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이 50일도 안 남았다. 이재명 전 대표를 중심으로 탄핵 전부터 대선 채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대선 경선 준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10명에 육박하는 주자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아직 누구도 '이재명 대항마'로써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 속 한덕수 권한대행 차출론까지 나오고 있다.
보수계 대표 평론가이면서도 보수계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5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1대 대선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8대 대선 때보다 보수가 해볼 만한 대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친한동훈계와 친윤석열계로 비춰질 수 있는 당내 경선이 분열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치열하게 공방한 17대 대선 한나라당 경선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처럼 서로 크게 대립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승복하는 모습으로 선당후사(先黨後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 권한 분배를 위한 개헌을 염두에 두고 책임 총리 등으로 전권을 줄 수 있는 '러닝메이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 사람보다 두 사람을 바라볼 수 있게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책적으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는 슬로건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대선에서는 막판 3~5%가 관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당락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후보 단일화를 이뤄야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음은 신 교수와의 일문일답.
▶ 정권교체론이 높은 상황인데.
"국민의힘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는 여론조사는 있지만 생각보단 높다. 2017년 4월 4주 민주당 자유한국당 지지율 차이가 3배였다. 후보별 지지율도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는 41%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는 12%로 3배 넘게 차이가 났다. 그런데 뚜껑을 여니까 진보 진영 득표율의 합이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당시 후보의 합보다 적었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결국 대선은 이념대결 구도와 진영 대결 구도에서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주관적 이념 구도도 보수가 쭉 빠져 진보 우위였다. 그게 2021년 12월부터 회복이 됐는데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3월 말에도 이런 이념 대결 구도 성격을 갖기 때문에 지금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차이만큼은 절대 안 나올 것이다. 많으면 3%~5% 정도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다."
▶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19대 대선과 어떤 차이가 있나.
"공통점은 보수가 자신들이 탄핵당하지 않을 것이라 믿은 것이다. 차이는 2가지다. 하나는 일단 박 전 대통령은 '박사모' 등 팬덤이 원래 있었던 사람이다. 윤 전 대통령은 팬덤이 없던 사람인데 탄핵소추안 통과 후 팬덤이 생긴 특이한 케이스다.
거기서 또 차이가 발생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이념적 포장을 하나도 안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기 행위를 이념적으로 포장했다. 그러면서 바로 팬덤이 생긴 것이다. 이런 차이점에서 출발해서 보면, 원래 팬덤 있던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과에 대해 팬덤이 시끄럽게 반응했다. 당시 4명 사망했다.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다. NBS 조사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수용 정도 조사에서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가 탄핵 전에는 43%였는데 헌재 결과가 나온 후에는 20%대로 확 줄었다. 팬덤 결속력이 굉장히 낮다는 것이 증명됐다."
▶ 어떤 후보가 경쟁력이 있을까?
"이념 구도로 하면 민주당이 불안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민주당은 선거 구도를 바꾸려고 할 것이다. 민주당이 '내란 옹호 세력 대 민주주의 수호 세력' 이렇게 프레임을 만들면 중도층 흡수, 보수층 중 탄핵 찬성파의 표를 가져갈 수 있다고 계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그런 구도가 정착되지 않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탄핵 찬성 세력이 있는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되면 민주당의 구도가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 지난 대선처럼 20·30세대가 스윙보터 역할을 할까?
"그건 항상 가능하다. 20·30세대야말로 원래 스윙보터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얼마만큼 투표하느냐다. 앞서 결국 3~5% 싸움이라 했는데 그래서 중도가 중요한 것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20·30세대 같은 사람들이 투표하면 박빙의 싸움이 될 수 있다.
▶ 국민의힘 경선룰은 어떻게 보나.
"당헌·당규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 중요한 것은 1차 여론조사 100%에서 역선택 방지조항이 들어 가느냐마느냐다.
경선룰의 제일 큰 문제는 양자 대결 구도란 것이다. 이때 문제는 당이 쪼개질 수 있다. 4명이 있어도 유력후보는 항상 2명이니까. 나머지 둘은 완충지대 역할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딱 둘만 붙는 구도가 되면 수습이 어려워질 수 있다."
▶ 이번 대선 구도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제일 중요한 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라고 본다. 2017년 탄핵 정국에서도 중도 보수 합이 더 많았다. 그때 분열이 안 됐으면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게 무엇이냐 하면 떨어진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짐 싸서 나갈 확률은 적다고 본다.
문제는 당적이 바뀐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흥행카드 역할뿐 아니라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의원이 본선을 나가봐야 3% 정도라고 본다. 하지만 그 3% 때문에 당락이 바뀔 수 있다. 그렇기에 이준석을 어떻게든 불러 들어오든지, 후보 단일화를 하든지 해야 한다. 이 의원도 만약 그런 제안이 있었는데 자기가 거절해서 3% 차이로 진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적 장래가 어두워질 수도 있다. 그걸 생각하면 이 의원도 후보 단일화에 응해줘야 한다고 본다."
▶ 국민의힘에서는 경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갈등 양상이 보이는데.
"흥행이 되려면 관심을 받아야 한다. 싸우는 거 자체를 큰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17대 대선 때 박근혜-이명박 경쟁을 보면 혈투였다. 서로 죽이려는 듯한 인상까지 줬다. 근데 결과적으로 둘 다 대통령이 되지 않았나. 단지, 끝난 뒤에 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대의를 위해 승복하라는 거지 감정을 추스르라는 게 아니다.
현재 탄핵 반대파 기류는 이내 탄핵 찬성 쪽으로 바뀔 수 있다. 권력은 끈이 떨어지면 끝이다. 소위 '문빠'라고 불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 팬덤도 이 대표의 '개딸'에게 밀렸다. 그게 권력이다.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민의힘도 알아야 한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차출론도 나오는 상황인데.
"극적인 이벤트라고 가정을 해도 너무 빨리 차출론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막판에 뛰어들었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한 대행만 바라보게 만드는 상황은 대선에 의미가 별로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대행이 탄핵에 탄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한 대행의 그간 언행을 보면 이게 분명하지 않다. 만일 탄핵에 찬성한다고 하면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탄핵 찬반을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서 윤 전 대통령의 절친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면, '윤석열 시즌2'라고 인식될 수 있다."
▶ 탄핵 이후 각 정당의 가치에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정당의 발전 과정이라 생각한다. 예전 '3김' 시대에는 한 사람이 꽉 잡았는데 지금 풀어졌다. 민주당은 다시 한 사람으로 돌아갔지만, 국민의힘은 YS(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정당이 됐다. 결국 보수의 최우선적 가치는 시장 경제와 법치주의다. 외교로 보면 반공하며 동맹 우선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보수 적통'인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사람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내내 적폐청산을 이끌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국민의힘에 와서 탄핵이 됐다.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할 일은 '보수의 가치'와 윤 전 대통령을 분리시키는 작업이다."
▶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를 중심의 싱크탱크를 가동해 오랫동안 대선을 준비해 온 듯 하다.
"정치의 아젠다는 슬로건이다. 19대 대선 때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보수는 계속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대선을 치르게 됐다. 20대 때는 윤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이번에도 또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부랴부랴 대선을 준비하게 됐다. 반면 민주당 후보는 보수와 비교해 준비된 대선 후보가 나오게 됐다.
현재 제일 시급한 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어떻게 대응할지다. 우리 기업들의 개별적인 대응은 한계가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백악관 가서 얘기한 건 기업과 국가의 약속이다. 사실 깨면 그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도 깨는 사람이다. 결국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일각에서 나오는 '잘사니즘'이라 들지 이런 말들은 굉장히 추상적인 슬로건이다. 결국 경제가 제일 중요한데 거기에 맞는 슬로건이 필요하다."
신현보/이민형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