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브랜딩 가이드]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디자이너만을 위한 문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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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스타트업과 소규모 조직일수록 브랜딩이 절실합니다. 기업 이미지를 정립하고 고객 접점을 늘려 실질적인 성과 향상에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창업자는 제한된 자원을 이유로 브랜딩을 뒷전으로 미룹니다. 이에 IT동아는 장종화 타이디비(Tidy-B) 대표와 함께 스타트업이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브랜딩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스타트업 브랜딩 가이드를 통해 효과적인 브랜딩을 구축하길 기대합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로고 파일이 필요할 때 외주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요청할 때 겨우 확인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마케터는 어제와 다른 말투로 홍보 글을 게재하고, 제안서는 홈페이지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이번 기고에서는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왜 디자이너만의 문서가 아닌지, 잠들어 있는 가이드라인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지금 당장 만들 수 있는 최소 구조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요비 브랜드 가이드라인 예시 / 출처=타이디비

요비 브랜드 가이드라인 예시 / 출처=타이디비

가이드라인이 ‘디자이너 문서’가 된 이유브랜드 가이드라인이 디자이너 전용 문서처럼 여겨지는 데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브랜드 학자 반 덴 보쉬(van den Bosch) 등이 지난 2006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 정체성(corporate identity) 개념은 원래 로고 같은 그래픽 디자인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브랜드 가이드라인도 그 맥락에서 출발했다. 로고 크기, 색깔 등을 정하는 문서로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브랜드의 개념 자체가 바뀌었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는 기업 정체성이 조직 문화, 구성원 행동 등 무형 요소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고 설명한다.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접점도 마찬가지다. 디자인팀이 만든 결과물뿐 아니라 마케터가 작성한 홍보 글, 고객서비스(CS)팀이 보내는 이메일, 영업 담당자의 제안서, 대표가 직접 작성하는 SNS 게시물까지 모두 브랜드를 구성하는 요소다.

브랜드 구성 요소 / 출처=타이디비

브랜드 구성 요소 / 출처=타이디비

실제로 여러 조직의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관리(DAM) 기업 바인더(Bynder)는 브랜드 스타일 가이드라인을 ‘로고, 색, 서체, 이미지 규정에 더해 카피라이팅의 목소리(voice)와 톤(tone)까지 포함하는 회사 제작 가이드라인’으로 정의한다. 이메일 마케팅 플랫폼 메일침프(Mailchimp)도 자사 스타일 가이드라인 구성 요소에 로고, 컬러와 함께 보이스, 톤, 어휘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시각적 정체성(visual identity) 가이드라인은 웹사이트, 이메일 캠페인, 소셜, 인쇄물뿐 아니라 이메일 서명과 파워포인트까지 적용 대상으로 규정한다.이메일 서명을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이 디자이너만을 위한 문서일 수는 없다. 이를 준수해야 하는 사람은 전체 조직 구성원이다. 가이드라인이 ‘디자이너 문서’로 머무는 이유는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됐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 운영 문서로 완성되지 못한 채 멈춰 있기 때문이다.가이드라인이 잠들어 있을 때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

타이디비의 AI 브랜딩 올인원 솔루션 ‘요비(Yo-B)’를 통해 브랜딩 작업을 함께한 국내 B2C 이커머스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자. 이 기업은 창업 3년 차, 직원 15명 규모로, 로고 파일, 컬러 코드, 서체 등을 담은 브랜드 가이드라인도 갖추고 있었다. 다만 구글 드라이브 한켠에 두고 아무도 열지 않았다. 그 결과 마케터는 SNS 게시물마다 다른 말투를 썼다. 외주 디자이너가 만든 배너는 매번 컬러가 조금씩 달랐다. 신규 입사자는 제안서에 로고를 넣을 때마다 홈페이지에서 캡처했다.

이러한 상황을 팀 역량 부족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기업 시각적 정체성(CVI) 관리를 연구한 반 덴 보쉬 등(2004)에 따르면, 조직이 CVI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해 취하는 조치의 수가 많을수록 구성원이 지각하는 일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브랜드 일관성은 구성원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지키게 만드는 장치’를 얼마나 갖췄는지의 문제다.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없을 때(좌)와 있을 때의 예시 / 출처=타이디비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없을 때(좌)와 있을 때의 예시 / 출처=타이디비

소비자 452명을 분석한 유럽경영저널(European Management Journal) 2020년 연구에 따르면, 메시지와 이미지의 일관성이 높을수록 브랜드 신뢰와 충성도가 강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고객은 광고를 많이 봐서 신뢰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인상이 반복될 때 신뢰한다. 채널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브랜드는 고객에게 신뢰 대신 물음표를 남긴다.만약 기업에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 외주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의뢰할 때마다 처음부터 설명하고, 새로운 직원이 들어올 때마다 브랜드 톤을 가르쳐야 한다. 이전 결과물과 스타일이 다른 결과물은 다시 작업해야 한다. 닐슨 노만 그룹(Nielsen Norman Group)은 ‘디자인 시스템은 표준화를 통해 중복을 줄이고, 팀 간 공통 언어를 만들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낮춘다’라고 설명한다. 브랜드 가이드라인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말의 일관성이 무너지면 법적 리스크와 관리 비용은 커진다. 한국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부당 표시 및 광고의 한 유형으로 ‘기만’을 규정한다. 중요 정보를 누락해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채널마다 다른 사람이 다른 표현으로 메시지를 만들면, 어느 채널에서는 조건이 빠지거나 과장된 표현이 섞이기 쉽다. 가이드라인의 금지 표현 목록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는 안전장치다.

브랜딩 대행사와 협업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브랜드가 말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언어적 브랜딩(Verbal Branding)과 브랜드가 보이는 방식을 설계하는 시각적 정체성 가이드라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자인 자산은 그다음이다. 표현의 기준이 먼저 정립되어야 이후에 제작하는 모든 결과물을 접하는 고객이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한다.

언어적 정체성, 시각적 정체성 차이 / 출처=타이디비

언어적 정체성, 시각적 정체성 차이 / 출처=타이디비

언어적 브랜딩은 브랜드 이름, 슬로건, 핵심 메시지, 말투, 단어 선택까지 포함한다. 고객이 브랜드를 처음 접할 때 ‘어떤 말을 듣는가’를 결정한다. 시각적 정체성 가이드라인은 로고, 컬러, 서체, 이미지 톤, 레이아웃 규칙을 포함한다. 고객이 브랜드를 처음 접할 때 ‘어떻게 보이는가’를 결정한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설계될 때, 고객은 어느 채널에서 접하든 같은 인상을 받는다. 말과 디자인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비로소 브랜드는 하나로 느껴진다.브랜드 가이드라인은 6블록이면 충분하다

스타트업은 80페이지짜리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없다. 필요한 건 두꺼운 문서가 아니라 일관되게 작동하는 최소 규칙이다. 같은 톤, 같은 용어, 같은 시각 규칙이 반복되면 고객은 매 접점에서 브랜드를 다시 해석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는 고객이 브랜드에 대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최소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다음 6블록으로 구성해도 충분하다. 첫째는 브랜드 한 문장이다. ‘우리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가’를 한 문장으로 확정하는 것이다. 홈페이지 소개, SNS 프로필, 제안서 첫 줄은 이 문장을 기준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 문장이 없으면 채널마다 다른 말이 나오고, 고객은 같은 브랜드를 보면서도 다른 브랜드로 인식하게 된다.

둘째는 핵심 메시지 3개다. 채널과 상황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핵심 메시지 3개를 정한다. 브랜드의 강점, 차별점, 고객에게 주는 가치 중 반복적으로 사용할 만한 것을 고른다. 반복이 신뢰를 만든다. 메시지가 흔들리면 고객 기억 속의 브랜드도 흔들린다.

셋째는 금지, 권장 표현 목록이다. ‘무조건’ ‘항상’ ‘100%’ 등 단정하는 표현은 금지 목록에 올리고, 브랜드 톤에 맞는 권장 표현을 예시로 제시한다. 그러면 누가 글을 쓰던 이 목록을 보면 어떤 말을 피하고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바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법적 리스크와 신뢰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는 장치다.

넷째는 보이스 및 톤 규칙이다. ‘우리는 이런 말투를 쓴다/쓰지 않는다’를 예시 3쌍으로 정한다. 예를 들어 ‘고객님께 안내드립니다(X) / 고객님 이렇게 사용하세요(O)’ 같은 방식이다. 이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같은 브랜드처럼 보이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다섯째는 시각 기본 규칙이다. 로고, 컬러, 서체의 최소 규칙과 하면 안 되는 것을 명시한다. 이때 로고 변형 금지, 지정 컬러 외 임의 사용 금지 등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것이 좋다. 한국디자인진흥원 기업 정체성(CI) 자료도 핵심 규정으로 ‘임의 변경 금지’를 가장 먼저 제시한다. 일관성은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임의로 바꾸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여섯째는 기본 템플릿이다. SNS 디자인, 제안서 표지 및 본문, 명함, 이메일 서명 등 자주 쓰는 산출물을 템플릿 파일로 고정해 팀 공유 폴더에 넣어 두고, 새 디자인이 필요할 때마다 템플릿을 기반으로 작업한다. 예를 들어 올해 채용 공고 포스터를 만들 때 작년 템플릿을 불러와 텍스트만 바꾸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브랜드 일관성을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결과물이 쌓일수록 템플릿도 함께 정교해진다.

앞서 언급한 6블록의 목적은 완벽한 브랜드가 아니다. 외주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맡길 때, 신규 직원이 입사했을 때, 새로운 마케팅 채널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꺼내 보는 문서가 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기준이 있다면, 결과물이 쌓일수록 브랜드는 견고해진다.

핵심 포인트
1.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로고 규정집이 아니다. 팀이 바뀌어도, 채널이 늘어도, 외주 작업을 맡겨도 흔들리지 않는 운영 시스템이다.
2.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감각이 아니라 구조가 부족한 탓이다. 규칙만 있고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가이드라인은 드라이브 속에서 잠든다.
3. 스타트업의 최소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브랜드 한 문장, 핵심 메시지 3개, 금지·권장 표현, 보이스·톤 규칙, 시각 기본 규칙, 기본 템플릿으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의 브랜딩 미션: 최소 가이드라인 뼈대 잡기

오늘의 브랜딩 미션 / 출처=타이디비

오늘의 브랜딩 미션 / 출처=타이디비

목표: 지금 당장 조직 전체가 참조할 수 있는 브랜드 가이드라인의 최소 구조를 만든다.

소요 시간: 30분

실행 스텝 (5단계)
1. 브랜드 한 문장을 확정한다. ‘(누구)가 (상황)에서 (결과)를 (방법)으로 얻도록 돕습니다’의 구조로 작성하고, 홈페이지, SNS 프로필, 제안서 첫 줄에 동일하게 적용한다.
2. 금지 표현 5개, 권장 표현 5개를 작성한다. ‘무조건’ ‘항상’ ‘100%’ ‘최고’ ‘절대‘ 등 단정 표현을 금지 목록 맨 앞에 올린다.
3. 보이스·톤 규칙 예시 3쌍을 만든다. ‘이렇게 쓴다(O) / 이렇게는 쓰지 않는다(X)’ 형식으로 작성해 누구나 바로 참조할 수 있게 한다.
4. SNS 디자인, 제안서 표지·본문, 명함, 이메일 서명 등 템플릿 디자인 파일을 만들어 팀 공유 폴더에 저장한다. 저장 위치와 파일명 규칙도 함께 고정한다.
5. 브랜드 관련 산출물의 최종 승인자 1명을 지정하고, ‘이것만은 승인받는다’라는 기준 3가지(예: 로고 변형, 신규 채널 개설, 새 슬로건 사용)를 팀에 공유한다.


글 / 장종화 타이디비 대표
15년 경력의 브랜딩, 디자인, 마케팅 전문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아디다스 등 100여 개 기업에 크리에이티브를 제공했다. 지난 2021년 타이디비(Tidy-B)를 창업하고,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위한 AI 브랜딩 자동화 솔루션 ’요비(Yo-B)‘를 운영 중이다.

정리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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