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품 못 띄워"…안티드론 특허 보유하고도 개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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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 정조준 > 국내에 드론을 방어하는 안티 드론 시제품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방산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병대 특수수색대대 부대원이 지난달 10일 경북 의성에 있는 드론비행시험센터에서 드론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 드론 정조준 > 국내에 드론을 방어하는 안티 드론 시제품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방산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병대 특수수색대대 부대원이 지난달 10일 경북 의성에 있는 드론비행시험센터에서 드론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국내 안티 드론 업체 A사는 지난해 말 전파 방해(재밍) 시제품을 경북 의성 드론비행시험센터에서 시험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군과 방위사업청에 안티 드론 관련 제품을 납품할 정도의 기술력과 특허를 보유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시제품 제조 인가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A사 관계자는 “제품별로 정부 인가를 받아야만 안티 드론 시험을 할 수 있게 한 규정은 사실상 한국산 안티 드론 개발을 막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안티 드론 개발 막는 규제

규제에 묶여 안티 드론 기술을 개발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이로 인해 안티 드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면 현대전의 핵심 무기로 떠오른 드론을 방어하는 방공망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2020년 공공안전 증진 등의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해 안티 드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파법 제29조를 개정했다.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응해 안티 드론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군 훈련 및 제품 시험 등이 공공안전에 해당하는지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경북 의성과 고령에 있는 드론비행시험센터에서만 제한적으로 안티 드론을 시험할 수 있게 했다. 과기정통부는 올 1월 훈련 및 정비 등의 목적으로 안티 드론을 사용할 때 지정된 시험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방부에 보냈다. 인적이 드문 해안이나 산지에서 안티 드론을 시험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였다. 현행법상 재밍 안티 드론을 무단으로 만들거나 운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센터 두 곳으론 안티 드론 시험 수요를 채울 수 없다는 점이다. 장병철 한국대드론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육해공군의 각 부대가 일정을 사전에 조율해도 센터 사용에 어려움이 있다”며 “군부대 인근에 있는 야산을 활용하게 하는 대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제품 단계의 안티 드론도 정부 인가 시설에서 시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안티드론 업체 대표는 “정부 인가를 받기 전에 성능 시험을 많이 해야 하는데 제조 인가를 받아야만 시험이 가능하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안티 드론 개발에서 소외된 한국

한국이 규제로 묶여 있는 사이 세계 드론·안티 드론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러시아는 기존 재밍 기술을 무력화하는 ‘제어 수신 패턴 안테나’(CRPA)를 부착한 자폭드론(샤헤드-136)을 개발했다.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드론 방공망을 뚫고 샤헤드 드론 200여 대로 크로피우니츠키 지역을 공격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재밍 기술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 드론으로 반격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한국군의 K-2 전차를 공격할 수 있는 자폭 드론을 처음 선보였다. 올 3월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골판지 드론’으로 추정되는 자폭 무인기로 우리 군의 K-1 전차 표적을 타격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은 벌떼 드론으로 한국군의 대공레이더시스템과 대포병 레이더를 무력화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런 북한 드론 전력을 막으려면 안티 드론 관련 규제를 완화해 드론 방어망을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스라엘은 군사용으로 전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안전 인증을 받으면 민간 기업이 마음대로 안티 드론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 중국도 5㎞ 이하의 재밍 범위에 한해 민간 기업의 안티 드론 기술 개발을 허용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안티 드론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각종 법규를 만든 게 아니어서 별도 심사를 해서라도 신규 업체가 드론비행시험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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