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던바 "기술주 투자 핵심은 인내심…잡음에 일희일비 말라"

“주식시장은 한 달에 두 시간만 들여다봐도 충분합니다. 성장성 있는 기업을 골라 5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게 베일리기퍼드의 투자 철학입니다.”

스튜어트 던바 베일리기퍼드 파트너(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내심 없이 성공적으로 투자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관련해서는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른 엔비디아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과거 평균보다 낮다”며 “실체가 없는 기업 주가마저 상승했던 닷컴버블과 비교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기술주 장기투자로 시장 압도

영국 자산운용사인 베일리기퍼드는 테슬라, 엔비디아, 아마존 등 기술주를 초기에 발굴해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엔비디아에 2016년부터 투자했고, 테슬라도 올해 상반기까지 10년 이상 보유했다. 던바 파트너는 “시장은 지난주 뉴스로 주가를 판단하지만 우리는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최소 5년, 길게는 10년 뒤 모습을 상상한다”며 “시장 잡음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이런 차이가 성과의 차별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베일리기퍼드는 성장주 장기투자를 통해 최근 10년간 S&P500지수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성과를 냈다.

파트너 제도는 베일리기퍼드가 장기투자 철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특정 기업이나 외부 자본 유치 없이 150명에 가까운 파트너가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함께 종목을 발굴하는 구조다. 던바 파트너 역시 이들 중 한 명이다.

주식 발굴은 시장 밖에서 이뤄진다. 학계는 물론 콘퍼런스와 박람회를 돌아다니며 미래 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한다. 거시경제 전망 등을 고려하는 톱다운(top-down)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가치에 중점을 둔 보텀업(bottom-up) 전략이다. 던바 파트너는 “국가별, 업종별 비중 등 전통적인 접근은 무의미하다”며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날 테마를 찾고, 변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성장성 있는 기업을 초기에 발굴하기 위해서는 “실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게 던바 파트너의 조언이다. 그는 “대부분 투자자는 기업에 투자할 때 무엇이 위험요인일지 생각하지만 큰 수익을 내려면 무엇이 잘될까 고민해야 한다”며 “성공이 확실해질 때까지 투자를 미룬다면 이미 주가는 올라 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여전히 긍정적”

베일리기퍼드가 이런 방식을 통해 발굴한 대표적인 종목이 엔비디아다. 던바 파트너는 “2016년 엔비디아에 투자한 뒤 처음 3~4년은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며 “이후 AI산업에 대한 전망이 맞아떨어지며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베일리기퍼드는 엔비디아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엔비디아는 AI 칩 분야에서 경쟁자가 사실상 없다”며 “2~3년 안에 실적이 두세 배 이상 증가할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포트폴리오에 추가한 종목으로는 로켓랩을 꼽았다. 던바 파트너는 “로켓랩은 고객사가 원하는 궤도와 스케줄에 맞춰 위성을 단독 발사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부품 제조사 등 제작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만큼 우주산업 경쟁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베일리기퍼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앞섰고,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며 “두 기업 모두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던바 파트너는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아 쿠팡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며 “지역적 독점을 통해 가격 결정력을 확보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