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고 멀어져도 다시 연결되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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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멀어져도 다시 연결되는 우리

'21세기 워홀' 카우스 개인전
신작 회화·조각 20여점 전시
대치하는 캐릭터로 긴장 표현
흩어진 관계 잇는 치유 메시지
석촌호수 풍선으로 韓에 친숙
BTS 제이홉과 공동 작업도

카우스의 '치유'(2025). 스페이스K

카우스의 '치유'(2025). 스페이스K

X자 눈을 한 캐릭터 둘이 서로의 목을 쥔 채 대치하고 있다. 표정 없는 얼굴 탓에 이들이 격렬히 몸싸움을 벌이는지, 웃으며 장난을 치는지 한눈에 가늠하기 어렵다.

'21세기의 앤디 워홀'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 카우스(KAWS·51)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친구, 그리고 이웃'이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에서 23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신작 회화와 조각 등 20여 점이 공개된다.

작가는 자신의 캐릭터 '첨'(CHUM)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마찰을 다뤘다. 첨은 친한 친구라는 뜻으로 프랑스 타이어 브랜드 미쉐린의 마스코트를 닮았다. 하얀 울타리가 쳐진 정원을 배경으로 첨 캐릭터들이 다투는 모습은 평화로워 보이는 이웃 관계 이면에 숨겨진 오해와 갈등을 드러낸다. 상대 입을 틀어 막거나 밀쳐내는 손을 막아서는 역동적인 움직임이 화면 안에 그려졌다.

집 내부를 배경으로 한 회화 속 인물들도 격렬하게 부딪친다. 스케이트 보드, 크레용, 책 등이 널브러진 실내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뚜렷한 윤곽선과 아크릴 물감으로 처리돼 마치 그래픽 인쇄물처럼 매끄러운 느낌을 준다. 여기에 스프레이로 물감을 미세하게 흩뿌리는 기법을 통해 독특한 질감을 살렸다. 이 같은 신체적 대치는 거대한 조각 '막상막하'로도 입체화됐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검은색 단색을 사용해 관객이 인물의 형태와 구도 자체에 집중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림자 측정하기'

'그림자 측정하기'

그동안 카우스가 선보인 작품은 위로와 공감의 정서가 강하게 묻어났다. 복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 통상적으로 서로 안고 있거나 기대고 있는 형태가 많았다. 서로 싸우는 모습을 등장시킨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 전반에 짙어진 경계심과 배척의 분위기를 은유한다.

작가는 "9세, 11세인 아이 둘이 있다. 아이들이 실제로 이렇게 격하게 싸우진 않지만, 아이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갈등이라는 모티프를 늘 염두에 두게 됐다"며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일상 속 관계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정을 작품에 투영했다"고 전했다.

신작 회화 '치유'에는 11명의 첨 캐릭터가 각자 바다 풍경이 담긴 캔버스를 들고 서 있다. 각각의 조각을 따로 보면 단순한 개별 그림이지만, 캔버스들을 한데 이어 붙이면 하나의 거대한 바다 전경이 완성된다. 타인과의 감정적 교류와 연결을 통해 비로소 마음의 치유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밖에도 대표 캐릭터 '컴패니언(COMPANION·동반자)'을 형상화한 조각 '멀리 바라보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느끼는 고독과 불안을 담아냈다. 토끼 모양의 캐릭터 '어컴플리스(ACCOMPLICE·공범)'를 다룬 '그림자 측정하기' 조각은 역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짊어진 감정의 무게와 마음의 그늘을 드러낸다.

카우스는 2018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서울 석촌호수에 거대한 '컴패니언' 풍선 조형물을 설치해 국내 대중에게 친숙해진 작가다. 방탄소년단(BTS) RM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제이홉은 2022년 첫 솔로 앨범 커버를 카우스와 함께 작업했다.

카우스의 작업은 1990년대 그라피티에서 출발했다. 공중전화 부스나 버스 정류장의 광고판을 몰래 가져간 뒤 광고지에 자신의 X자 눈 캐릭터를 덧그리고 다시 원래 자리에 놓는 행위로 이름을 알렸다. 이 방식으로 그는 캘빈 클라인, DKNY 등 유명 브랜드 광고를 비틀었다. 1999년에는 '컴패니언'을 피규어로 제작해 폭발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이후 회화, 조각,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범위를 넓혀왔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정유정 기자]

코오롱은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설립한 스페이스K를 통해 국내외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지주회사입니다.
이번 전시는 스페이스K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팝아트 작가 카우스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으로, 공간 운영을 담당하여 예술적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전시 콘텐츠를 기획하며 기업의 문화 예술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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