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내가 먹은 달걀은 어디서 왔나… 껍데기 번호 보면 안다

1 day ago 6

달걀에 찍힌 10개 문자 ‘난각번호’
산란일-생산 지역 등 정보 담겨
마지막 숫자는 사육환경 나타내
번호 커질수록 마리당 면적 좁아

총 10개 문자로 이뤄진 난각번호는 달걀 껍데기인 난각에 쓰인 번호다(아래 사진). 달걀이 나온 날짜와 장소, 환경을 나타낸다. 앞에서부터 네 번째 자리까지는 산란일, 다섯 번째부터 아홉 번째 자리까지는 생산 농장의 고유번호, 맨 뒷자리 수는 닭이 산란한 환경을 가리킨다. 청미래농장 제공

총 10개 문자로 이뤄진 난각번호는 달걀 껍데기인 난각에 쓰인 번호다(아래 사진). 달걀이 나온 날짜와 장소, 환경을 나타낸다. 앞에서부터 네 번째 자리까지는 산란일, 다섯 번째부터 아홉 번째 자리까지는 생산 농장의 고유번호, 맨 뒷자리 수는 닭이 산란한 환경을 가리킨다. 청미래농장 제공
올해 1월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우리나라 달걀 생산업체와 판매업체 등을 대상으로 특별 검사를 진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달걀에 쓰여 있는 번호인 난각번호를 검사한 결과 업체 12곳이 난각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목장에서 산란한 달걀이 아닌데 난각번호에 방목장을 가리키는 1번을 써서 더 비싼 가격에 팔거나, 산란 일자를 실제보다 최근인 것처럼 쓰기도 했습니다. 식약처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경고 등을 내린 뒤 재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달걀 껍데기에 쓰인 번호의 정체

난각번호는 달걀 껍데기인 난각에 쓰인 기호로, 달걀이 나온 날짜와 장소, 환경을 나타냅니다. 난각번호는 총 10개 문자로 이뤄져 있는데, 앞에서부터 네 번째 자리까지는 산란일을, 다섯 번째부터 아홉 번째 자리까지는 생산 농장의 고유번호를, 맨 뒷자리 수는 닭이 산란한 환경을 가리킵니다.

난각번호 끝자리 수인 사육환경 번호는 1번부터 4번까지 있습니다. 1번은 마리당 면적이 1.1m2 이상으로 닭이 사육장 안이나 밖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방사 사육 환경이고, 2번은 마리당 면적이 0.1m2로 닭이 날개를 퍼덕이거나 돌아다닐 수 있는 평사 사육 환경입니다. 3번은 마리당 면적이 0.075m2로 개선된 케이지를 뜻합니다. 그리고 마리당 면적이 0.05m2 이하로 A4용지보다도 좁은 면적의 케이지에서 사육할 때 4번이 붙습니다.

난각번호가 1번인 달걀은 다른 달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방목형 사육환경에서는 노동력이 많이 들고 같은 시설 안에서 키울 수 있는 닭의 수는 적어 생산비가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김시동 소장은 “1번 환경은 3, 4번에 비해 맹금류 등에 노출도 잘 되고 해충 피해를 막기 위한 노동력이 더 많이 들어가 달걀을 생산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들어간다”며 “난각번호 표기는 이러한 농가가 잘 운영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난각번호가 달걀에 표시되기 시작한 건 2019년입니다. 이전까지는 달걀 껍데기에 달걀이 생산된 지역과 농장 정보만 있었습니다. 2017년 계란에서 피프로닐이라는 살충제 성분이 나온 뒤로 우리나라는 달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난각번호 표시를 의무화했습니다. 난각번호를 표기하면 따로 동물복지인증 업체인지 확인하지 않고도 소비자가 쉽게 사육환경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 닭이 사는 환경이 중요한 이유

사육환경 번호가 달걀의 영양 성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자유방목란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행동이 제약되는 환경일수록 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올해 2월 12일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윤진현 교수는 이에 대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윤 교수팀은 사육환경 번호 3번 환경에 사는 닭과 2번인 다단식 산란계에 사는 닭의 스트레스 지수를 비교했습니다. 두 환경에서 나온, 각각 45개의 달걀 노른자에 담긴 성분을 분석한 결과 3번 닭이 낳은 달걀이 2번 닭이 낳은 달걀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두 배 정도 더 높았습니다. 닭에게 생긴 스트레스 호르몬이 달걀에 남아 있었던 겁니다. 이 결과를 통해 3번 닭이 2번 닭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윤 교수는 “닭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기 위해서 닭이 사는 환경을 자유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 좁은 면적 안에 많은 닭이 지내면 세균 등의 병원체가 잘 퍼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병원체에 감염된 닭이 한 마리 이상 생기면 다른 개체가 가까운 거리에 있을수록 병원체에 쉽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육환경 번호 1번이나 2번 환경에는 행동 풍부화를 돕는 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행동 풍부화는 사육하는 동물이 야생에서처럼 행동하거나 재미를 느끼도록 장난감 등을 개발하는 방법입니다. 닭은 높은 곳에 올라가 두려움을 줄이거나, 몸에서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모래 목욕을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올라가 앉을 수 있는 횟대와 모래 목욕을 위한 깔짚을 깔아주는 행위가 행동 풍부화가 될 수 있습니다.

공간이 좁은 케이지와 달리 바닥에서 생활하는 평사 사육장이나 계단이 있는 다단식 산란계에서는 이러한 장치를 설치할 만한 공간이 있습니다.

● 농가와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2024년 9월 동물자유연대는 1000명이 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66%의 소비자가 포장재만 봤을 때 동물복지 인증을 받지 않은 달걀을 인증 받은 달걀로 오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 포장재에서 ‘자유 방목 달걀’, ‘행복한 닭이 낳은 달걀’ 같은 표현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특별히 제약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사육환경 1번 달걀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1번인 줄 알고 비싼 값에 구매했는데 막상 뜯어보면 2번인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과장된 상품명과 광고 문구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뿐더러 진짜 사육환경 1번 인증을 받은 양계 농장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난각번호 허위 표기를 철저히 단속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문구 등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효빈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robyne9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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