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기억이 생태회복 첫걸음…병풍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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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은 작가는 생태 회복을 위한 작업을 지속하며, 5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자연국가(Nature Rules)'를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DMZ 생태 복원 프로젝트와 숲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이며, 관람객들은 참여형 코너에서 종자 볼 기부를 통해 함께 기여할 수 있다.

최 작가는 생명체의 존재를 기억하고, 생태계 복원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예술 활동과 기부 촉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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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은 국제갤러리 개인전
'DMZ 프로젝트' '숲…' 등
대표 연작 한자리에 펼쳐

최재은 '새로운 유대'(2025).  국제갤러리

최재은 '새로운 유대'(2025). 국제갤러리

"생태 환경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 인간의 오만한 태도 때문이죠. 제 작업은 희망이에요. 가능한 한 많은 작가들이 생태에 대해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나간다면 세상은 조금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생태학자 같은 태도로 자연을 대하고 작업을 통해 생태 회복을 위한 일들을 꾸준히 실천해나가는 최재은 작가는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연대를 꿈꾼다. 생명의 근원과 시간, 존재의 탄생과 소멸, 자연과 인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사유한 그의 작품들을 펼치는 개인전 '자연국가(Nature Rules)'가 오는 5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2·K3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1970년대 중반 일본으로 건너가 현재는 일본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최 작가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 작가가 2015년부터 지난 10년간 지속해온 DMZ(비무장지대) 생태 복원 프로젝트와 숲을 주제로 한 연작 등 근작을 선보인다. 전시작은 조각과 설치, 사진, 회화,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른다.

K3 전시장은 작가의 DMZ 프로젝트 작업을 한자리에서 보여 주는 아카이브 전시로 꾸며졌다. 최 작가가 다년간의 연구 조사를 통해 DMZ의 생태 현황지도를 작성하고, 망가진 자연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필요한 식물 종자를 수집·확산시키는 장기 프로젝트다. 드론을 띄워 DMZ 땅에 종자와 흙을 섞은 '종자 볼'을 떨어뜨리는 게 목표다. 작가가 직접 드로잉한 '종자 볼 만들기 매뉴얼'도 전시된다.

최 작가는 "DMZ는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어져 생태적으로 파라다이스일 줄 알았는데, 실제 가보니 말도 못하게 파괴된 곳이 많아 깜짝 놀랐다"며 "파편화된 장소를 복원하는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수목생리학자인 홍성각 전 건국대 산림자원학과 교수팀과 협업해 어떤 식물이 심어져야 다시 생태계가 복원되는지 등의 정보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이 프로젝트가 자신의 사후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예술 활동을 통해 세계에 알리고 사람들의 기부를 촉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목재 병풍 형태의 설치 작품 '새로운 유대'(2025)는 서로 다른 식물 표본 수십 종을 칸칸이 배치하고 그 아래 각 식물의 학명을 새겨넣은 작품이다. 최 작가는 "자연에 대해서, 우리들은 기억할 수 있는 존재만 기억하지 정작 그들이 마음대로 태어나서 마음대로 죽어도 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수많은 생명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나의 최근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전시장 한편에는 관람객들이 100원에 종자 볼 1개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형 코너도 마련했다.

K2 전시장에서는 가을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숲 속 이야기가 펼쳐진다. '숲으로부터' 회화 연작은 매일 숲을 산책하는 작가의 일상을 캔버스 위에 옮긴 추상화다. 화면에는 작가가 숲 속을 거닐며 들었던 바람소리, 새소리, 빗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을 들리는 그대로 음차해 흑연으로 적었다. 예컨대 'Sar r r r r'는 늦가을 낙엽이 '사르르' 떨어지는 소리를 나타낸 것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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