입소대기 500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 입소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어린이집 평균 대기 기간은 197.8일이었다. 대도시는 211일, 읍·면 지역은 177.6일로,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평균 7개월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신혼부부가 집중된 서울·경기 지역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서울 강서·마포·성북·양천 등 13곳과 경기 광명·광주·성남·수원 등 13개 지역은 어린이집 대기 기간이 500일(약 1년5개월)을 초과하는 사례도 있었다. 2024년부터 출생률이 반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 수를 늘리는 동시에 정원을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기준 어린이집 이용률(정원 대비 현원)은 69.1%다. 신혼부부가 집중된 서울 강동구(75.9%), 성북구(77.6%), 경기 하남(78.2%), 안양(80.3%) 등은 전국 평균보다 이용률이 높지만 여전히 정원보다 현원이 적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반별로 정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2세반 및 3세반은 정원이 남아도 0세반은 정원이 차 아이를 보내지 못하는 식이다. 보육교직원이 부족해 정원이 남아도 아이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집 역시 많다. 대부분의 직장어린이집이 지역 아동을 받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영유아 인구 변동이 심해지고 있어 육아 인프라의 수요·공급을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 정비가 필요하다”며 “영유아의 거주지 주소와 현재 영유아가 다니는 어린이집 정원, 대기인원 등을 연계한 데이터를 정비해 거주지역에 최소한의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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